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서양인은 왜 인물에만 초점 맞출까

2026. 4. 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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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을 다니다 보면 외국인이 사진을 찍어주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때는 반드시 찍힌 사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두 문화권의 관점 차이가 첨예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사진이라는 말씀.

즉 전체에서 나를 보는 것이 우리라면, 나에게 온전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서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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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피라미드 앞서도
배경 자르고 사람만 강조
조화 중시 동양과는 딴판
韓도 점점 개인주의 강해져
관계 중심 문화 잊지 말길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부교수

외국을 다니다 보면 외국인이 사진을 찍어주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이때는 반드시 찍힌 사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서양인들은 사람 중심으로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다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로마의 콜로세움과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다. 이유는 생각보다 너무 커서 멀찍이 물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피라미드는 물러나도 물러나도 안 돼서 눈물을 머금고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은 사진을 찍을 때 배경으로 들어가는 대상을 자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이 300m짜리 에펠탑이라도 그렇다. 이 때문에 한국인이 단체관광을 가면 가이드는 에펠탑이 전부 담길 수 있는 트로카데로 광장 같은 곳으로 안내하곤 한다. 물론 기자의 피라미드도 전체가 다 나오는 곳을 굳이 한 번 더 데려다주기도 한다. 즉 사람도 중요하지만, 주된 배경이 되는 피사체 역시 중요하다는 말씀. 사실 배경의 피사체와 찍히는 사람 중 부득이 잘라야 할 때라면 사람을 자르는 경우가 더 많은 게 우리네 한국인이다.

서양인들은 배경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찍힌 사진을 바로 확인하지 않으면 여권 사진 같은 모습에 당황할 수 있다.

인간 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서양인은 인간에 초점을 맞춘다. 자연을 고려하지 않은 대량생산과 대량 파괴를 기반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서양에서 발전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에 반해 자연 친화적이며 관계 중심적인 동양에서는 전체 속의 나를 중시한다. 그래서 자연을 대량으로 파괴하는 자본주의가 동양에서는 발전하기 어려웠다는 말도 있다. 이러한 두 문화권의 관점 차이가 첨예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사진이라는 말씀. 이는 서양의 초상화 전통과 동양의 산수화 방식에서는 확인되는 방식이다.

근대철학의 출발점으로 꼽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나 자신이라는 인간에 기반한 기본 배경을 분명히 해준다. 이에 반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는 '나'가 아닌 '우리'다. 우리는 이름에서도 집단을 나타내는 성을 앞세우고, 주소를 적을 때도 시→군→구라는 방식으로 큰 개념을 앞에 배치한다. 즉 양자 간에는 개인과 집단이라는 관점에 따른 뚜렷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서양인들이 이름을 부르는 것과 달리 우리는 성을 부르는 데 익숙하다. 김선생, 이사장 같은 경우다. 흥미로운 건, 우리나라는 일본 등과 달리 김·이·박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혼란을 감수하면서도 이 방식을 고집한다는 것을 알게 한다. 즉 전체에서 나를 보는 것이 우리라면, 나에게 온전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서양인 것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한국인은 눈치가 발달하고 집단에서의 위치 파악과 변화에 따른 높은 유연성을 갖추게 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직장의 일을 집으로 가져와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또 남편의 위치나 계급이 부인들에게도 적용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대신 기업은 연공서열과 평생 고용을 통해 근로자를 책임지는 태도를 취하곤 했다. 즉 우리라는 관계주의가 힘을 발휘하던 시절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초과 근무는 불합리한 행태이며, 근무시간 외에 카톡 등을 보내는 건 꼰대의 행동으로 평가받는다. 전체보다는 개인이 강조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합을 표방한 회식의 풍경은 사라지고, 연봉제가 일반화되고 있다. 인정보다는 법과 원칙이 우선시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한국인도 인간 중심의 사진을 찍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랜 전통에서는 나름의 강력한 긍정 코드가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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