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압도’ 김부겸, ‘보수의 심장’ 대구는 왜 변심 중일까

변문우 기자 2026. 4. 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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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부터 낙후된 경제, 통합 무산까지 상처받은 민심…“이번엔 국힘에 회초리”
‘보수 역린’ 비켜가며 ‘선물 보따리론’…막판 보수층 결집·野 단일화 최대 변수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대구는 여전히 보수의 심장이다. 대구 시민에게 보수 정체성을 버리라는 것은 역린을 건드리는 셈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출마 선언 때 '계엄' '내란' 등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도 그 정서를 고려해서다. 반면 대구 시민들은 민주당에 대해선 일부 거부감이 있을지언정, 오랫동안 대구에서 소신으로 버텨온 김부겸이라는 사람은 적극 응원한다."(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8일 대구 북구에서 열린 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대구시장 후보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연합뉴스

김부겸, 여론조사에서 국힘 후보 모두에 앞서

그야말로 '김부겸 돌풍'이다. 민주당이 단 한 번도 공략하지 못한 난공불락 요새 같았던 대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김부겸 후보의 출마 이후 대구는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고, 김 후보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의 대구시장 탈환 가능성도 점점 높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들과 다자 구도는 물론, 일대일로 맞붙어도 압도적 차이로 우위를 지키고 있다.

'김부겸 돌풍'의 배경에는 무엇이 자리할까. 이번 지방선거 구도 자체가 여권에 유리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속에 여당 프리미엄이 작동하고 있다. 여기에 김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 더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그래도 대구다. '보수의 심장' 대구는 왜 대체 지금 변심하고 있는 것일까.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주목할 지점은 크게 3가지다. 먼저 ①'회초리론'이다. 대구 민심은 지금 두 번의 대통령 탄핵과 심각한 경제 상황을 초래한 보수 정당을 향해 회초리를 들겠다는 정서가 강하다. ②'부채 의식'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오랫동안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험지에 도전해온 김 후보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의 인식이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사뭇 다르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③'대구의 큰 그림'도 작동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후보가 대구시장에 당선되면, 우선 대구에 많은 예산과 선물 보따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동시에 김 후보는 대선주자 반열에 다시금 오르게 된다. '김부겸 대망론'을 '대구 대망론'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정서가 있는 것이다. 특히 김 후보는 현재 극단의 정치를 극복할 수 있는 소신 있고 합리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런 거물급 정치인을 대구가 띄워 올린다는 정서, 기대감 등이 복합 작용하고 있다.

실제 김 후보에 대한 대구 표심은 수치로 입증된다. 가장 최근 발표된 대구MBC·에이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는 다자 대결 구도에서 45.3% 지지율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17.2%), 추경호 의원(16.2%), 주호영 의원(7.4%), 유영하 의원(5.4%) 등 국민의힘 후보 모두를 압도했다. 양자 대결 구도에서도 △김부겸 49.2% 대 추경호 35.1% △김부겸 52.6% 대 유영하 26.0% △김부겸 51.5% 대 이진숙 33.4% △김부겸 50.1% 대 주호영 26.9%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4월18~19일 대구 유권자 1002명 대상 100% ARS 조사로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대구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된 핵심 이유로는 이른바 '회초리론'이 꼽힌다. 현재 대구가 국민의힘에 느끼는 일종의 배신감은 임계치를 넘은 수준이라는 평가마저 있다. 수십 년간 보수 정당에 한결같이 표를 몰아줬지만, 그 결과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역내총생산(GRDP) 성적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무산으로 5년간 20조원에 달하는 예산도 날아갈 위기에 놓여있다. 

시사저널이 지난달 대구에서 만난 한 시민(남성·50대)은 "보수 정체성·의리를 떠나서 '이렇게까지 밀어줬는데 돌아온 게 뭐냐'는 여론이 많다"며 "특히 행정통합 무산은 다들 심각하게 보고 있다. 광주·전남은 받는데 우리는 못 받고 있다는 박탈감도 크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보수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8년 단위로 두 번이나 탄핵당하면서 "우리는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 시민들의 자부심에 상처도 남겼다. 이런 벼랑 끝 상황임에도 국민의힘이 대구를 대하는 태도는 대구 시민들에게 영 못마땅하다. 민주당이 일찌감치 김 후보를 시장 후보로 확정해 원팀으로 움직이는 반면,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에서 교통정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내홍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컷오프(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위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보수 표심을 분열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들이 겹쳐 대구 여론도 "이번만큼은 보수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2024년 4월10일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당시 상임공동선대위원장)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민주당은 미워도 김부겸은 다르다"

물론 대구 표심이 민주당으로 쉽사리 마음을 돌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대구에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비토 정서와 정치 전반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지역 밑바닥에선 '민주당은 미워도 김부겸은 다르다'는 정서가 상당하다. 그는 대구에서 네 번 출마해 세 번 낙선하고 2016년 수성갑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번이 다섯 번째 도전이다. 대구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그 누구보다 오래된 '대구의 아들'인 셈이다. 

대구 정가에서는 김 후보가 수성갑 재선에 실패했던 2020년 민주당이 당시 전국 판세에서 우세했던 만큼 "개헌 저지선(국회의원 의석 300석 중 3분의 2인 200석 내외)마저 민주당에 넘어갈까" 우려했던 대구 시민들의 복합적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후보 개인이 싫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싹쓸이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구 시민들 사이엔 김 후보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과 애틋함도 형성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여기에 '전직 총리' 타이틀이 주는 중량감과 합리적 이미지, 보수·진보를 넘나드는 소통 능력, 중앙정부 인맥을 활용한 예산 확보 기대감 등이 결합되며 '민주당 후보라도 뽑아볼 만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 후보와 수십 년간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진수 전 보좌관은 '피렌체의 식탁' 칼럼을 통해 "2016년 김부겸 승리는 대구 시민들이 그를 싫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보수를 버리라고 하면 반작용이 오지만, 대구에도 야당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충분히 먹힐 수 있다"고 짚었다.

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르지만 벌써부터 차기 대권까지 염두에 둔 '김부겸 대망론'에도 불이 지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보수 노선과 맞물려 강성 지지층에 흔들리지 않고 대구에서 뚝심을 보여준 김 후보가 민주당의 대표적 통합형 주자로 부상해 대권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구 시민들 입장에선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한 지 오래됐고, 표심을 몰아준 보수 정당이 잇따라 실패하는 상황에서 "이번엔 대구가 새로운 정치의 중심을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겨나는 만큼 김 후보를 밀어줄 동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다. 12년 전 김 후보가 대구시장직 고배를 마셨던 2014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민주당'이라는 그릇 역시 김 후보의 약점이 아닌 든든한 뒷배로 작동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당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보수 전성기 속에 야당으로서 보수 텃밭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치를 살펴봐도, 당시 TK는 압도적으로 보수 편이었다. 2014년 한국갤럽의 6·4 지방선거 두 달 전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과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의 지지율 격차는 최소 42%포인트(새누리 56%-새민련 14%, 5월 2주 차)에서 최대 58%포인트(새누리 67%-새민련 9%, 4월 3주 차)에 달할 만큼 컸다.

하지만 지금은 중도보수론을 천명한 이재명 정부가 60%대에 달하는 지지율로 순항하고 있고 민주당도 여당 프리미엄을 강력하게 받고 있다. TK에서 정당 지지율마저 국민의힘과 민주당 간 동률 혹은 심지어 역전 결과도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 3월 3주 차 조사에서 민주당 29%-국민의힘 28%, 3월 4주 차 조사에선 양당이 27% 동률을 기록했다. 4월 3주 차 조사에서도 민주당 30%-국민의힘 3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 12년 전과 비교하면 TK 여론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긴 셈이다(4월 3주 차 조사 기준, 4월14~16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도 이 같은 판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삼고초려하며 김 후보의 출마를 설득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현역 의원들도 발 벗고 나서 김 후보를 물심양면 돕고 있다. 김 후보의 경북고 후배인 권칠승 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공보 역할에 주력하고 있고, 여기에 대구 출신의 박해철 의원과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주류인 김영진 의원이 캠프 주축을 맡고 있다.

'김부겸 대망론'도 솔솔…박근혜 등판은 변수

이들 외에도 김 후보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진영을 가리지 않고 대구 시정에 유능한 인사들을 총집결시켰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김 후보와 함께 대구에 파란 획을 그은 홍의락 전 의원은 물론, 보수 정당 소속이었던 권영세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안동시장도 영입했다. 또 박봉규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 임대윤 전 동구청장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총괄정책본부장에는 채홍호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 정책본부장엔 이효진 전 국무총리실 경제조정실장을 기용했다. 무엇보다 직전 대구시장이자 보수 거물인 홍준표 전 시장도 김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며 보수층의 이탈을 자극하고 있다.

다만 변수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이 추경호·유영하 예비후보 중 누구를 최종 후보로 확정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등판해 보수층 결집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등판 여부는 변수"라고 했다. 김부겸 캠프 관계자도 "아직 선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지금의 여론조사 수치로 우세를 판단하긴 어렵다"며 "특히 대구는 보수가 위기에 처했다고 느끼는 순간, 역결집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결국 남은 40여 일 동안 김 후보가 보수층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대구 발전' 청사진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후보가 띄웠던 박정희 컨벤션센터 설립과 같은 지역 상징 사업은 물론, TK 신공항과 정부 예산 확보 등 지역 성장 의제도 대구 시민들의 핵심 화두로 거론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김 후보는 대구에서의 무게감도 크고, 도덕성이나 구설을 비롯한 잡음도 제일 없다. 여기에 지도부에서도 김 후보 출마 과정에서 삼고초려하는 등 붐업 효과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이미지를 강하게 인식시켰다"며 "김 후보가 극적으로 당선된다면 지역주의를 뛰어넘는 통합형 대권주자로 강력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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