'뒤통수 차관보'는 거짓…"사퇴 고민하겠다"도 손바닥 뒤집기 [이브닝 브리핑]
양만희 논설위원 2026. 4. 24. 17:42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방미 기간 중에 미국 국무부의 차관보를 만났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차관보라는 인사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뒷모습만 찍힌 상태여서 국민의힘의 설명이 사실일지 의심이 가시지 않던 차였습니다. 어제 JTBC의 보도에 따르면, 사진에 등장하는 국무부 인사는 차관보가 아니라 차관의 비서실장인 개빈 왁스(Gavin Wax)였습니다. 이 사람이 보좌하는 차관은 사라 로저스 공공외교 담당 차관이고, 왁스의 직함은 영어로 Chief of Staff to the Under Secretary for Public Diplomacy입니다.

차관 비서실장 만나고 차관보 만났다고 설명..차관보와 차관보급(級)이 같아?

'차관보 면담' 오류 방치..신원 비공개 원했다지만 국무부가 공개

'차관보급' 해명 진위도 살펴야..'부서 책임자 아닌 참모'가 요체
국민의힘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15%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한 데는 장 대표 방미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분명히 작용했을 것입니다. 모를 리 없는 장 대표가 해명한다고 한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장 대표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외교관 출신의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오늘 SBS 라디오에 출연해, 미 국무부 차관 비서실장이 "우리나라 제1 야당 대표와 마주앉아 현안을 논의할 만한 급이 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김건 의원은 "그렇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답하고, 인사 신원 비공개에 따른 거짓 논란에 대해서는 "자꾸 궁색하게 몰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배현진 의원은 "만약 거짓말로 당비를 사용해 실체 없는 방미를 열흘간 했다면 당무감사 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한 해 수백억 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습니다. 야당이라고 해서 아무런 통제나 감시 없이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돈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장 대표가 미국에 가서 누굴 만나고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국민들은 물을 수 있고, 장 대표는 소상하고도 솔직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장동혁, 잇단 사퇴 요구에 "선거 승리에 도움 되는지 여러 고민하겠다"
"지지율과 관련해 제 거취 내지는 사퇴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오늘로 지방선거가 40일 남았습니다. 지선 40일 앞둔 시점에 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이 당 대표로서 책임을 진정 다하는 것인지, 그것이 진정 지방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여러 고민을 하겠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오늘 기자간담회 발언)
배현진 "전향적 입장" 평가..장 대표 황급히 '사퇴 불가' 밝혀
"이제까지 장동혁 대표의 입장과 태도를 비춰보면 사퇴할 수도 있겠다는 본인의 어떤 의지를 비춘 것 같아서 전향적인 입장이었다고 생각하고 (중략) 후보들과 당을 위해서 2선 후퇴든 사퇴든 결단할 수 있다는 의지를 처음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오늘 기자회견 발언)
배현진 의원이 장 대표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이런 말을 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 당신이 '사퇴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는 걸 다져 두려는 공격성 발언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겠죠. 그런데 이 말에 화들짝 놀란 것일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장 대표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립니다.
내 거취에 대한 말이 많다.
당 대표가 된 이후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달려왔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그런 정치는 장동혁의 정치도 아니다.
최선을 다해 지방선거를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
방미에 대해서도 성과로 평가받겠다.
야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것들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지나면 성과도 보일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소셜미디어 게재 글)
사퇴를 고민하겠다고 한 지 반나절도 안 됐는데, 치열한 고민의 결과가 '사퇴 불가'였던 것일까요? 저는 그저 식언(食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겉보기로는 식언이고, 본심으로는 애초에 사퇴 생각 없이 형국이 옹색해 했던 말을 황급히 주워 담은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말의 무게가 없으니 권위(權威)가 끝없이 추락하고 사방에서 물러나라는 요구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이제부터라도 단기적인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들지 말고, 자신과 당의 위기가 어디에서 오는지 진솔하게 성찰하길 바랍니다. 이런 바람을 얘기하는 것은, 앞에서 얘기한 대로 국민의힘이 수백억의 국고 보조금을 받으며 유지되는 공당(公黨)이지, 그 누구의 정치적 이익에 봉사하는 사당(私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양만희 논설위원 manba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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