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취미 생활 #1수동 렌즈로 사진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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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물론 사진은 일상처럼 찍어왔다. 몇 분 전에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점심에 먹은 순두부찌개를 찍었으니까.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진 이후로 사진 찍는 건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가 됐다. 꺼내서 툭, 또 꺼내서 툭. 사진을 찍는다기보다 그냥 기록해두는 습관 같았다. 스마트폰 사진첩에 퇴적물처럼 사진이 쌓일수록 갈증이 심해졌다. 사진은 사진인 너무 기록적이어서 사진 같지 않은 사진. 그런 사진 말고 다른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처음 필름 카메라를 들고 초점을 맞춰 사진을 찍던 대학생 때처럼. 뷰파인더 속에 대상을 담아 찰나를 훔치는 행위. 어떻게 보면 사진 그 자체보다 사진 찍는 행위를 제대로 즐기고픈 마음인지도 모른다. 물론 결과물이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보상일 테니까. 그렇다고 필름 카메라를 다시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집에 대학생 때부터 사용한 펜탁스 MX가 있다. 있지만, 필름을 넣고 찍은 다음에 인화할 의욕과 여력은 이제 없다. 필름도 비싸졌거니와 인화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귀찮다. 예전에는 당연하던 게 이젠 당연하지 않은 시대다. 그럼에도 예전에 소중하게 즐긴 느낌을 다시 만끽하고 싶었다. 아날로그 감각을 취하면서 디지털의 편리함도 누릴 순 없을까. 누릴 수 있더라.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었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디지털카메라에 어댑터를 끼워 수동 렌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거다 싶었다.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에 수동 렌즈 조합하기. 수동 렌즈는 있으니 카메라를 구해야 했다. 일단 풀프레임 센서 기종으로 선을 그었다. 센서가 클수록 결과물이 좋은 건 진리니까. 게다가 집에 있는 수동 렌즈는 펜탁스 MX에 물린 펜탁스-M 50mm F1.4 렌즈다. 크롭 센서 기종이라면 50mm 화각을 그대로 쓸 수 없다. 예전 필름 카메라 쓰던 느낌으로 50mm 화각으로 다시 사진과 친해지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기종은 소니 A7 중고. 소니 알파 시리즈의 첫 모델로, 출시한 지 13년 된 카메라다. 오래된 만큼 중고가가 저렴했다. 장난감처럼 갖고 놀고 싶었기에 가격은 낮을수록 좋았다. 지금 내게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했다. 더도 덜도 말고, 수동 렌즈를 조합할 풀프레임 센서를 품은 디지털카메라. 게다가 소니 알파 시리즈는 그동안 많이 팔려 렌즈 어댑터도 찾기 쉽다. 수동 렌즈는 필름 카메라 쓰면서 사용해봤다. 위아래 상을 합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와 조합하면 방식이 달라진다. 내부 설정에서 '렌즈 없이 촬영하기'를 활성화하고, 초점 영역을 색으로 표시하는 피킹 기능도 켜야 한다. 손으로 초점링을 돌리면 초점 맞는 부분이 지정한 색으로 바뀐다. 그렇게 숨죽이며 초점을 맞춘 채 셔터를 눌렀다. 찰칵. 오래된 수동 렌즈에 맺힌 사물이 어떻게 디지털로 기록됐을까. 디지털 사진이지만 필름 인화하는 기분으로 사진을 확인했다. 결과물은 이런, 초점이 맞지 않았다. 쉽지 않았다. 피킹 기능만으로 초점을 제대로 맞추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조리개가 1.4인 만큼 밝은 렌즈 특성을 살려 최대 개방해 촬영하면 더 어렵다. 오래된 수동 렌즈를 굳이 쓰는 이유가 뭔가. 서정적인 느낌을 원해서다. 그런 만큼 아웃포커싱으로 '배경 흐림 효과'를 극대화해야 제맛이다. 그렇게 찍으려니 초점 맞추는 것부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난관에 부딪쳤지만 계속 나아갈 의욕은 얻었다. 사진이 달랐다. 잘 찍고 못 찍고 얘기가 아니다. 사진에서 전해지는 결이 달랐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차가운 느낌이 든다. 후보정을 거치면 달라지겠지만, 일단 차갑다. 반면 오래된 수동 렌즈를 물려 찍으니 뿌연 안개가 낀 듯 아스라한 정서가 담겼다. 확실히 렌즈가 영향을 미쳤다. 최대 개방으로 조리개를 열면 사진이 부드러워지는 렌즈 특성이 있다. 또 하나는 미묘한 색감 차이. 분명 소니 카메라 이미지 센서다운 녹색이 스몄지만, 채도가 조금 달랐다. 두 요소가 영향을 미치며 다르다는 느낌을 전했다. 그게 중요하다. 다르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 스마트폰 사진과는 당연히 다르고, 최신 렌즈와도 또 달랐다. 당연하다. 사진의 질감은 우선적으로 렌즈와 센서가 좌우하니까. 디지털로 기록하지만 광학기기다운 특성이 도드라졌다. 오래된 수동 렌즈로 촬영하니 그 다름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계속 찍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나. 초점 맞추는 방법도 점점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카메라 디스플레이를 보며 맞췄다. 역시 잘 안 맞았다. 뷰파인더로 보면서 맞추기 시작했다. 초점 부분을 확대하는 기능도 활용했다. 뷰파인더로 보면서 초점 부분을 확대해 맞추면 실패가 적었다. 무엇보다 전자식이지만, 뷰파인더를 보며 촬영하는 재미가 있었다. 초점도 맞추다 보니 셔터 한 번 누르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찍는 시대에 굳이 느리게 찍는 재미를 즐겼다. 빠른 시대니까 오히려 느리게 찍는 재미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자연스레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던 시절도 떠올랐다. 그때도 그랬지. 뷰파인더를 통해 초점을 맞추고 찰칵. 필름이기에 한 장씩 뭘 찍을지 고심하던 모습도 스쳤다. 본체가 디지털카메라이기에 제한은 없지만, 마음만은 조심스레 셔터를 눌렀다. 확실히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를 즐기게 됐다. 수동 렌즈를 물려 촬영하는 재미를 알게 되니 다른 수동 렌즈도 궁금해졌다. 마침 펜탁스-M 50mm F1.4 렌즈 외에도 렌즈 두 개가 더 집에 있었다. 펜탁스-M 줌 40~80mm F2.8~4 렌즈와 호루스벤누 리미티드 스타 MC 50mm F1.7 렌즈. 호루스벤누 렌즈는 수동이지만 아주 오래된 렌즈는 아니다. 호루스벤누는 중국 회사다. 카메라 렌즈뿐 아니라 카메라 용품까지 만든다. 저렴한 가격에 쓸 만한 렌즈를 만들어 이름을 알렸다. 상업 사진가들에겐 고려 대상이 아닌 렌즈지만, 취미로 즐기는 사람에겐 고마운 렌즈다. 낮은 비용으로 조금 다른 렌즈를 접할 기회를 주니까. 호루스벤누 리미티드 스타 MC 50mm F1.7 렌즈는 10여 년 전 '감성 렌즈'로 통했다. 최대 개방으로 촬영하면 배경이 흐려지며 독특한 무늬를 만들어내는 까닭이다. 일명 '회오리 보케(빛망울)' 렌즈. 이런 특징은 정밀한 광학기기로선 단점이다. 하지만 정밀하지 않아서 생긴 단점이 오히려 감성적인 매력으로 다가온다. 취미의 영역이니까. 수동 렌즈는 수없이 많다. 오래된 수동 렌즈뿐 아니라 요즘 새로 출시하는 수동 렌즈도 있다. 취미의 영역에서 감성을 건드리는 렌즈를 찾는 사람이 있어서다. 그러니까 수요층이 형성됐다. 수동 렌즈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중고 시장에서 거래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찾는 사람은 계속 찾게 되는 마니아의 세계인 셈이다. 나 역시 수동 렌즈 몇 개 경험해보니 다음에는 뭘 들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라이카 렌즈는 못 사도 보이그랜더 렌즈는 살 수 있잖아. 아예 미지의 영역인 오래된 소련 렌즈를 이베이에서 찾아볼까. 던전 탐험하듯 남대문시장 중고 카메라 매장을 다녀볼까. 아직 마음만 앞선다. 일단 지금 보유한 수동 렌즈를 돌려가며 써볼 생각이다. 뷰파인더를 보며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일련의 과정만으로 즐겁다. 각 렌즈의 특성을 더 깊게 탐구할 여지도 있다. 사실 오래된 수동 렌즈를 디지털카메라에 물려 사진 찍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이번에는 오래 보유할 생각이다. 과거에 사진 좀 찍어보겠다고 사고판 디지털카메라가 수두룩하다. 이번 조합은 새삼 새롭다. 느리게 찍는 재미를 들이니 뭘 찍을지 고민하게 된달까. 그렇게 진득하게 찍어보려 한다.
오래된 수동 렌즈로 촬영하니 그 다름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계속 찍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언젠가 써보고 싶은
수동 렌즈의 세계는 깊고도 넓다. 그중에서 한 번쯤 써보면 좋을 렌즈를 추렸다.

1. 보이그랜더 녹턴 35mm F1.4
오스트리아 브랜드지만 현재 일본 코시나가 판권을 사들여 렌즈를 제작한다. 지금도 수동 렌즈를 만들어 올드 렌즈의 감성을 새 제품으로 즐길 수 있다. 조립 품질의 완성도가 높고, 초점링 감각도 좋다. 다양한 카메라에 대응하는 렌즈를 만들지만, 라이카 M-마운트 렌즈가 널리 퍼졌다. 라이카 렌즈가 비싸기에 그 대안으로서 완성도 높은 보이그랜더 렌즈를 찾는 까닭이다. 그중 녹턴 35mm F1.4는 대표적인 렌즈. 작고 외관이 고전적이어서 인기가 많다. 디지털카메라에 물려도 렌즈의 외관 특징으로 고전적인 카메라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감성 렌즈.
2. 펜탁스 슈퍼-타쿠마 50mm F1.4
펜탁스 올드 렌즈의 고급 라인업인 타쿠마 렌즈다. 간단하게 슈퍼-타쿠마라 통칭했지만 전기형, 후기형, 멀티코팅 적용 등 개량형이 꾸준히 나왔다. 1964년 처음 출시해 1970년대 중반까지 펜탁스 광학 기술을 뽐낸 렌즈다. 반세기 전 렌즈지만, 지금도 어댑터만 있으면 여러 디지털카메라에 물려 사용할 수 있다. 오히려 말끔한 사진보다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을 원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많이 찾는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봐도 슈퍼-타쿠마 50mm F1.4로 촬영한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은은한 빛 번짐과 부드러운 보케가 특징이다.
3. 7아티산 35mm F1.2
수동 렌즈를 쓰는 이유는 많다. 그중 하나는 낮은 가격에 밝은 렌즈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조리개 숫자가 낮을수록 렌즈는 비싸다. 반면 수동 렌즈는 F1.4 렌즈도 가벼운 마음으로 손에 넣을 만하다. 가격도 낮고, 재미로 접근하기 좋으니까. 게다가 수동 렌즈 만드는 중국 렌즈 회사도 여럿 늘었다. 7아티산 35mm F1.2는 무려 10만원대다. 새 제품인데도 그렇다. 게다가 조리개는 1.2까지 개방할 수 있다. 수동 렌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혹할 만한 숫자다. 가격도, 조리개도. 밝은 렌즈로 특별한 사진을 담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고마운 렌즈다.
4. 호루스벤누 리미티드 스타 MC 50mm F1.7
중국 브랜드 호루스벤누가 피닉스의 50mm F1.7 렌즈를 기반으로 새롭게 만들었다. 수동 렌즈를 써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입문용 렌즈라 할 수 있다. 입문용이지만 즐길 요소가 많다. 우선 F1.7인 밝은 렌즈다. 최대 개방으로 촬영하면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듯한 특유의 보케를 만들 수 있다. 보케가 균일하지 않은 현상은 완성도 낮은 렌즈의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의외성이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온다. 재미로 촬영하는 사람에겐 조금 다른 사진이야말로 다음 장을 찍게 하는 동력이니까. 진득한 색감도 이 렌즈의 매력을 높인다. 라이카 오래된 수동 렌즈에 관심이 생기면 결국 라이카 렌즈를 기웃거리게 된다. 사든 안 사든 궁금하니까.
5. 라이카 주미크론 50mm F2 리지드
렌즈는 가장 라이카다운 외관으로 유명하다. 서늘한 금속 질감을 품은 작고 얇으면서 긴 외관이 특징. 초점링과 조리개링을 조작할 때 느껴지는 정교한 감각이 라이카다운 완성도를 구현한다. 올드 렌즈지만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결과물을 선사한다. 최대 개방에선 부드러운 느낌을, 조리개를 조금만 조여도 날카로운 해상력을 표현한다. 라이카답게 중고 올드 렌즈인데도 가격이 상당하다. 생산 시기나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
6. 주피터 3 50mm F1.5
소련에서 생산한 렌즈다. 라이카 M39 마운트에 대응한다. 자이스 소나 50mm F1.5 렌즈를 기반 삼아 만들었다. 즉, 라이카용 독일 렌즈를 소련식으로 만든 렌즈라 할 수 있다. 생산 시기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을 거쳤으니 상태 좋은 제품을 구하는 게 관건이다. 낯선 소련 렌즈인 만큼 보통 이베이를 통해 구한다. 올드 렌즈의 특징을 그대로 구현하면서, 특히 빛에 따라 독특한 플레어를 담아낸다. 살짝 흐르는 듯한 보케도 특징. 때로 회오리 느낌도 표현한다. 상황에 따라 개성과 감성이 뾰족한 결과물을 내보인다.
어디서 구하냐면?
탐험하듯 찾아보면 보물 같은 수동 렌즈를 발견할 수 있다.

1. 카메라 커뮤니티 사이트
수동 렌즈는 새 제품도 있지만 유명한 렌즈는 거의 올드 렌즈다. 그러니까 중고로 살 수밖에 없다. 중고로 살 때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역시 중고 거래 사이트다. 당근마켓이 제일 먼저 떠오를 테지만, 올드 렌즈는 시장이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마니아의 취미다. 소규모로 알음알음 사고판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가 아닌, SLR클럽 같은 카메라 커뮤니티 사이트의 장터를 살펴보는 게 더 승산이 높다. 각 카메라 커뮤니티 사이트도 유용하다.
2.이베이
수동 렌즈, 특히 올드 렌즈는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중고로 돌고 도는 시장이니 가장 큰 시장에서 매물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니까 이베이. 대표 올드 렌즈뿐 아니라 소규모로 생산된 희귀한 렌즈도 발견할 수 있다. 필름 카메라 시절 수많은 회사에서 만들어낸 다종다양한 렌즈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게다가 이베이에 형성된 렌즈 가격은 한국보다 다소 저렴하다. 세상은 넓고 렌즈는 많다. 그리고 이베이에 거의 다 있다.
3.남대문시장
남대문시장에는 예로부터 수입 물품이 많았다. 카메라도 빠질 수 없다.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남대문시장에는 카메라 가게가 즐비했다. 지금도 명맥을 유지한다. 숭례문 건너편 길가에 카메라 가게가 모여 있고, 수입상가 지하에도 여럿 있다. 가게마다 새 제품을 비롯해 중고 제품도 매입하고 판매한다. 던전 탐험처럼 이 가게, 저 가게 들르다 보면 원하는 렌즈를 찾을 수 있다. 우연처럼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올드 렌즈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4. 충무로
남대문시장처럼 충무로에도 카메라 가게가 많다. 각 가게는 조금씩 떨어져 있지만, 충분히 카메라 거리라 칭할 수준으로 모여 있다. 각 카메라 수입사도 충무로에 있다. 라이카와 핫셀블라드를 수입·판매하는 반도카메라가 대표적이다. 그곳에선 라이카 중고 렌즈도 살 수 있다. 그 주변을 거닐며 눈에 띄는 카메라 가게를 섭렵하다 보면 괜찮은 수동 렌즈 하나쯤은 건질 수 있다. 가게마다 보유한 렌즈가 다르니 발품은 필수다.
INTERVIEW
올드 렌즈를 찾아서
렌즈 리뷰어 채동우는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써오던 렌즈를 포기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 수동 렌즈를 사용했나?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쓰던 렌즈들이 있었다. 이 렌즈를 계속 쓰고 싶은 마음에 디지털카메라에 물려 사용했다. 처음에는 크롭 센서 미러리스 카메라와 함께 썼다. 하지만 원래 렌즈의 화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다가 풀프레임 센서 카메라인 소니 A7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조합하기 시작했다.
소니 A7을 사용하면서 주력으로 쓴 올드 렌즈는 뭐였나?
대표적으로 소련에서 만든 주피터-3 50mm F1.5 렌즈를 썼다. 1950년대 만들어진 건데, 지금 봐도 놀랄 정도로 작고 가볍다. 요즘 50mm F1.4나 F1.2 렌즈 생각하면 훨씬 작다. 소련 렌즈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있다. 역사부터 재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기술과 설비, 심지어 사람까지 데려가 만든 렌즈들이거든. 그러니까 단순히 올드 렌즈라서 사용한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흥미롭고, 결과물도 독특하다.
계속 수동 렌즈를 쓰는 이유는 뭔가?
우선 작고 가볍기 때문이다. 필름 카메라 시절 주로 쓰던 라이카 M39 마운트 렌즈들이 대부분 SLR 렌즈보다 훨씬 작거든.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고, 바꿔 끼우는 것도 편하다. 그다음은 결국 결과물. 예를 들어 주피터-3 50mm F1.5나 캐논에서 만든 M39 마운트 50mm F1.2 같은 렌즈들이 보여주는 보케는 요즘 렌즈와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캐논 50mm F1.2는 렌즈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에 주변부에 살짝 회오리치는 느낌이 생긴다. 요즘 기준으로는 결함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점이 올드 렌즈만의 매력이다. 요즘 렌즈는 너무 완벽하고 깔끔하다. 그런 완벽함으로는 얻지 못하는 결과물이 있다.
오래된 렌즈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궁금해서 파고들었나 보다.
맞다. 몇 년 전에는 러시아에서 만든 서민용 플라스틱 카메라에 달린 유리 렌즈를 디지털카메라에 붙일 수 있을까 싶어 개조를 맡긴 적도 있었다. 렌즈 유리 깨먹고 실패했다. 토이 카메라 같은 렌즈도 개조해 결합한 적도 있다. 그런 렌즈가 빛을 정면으로 받았을 때 만들어내는 독특한 플레어가 신기했다. 다른 사람들은 실패한 사진이라고 할지 몰라도 난 오히려 궁금했다.
올드 렌즈는 주로 어디서 구했나?
거의 이베이에서 구했다. 국내 중고 거래로 구할 수도 있는데, 가격 생각하면 이베이가 훨씬 낫다. 물론 상태가 나쁜 꽝을 뽑을 수 있지만, 아직 렌즈 사면서 그런 적은 없었다. 운이 좋았다.
올드 렌즈를 사용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렌즈는 뭔가?
무조건 주피터-3 50mm F1.5. 작고 가볍고, 결과물도 지금 렌즈들과 확실히 다르다. 디지털카메라에 물리면 주변부 선명도가 부족한데, 그게 매력이다. 요즘 렌즈로는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없다. 하나 더 꼽자면 주피터-11 135mm F4도 추천한다. 주피터 렌즈 중에서도 가격이 꽤 싸다. 이 렌즈는 망원인데도 굉장히 가볍다. 최대 개방이 F4라서 숫자만 보면 심심한 듯하지만, 망원이라 보케도 충분히 생기고 압축감도 좋다.
언젠가 찍어보고 싶은 '꿈의 렌즈'가 있나?
자이스에서 만든 50mm F0.7 렌즈. 전설 같은 렌즈다. 원래 영화용으로, 어두운 환경에서 빛을 더하지 않고 촬영하기 위해 사용했다. 애초 수량도 적어서 지금은 유니콘 같은 렌즈라고 봐야 한다.
CREDIT INFO
Editor 김종훈
Photographer 이준형(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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