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도 '중국집'으로 보여? C-프랜차이즈의 역습 [분석+]

김하나 기자 2026. 4. 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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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C-프랜차이즈 전성시대
과거와 달라진 중국집 의미
C-프랜차이즈 잘 나가는 배경
한국 시장에 상륙하는 숨은 이유
글로벌 진입 위한 전초 기지 한국

우리에게 중식은 음식점이기 전에 '집'이었다. 철가방으로 대변되는 신속 배달과 저렴한 가격은 친숙함의 근거였다. 그만큼 중국'집'은 값싼 외식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가격은 높아졌고, 음식은 더 자극적이며, 건강과도 거리가 있다. 그런데도 잘나간다. 그 중심엔 중식을 앞세운 C-프랜차이즈가 있다.

C-프랜차이즈 전반이 국내 시장에서 동반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하이디라오 매장.[사진|연합뉴스]
과거 우리에게 '중국집'은 가벼운 주머니로 허기를 채우던 공간이었다. "짜장면 시키신 분"으로 대변되는 신속 배달과 저렴한 가격은 중식의 숙명과도 같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 외식 시장을 뒤흔드는 중국 외식 브랜드(C-프랜차이즈)의 행보는 이런 관념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변화의 최전선에는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브랜드 '하이디라오'가 있다. 1994년 중국 쓰촨성四川省에서 출발한 하이디라오는 2014년 명동 1호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진출했다. 초기에는 중국 유학생과 관광객 중심의 수요에 의존했지만 이후 입소문을 타며 소비층을 빠르게 확장했다. 현재는 부산과 제주를 포함해 전국 11개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이디라오는 1인당 객단가가 4만~6만원대에 이를 정도로 비싼 가격대인데도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영업 시작 전부터 대기줄이 형성되는 일명 '오픈런' 현상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한때 '저렴한 한 끼'로 대표되던 중식이 '기다려서라도 경험하는 외식'으로 전환되는 흐름은 C-프랜차이즈 확산이 만들어낸 상징적 장면이다.

실적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다. 하이디라오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177억원으로 전년(781억원) 대비 5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0억원에서 202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하이디라오만의 얘기가 아니다. 2013년 국내에 상륙한 중국 마라탕 프랜차이즈 '탕화쿵푸'는 올해 3월 기준 매장을 560개까지 확대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실적도 성장세다. 지난해 매출은 2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105억원에서 110억원으로 5.0% 늘었다.

중국 훠궈 브랜드인 '용가회전훠궈'도 2024년 12월 첫 매장을 열어젖힌 후 빠르게 점포를 추가 오픈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정 브랜드의 성공을 넘어 C-프랜차이즈 자체가 국내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중식 중심의 C-프랜차이즈가 부상한 배경은 뭘까. 여기엔 흥미로운 역설이 숨어 있다. 최근 국내 외식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 sure)'와 '가성비'다. 건강과 합리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소비가 주요 기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C-프랜차이즈의 확산은 이런 방향성과 결이 다르다. 훠궈와 마라탕은 기름지고 열량이 높다. 가격 역시 과거의 '저렴한 중식' 이미지와는 달리, 이제는 프리미엄 외식에 가까운 수준으로 올랐다. 한마디로 C-프랜차이즈는 국내 외식 시장의 일반적인 성공공식과는 다른 경로를 따라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고물가 시대에 건강조차 담보하지 못하는 C-프랜차이즈에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함의① 中 여행 증가와 인식 변화 = C-프랜차이즈의 공습이 먹혀드는 밑바탕엔 '한국인의 중국 관광 증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11월 중국 정부가 '무비자 입국 정책'을 확대 시행하자 중국을 찾는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정책 시행 이듬해인 2025년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317만명으로, 전년(231만명) 대비 37.4% 증가했다. 이같은 중국 여행 경험이 C-프랜차이즈의 호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거다.

강준영 한국외대(중국학) 교수는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를 방문한 젊은층 사이에서 '생각보다 위생이나 서비스 수준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가 점차 옅어지고 있다"며 "중국 현지에서의 긍정적인 체험이 국내 소비로 이어지며 자연스러운 확산 효과를 낳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 함의②고자극 미식의 위로 = 하지만 이것만으로 C-프랜차이즈의 성장세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C-프랜차이즈 성장의 배경으로 '고자극 미식이 건네는 위로'를 꼽는다. C-프랜차이즈의 약진은 단순한 외식 트렌드를 넘어, 청년 세대가 처한 현실 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거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 젊은 세대는 구조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탈출구'가 많지 않다. 그럴수록 음식과 같은 소비 영역에서 즉각적인 해소감을 찾게 되는데, C-프랜차이즈의 강한 자극성은 이런 수요와 맞물린다. 특히 마라 같은 향신료가 주는 중독성은 단순한 맛의 차원을 넘어 일종의 정서적 해소 기능으로 작동한다. MZ세대 입장에서는 집을 사는 것처럼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목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적어도 이 정도의 소비는 나 자신에게 허용할 수 있는 '작은 탈출구'가 되는 셈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함의③ 전초 기지로서의 한국 = 소비 확산의 배경과 별개로, 중식을 앞세운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남다른 이유도 있다. C-프랜차이즈의 국내 확산은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전초 기지'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중국 내 외식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의 확장 전략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가장 확실한 실험 무대다. 2024년 국내에 들어온 중국 밀크티 프랜차이즈 브랜드 '차백도茶百道'는 이를 발판 삼아 뉴질랜드ㆍ태국ㆍ말레이시아 등 10개국에 진출했다.

박승찬 소장은 "한국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소비 기준이 까다로운 만큼, 해외 시장 확장의 시험대로 평가된다"며 말을 이었다. "중국 외식 기업 입장에서 한국은 단순한 소비 시장을 넘어, 글로벌 확장 전 브랜드를 테스트하고 검증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다. 특히 K-콘텐츠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은 C-프랜차이즈가 일본ㆍ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으로 확장할 때 강력한 마케팅 자산으로 작용한다.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은 다른 국가 진출 시 중요한 레퍼런스이자 셀링 포인트로 작용한다는 거다. 이런 이유로 C-프랜차이즈의 한국 진출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도 진출을 준비 중인 브랜드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C-프랜차이즈는 자극적인 중식을 앞세워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과연 중국집은 어디까지 변신할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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