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도 ‘세금 폭탄’ 사정권···장특공제 손질에 시장 ‘술렁’
입법·정부 동시에 움직인다···7월 세제개편안 핵심 변수 부상
세 부담 증가 vs 공급 위축···시장 영향 놓고 전망 엇갈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1주택자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개편 논의가 급부상하며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보유만으로 과도한 감세'라는 문제의식을 공식화하면서다. 제도 개편 여부에 따라 세 부담과 거래 구조 전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거래 위축과 임대시장 불안 등 연쇄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특공제 '폐지 아닌 축소' 무게
24일 부동산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1주택자 장특공제 개편 논의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과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0인은 지난 8일 현행 장특공제를 폐지하고 대신 1인당 평생 2억원 한도의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장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국회 입법예고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1만9348건 중 반대 의견이 1만6604건으로 85.8%에 달한다. 반대 의견에는 "주택실수요자의 안정적인 주택확보란 취지와 다르게 똘똘한 1채의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킬 것", "국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대단히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7월 공개될 세제개편안에 장특공제 조정 방향이 담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전면 폐지보다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1주택자'에 대한 공제 축소에 무게가 실린다. 장기 보유 자체보다 실제 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공제 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80% 공제 흔들리나···세 부담 최대 5배 '급증'
장특공제는 1세대 1주택자가 집을 장기간 보유·거주한 뒤 매도할 때 양도차익의 일정 비율을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제도다. 현행 소득세법상 1세대 1주택자는 양도가액 12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12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초과분에 양도세가 부과되지만 장특공제를 적용하면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현재 1주택 장특공제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을 나눠 계산한다. 보유기간은 최대 40%, 거주기간도 최대 40%까지 인정된다. 10년 이상 보유하고 10년 이상 거주하면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받을 수 있다.

고가주택일수록 절세 효과는 더 커진다. 10년 전 20억원에 매입한 주택을 40억원에 매도할 경우 양도차익은 20억원이다. 이때 장특공제를 적용하면 약 16억원이 공제되며, 과세 대상은 4억원으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실제 납부해야 할 양도세는 약 95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수십억원의 차익이 발생해도 세 부담은 차익의 5% 안팎에 머무는 셈이다.
반면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공제율이 축소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일반 장기보유공제(연 2%, 최대 30%)만 적용될 경우 동일한 사례에서 양도세는 약 4억8000만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공제 구조 변화만으로 세 부담이 5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앞선 15억원 주택 사례의 양도세는 300만원대에서 3000만원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
◇"팔기보다 버틴다"···거래절벽·전세 감소 우려
시장에서는 거래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 구조 변화만으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양도세는 매도 시점에만 부과되는 세금인 만큼 세 부담이 커질수록 집주인이 매도를 미루고 보유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양도세 부담이 수억원 단위로 늘어날 경우 상급지로 갈아타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며 "집을 팔기보다 보유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세 시장은 이미 공급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올해 1월 1일 2만3060건에서 최근 1만5307건으로 약 33.6% 줄었다. 세제 변화까지 더해질 경우 전세 물량 감소와 월세 전환 압력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월 세제개편안 '분수령'···비거주 기준·유예 설계 핵심 변수
정부는 현재 양도세와 보유세를 아우르는 부동산 세제 전반 개편을 검토 중이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10·15 대책 발표 이후 관련 연구용역과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장특공제 개편을 포함한 세제 조정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번 개편의 방향은 '실거주 1주택자 보호'와 '투기적 보유 과세 강화'로 요약된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공제 구조의 조정 폭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의 보유(40%)·거주(40%) 합산 구조를 유지하면서 공제율만 낮출지, 보유 공제를 축소하고 거주 중심으로 재편할지에 따라 시장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제율만 낮추는 경우라면 세 부담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수준에 그친다. 반면 보유 공제를 사실상 배제하고 거주 기간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개편될 경우 장기 보유만으로 혜택을 받아온 고가주택 보유자의 부담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핵심 변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주택 약 273만가구 가운데 약 83만가구(30.4%)가 비거주 주택으로 파악된다. 직장 이전,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유와 투자 목적 보유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지에 따라 적용 대상과 세 부담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예 기간과 예외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비거주 1주택이라고 해도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등 다양한 사유가 존재하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규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명확한 기준 정립이 이뤄지지 않으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은 재산세뿐 아니라 양도세까지 함께 고려되는 구조인 만큼 이미 세 부담 수준이 낮지 않다"며 "장특공제만 단독으로 손보는 방식보다는 전체 세제 체계 속에서 균형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