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맞고 있는데 갑자기 윗배 아프면···‘이 질환’ 의심해 보세요

김태훈 기자 2026. 4. 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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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석이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는 과정의 모식도. 국가건강정보포털

체중 감량 효과가 높다는 소문에 위고비·마운자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가 더욱 대중화되면서 투약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해야 할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급성 췌장염’이 발생 빈도는 낮지만 한번 발병하면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전조 증상을 미리 파악해두라고 조언한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투약 후 식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커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급격한 식사량 및 체중 감소가 몸에 의도치 않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췌장염 위험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는 데엔 담석이 형성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체중이 1주에 1.5㎏ 이상 빠르게 빠지면 간에선 콜레스테롤 분비가 늘어나는 반면 식사량이 준 탓에 소화를 돕는 담즙 분비 및 담낭 운동은 감소하기 쉽다. 여기에 GLP-1 주사제가 담도 운동을 추가로 둔화시키면 담즙이 고여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담석이 굳어지기 쉬워지며, 이 담석이 췌관을 막으면 급성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6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최신 국제 연구에선 해당 비만 치료제 사용군의 췌장염 발생 위험이 소폭 높게 나타났다. 보통 비만 치료제를 투약하면 초기에 가벼운 메스꺼움이나 소화불량을 겪는 경우가 흔해, 복부 불편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명치 끝이나 왼쪽 윗배를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면 급성 췌장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시영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염은 똑바로 누웠을 때 배가 팽팽해지며 통증이 악화되고, 몸을 앞으로 웅크릴 때 통증이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며 “특히 통증이 배에만 한정되지 않고 옆구리나 등으로 뻗어 나가는 방사통이나 고열, 심한 구토 등을 동반한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성 췌장염은 초기에 발견해 금식과 수액 치료를 병행하면 대부분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췌장 세포가 죽어가는 괴사성 췌장염이나 다발성 장기부전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만성 췌장염이나 당뇨병 같은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

이전에 췌장염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해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일부러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췌장염 병력이 있는 환자들을 추적한 연구에선 해당 치료제 투약 후 췌장염 재발률이 일반 인구의 재발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재발 원인의 절반 이상이 고중성지방혈증이나 음주 등의 요인이었으므로 투약 전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거나 담낭 질환이 있는 경우, 과음·흡연 등 개인별 위험 인자가 있는 경우 미리 위험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시영 교수는 “투약 중에는 주당 1.5㎏ 이상의 급격한 체중 감소, 지속적인 식욕 부진이나 거의 먹지 못하는 상태, 옅은 회백색 변, 오른쪽 윗배 불편감이나 팽만감 등이 나타나면 담석이나 췌장염의 전조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며 “체중이 너무 빨리 빠질 때는 약물 용량을 낮추고, 소량이라도 적절한 지방이 포함된 식사를 규칙적으로 유지해 담즙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담석과 췌장염 예방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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