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낙원 '피지'에 쓰레기 발전소 짓겠다고?...나라가 '발칵'

김나윤 2026. 4. 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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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가 사실상 '쓰레기 처리장'으로 전락할 위기다.

호주 억만장자가 생태보존지역인 피지에 대형 폐기물 소각발전소 건설을 추진하자, 현지인들로부터 '폐기물 식민주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에서 폐기물 처리사업으로 갑부가 된 이언 말루프와 패션브랜드 쿠카이(Kookai)의 오너 롭 크롬브는 약 6억3000만달러(약 8700억원)를 투자해 피지 난디(Nadi) 인근에 폐기물 소각발전 시설과 항만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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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주민들이 폐기물 에너지 소각장 건설 제안 관련 공동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피지 환경기후변화부/AFP연합뉴스)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가 사실상 '쓰레기 처리장'으로 전락할 위기다. 호주 억만장자가 생태보존지역인 피지에 대형 폐기물 소각발전소 건설을 추진하자, 현지인들로부터 '폐기물 식민주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에서 폐기물 처리사업으로 갑부가 된 이언 말루프와 패션브랜드 쿠카이(Kookai)의 오너 롭 크롬브는 약 6억3000만달러(약 8700억원)를 투자해 피지 난디(Nadi) 인근에 폐기물 소각발전 시설과 항만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설은 연간 최대 90만톤에 달하는 재활용 불가능한 폐기물을 소각시켜 전력을 생산하려는 용도다. 발전용량은 피지 전체 전력 수요의 약 40%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이 시설이 가동될 경우 피지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5%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청정자연과 해양관광을 기반으로 한 피지의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환경적·경제적 타격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소각장 부지는 난디공항에서 약 15km 떨어진 지역으로, 인근에 마을과 학교, 호텔이 밀집해 있다.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피지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이노케 토라는 주민들의 반대 서명을 모아 수도 수바로 향하며 "이곳은 주민들이 매일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신선한 해산물을 먹는 해변의 낙원"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피지의 유엔대사 필리포 타라키니키니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 지역이 태평양의 재떨이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와 다이옥신이 먹이사슬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연간 최대 70만톤에 달하는 폐기물이 호주 등 해외에서 유입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 사업을 '폐기물 식민주의'라고 비판했다.

사업계획서에는 피지 내 폐기물뿐 아니라 호주와 주변지역에서 운송된 폐기물도 함께 처리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1998년 호주서 체결된 '유해 폐기물의 태평양 도서국 이전 금지 협약'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 호주 내에서도 반복된 바 있다. 말루프는 2018년 시드니에서 유사한 폐기물 소각 발전소 건설을 추진했으나 인체 건강 위험 등을 이유로 최종 불허된 전력이 있다. 당시 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스티븐 발리 전 블랙타운 시장은 "호주에서 나온 쓰레기를 디젤 트럭과 선박으로 피지까지 운송하는 과정 자체가 막대한 배출을 발생시킨다"며 "각국은 자국의 폐기물은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지 정부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빌라메 가보카 관광부 장관은 "이같은 시설은 다른 나라에서도 인구 밀집지역이나 산업시설과 떨어진 곳에 설치된다"며 관광 산업에 미칠 영향을 경고했다. 피지 환경기후변화부 역시 현재 해당 사업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사업자 측은 환경성과 에너지 효과를 강조하며 반박하고 있다. 크롬브는 "폐기물 소각 발전은 세계적으로 환경 기준이 높은 국가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라며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줄이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프로젝트는 해외 폐기물 수입이 목적이 아니라 피지 내 폐기물 처리와 에너지 수급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관광 의존도가 높은 피지에서 대규모 소각장이 가져올 환경·이미지 훼손이 치명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초 정착지로 알려진 해안에 폐기물 시설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상징적으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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