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V ‘만리장벽’ 부수나…디자인·배터리 중국 현지화
중국서 신재생에너지차 승부수
2030년까지 50만대 판매 목표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누적 판매 50만대를 넘긴 아이오닉 시리즈를 중국에서는 팔지 않았다. 연간 100만대 이상 팔아주던 중국 시장은 2016년 사드 배치 사태 이후 현대차 브랜드에 마음을 닫았다. 중국 현지 브랜드가 70%를 점령한 중국 전기차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드는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 그랬던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중국 토종 브랜드가 격전을 벌이는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점유율 1%’는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량을 의미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아이오닉이 중국 시장을 포기한 것을 두고 지난해 “기회 손실”이라며 씁쓸해했던 이유다.
중국 진출 24년째를 맞은 현대차가 2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개막한 ‘오토 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에서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V’를 세계 최초 공개하며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 재공략에 나섰다. 아이오닉V는 현대차가 지난 9일 베이징에서 공개한 아이오닉 콘셉트카 ‘비너스’의 양산형 모델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이날 론칭 행사에서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성장기회”라고 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앞선 생태계를 갖춘 중국 시장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며 철저히 중국 시장에 맞춰 현지화한 전략적 판단을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현지인으로는 처음으로 베이징현대 총경리(법인장)에 임명된 리펑강 총경리는 “아이오닉은 이미 11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전 세계 소비자들에 의해 가치를 입증받았다. 하지만 단순히 글로벌 모델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현지화에 대한 깊은 헌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대차의 ‘중국 현지화’는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다. 신차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신에너지차인 중국 시장에서 내연기관차를 버리고 전기차 라인업으로 정면 승부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아이오닉V에는 베이징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이 적용됐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CATL과 협업한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중국 도심 주행 기준(CLTC) 600㎞를 넘는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이날 론칭 행사에는 쩡위친 CATL 회장이 찾아와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과 환담을 하기도 했다. 복잡한 도로 환경 탓에 자율주행 격전장이기도 한 중국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현대차는 과감하게 현지 자율주행 기술 전문기업인 ‘모멘타’와 손을 잡았다. 중국 도로 환경 데이터를 축적해온 모멘타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아이오닉V에 적용됐다. 중국 전기차 시장 후발주자라는 최대 약점을 강점으로 뒤집는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아이오닉V가 얼어붙은 중국 소비자 마음을 깨는 쇄빙선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날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목표 555만대 가운데 9%인 50만대를 중국 시장에서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간 신차 20종을 중국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 등 중국 브랜드가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에서 만리장성을 쌓고 있는 중국은 “가장 어려운 시장”이다. 장재훈 부회장은 기자들에게 “중국은 많이 배우고 많이 얻어야 할 시장이다. 가장 어려운 시장이지만 다시 한 번 재기해서 성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날 론칭 행사에서 ‘오픈 유어 유니버스’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했다. 기존 전기차에 만족하지 않는 소비자 가운데 파격적 디자인과 성능을 앞세운 아이오닉 브랜드 생태계에 마음을 열라는 주문이다.

일단 중국 현지 디자이너들이 중심이 돼 탄생한 아이오닉V 디자인은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현장에서 나온다. 아이오닉V는 현대차가 중국 소비자 선호에 맞춘 새로운 디자인 전략인 ‘디 오리진’에 따라 만들어진 첫 양산형 모델이다. 이제까지 나온 아이오닉 모델 중 가장 역동적 디자인을 보여준다.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 나온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중국 브랜드 전기차와 확연히 구분되는 에지와 곡선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파격적 디자인에 현장 분위기도 뜨거웠다. 론칭 행사가 끝난 뒤에도 아이오닉V를 보려는 현지인과 인플루언서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행사가 끝나면 한산해졌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했다. 리펑강 총경리는 “자신감 넘치는 빛나는 개성을 지닌, 마음이 젊은 사용자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장동혁 버티기에 “거짓말만 있던 방미”…국힘 내홍 확산
- 위성락 “쿠팡 문제, ‘한·미 안보협의’ 지연에 영향 주는 건 사실”
- 트럼프 “격침” 위협에도 이란, 기뢰 또 뿌렸나…“종전 후 제거 가능”
- 이 대통령 “살지도 않는 집, 오래 ‘투기’했다고 세금 감면은 비정상”
- 부하직원과 연인인 척…딥페이크 ‘프사’ 올린 공무원, 재판행
- [속보] 검찰, 방시혁 ‘1900억 부당이득 혐의’ 구속영장 반려
- 국힘 김민전의 소망…“지선은 YES USA 대 NO USA 싸움”
- 누가 ‘늑구 가짜사진’ 만들었나 했더니…40대 “재미로 그랬다”
- 풋살의 첫 인사는 “이상형 말하기”…2030 ‘관심사랑해’ 소개팅
- “성과급 수억원? 우린 최저임금”…반도체 하청 노동자의 울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