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취미 생활 #2아저씨를 이해한다

아레나옴므플러스 2026. 4. 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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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뛰고 나면 드는 생각은 뻔하다. 다시는 뛰지 않겠다. 그럼에도 고통은 자꾸만 미화된다. 다짐하고 후회하기를 반복하며 산에 오르는 동안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이래서 아저씨들이 산에 가는구나. 그 마음을 헤아리며 아차산을 뛰고 왔다. 역시나 즐거웠다.

눈앞은 캄캄해지고, 찬 공기가 허파를 들락날락하는 소리만이 허공을 갈랐다. 목에서 피 맛이 느껴질 때쯤, 익숙한 얼굴이 불쑥 적막을 깨고 나타났다. "다시 출발하셔야죠?" 돌이켜보면 나의 첫 트레일 러닝 경험은 악몽이었다.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작년 가을, 국내에서 트레일 러닝화 브랜드 노다를 홍보하는 김성민과 만났다. 그는 얼마 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리는 UTMB 대회를 완주한 트레일 러닝 전문가였다. 대단한 양반이군. 속으로 생각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그는 내가 함께 달리기에는 너무 빨리, 너무 멀리 달리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이어지는 대화에서 생겼다. 알고 봤더니 그는 군대 선임이었고, 그때부터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가 인사치레로 "언제 한번 같이 뛰셔야죠?" 하던 말 뒤에 어느 순간부터 "해병이 나약하구만" 하는 말이 붙었다. 그렇게 피하고 피하다 지난 늦겨울 그와 처음으로 북악산을 달렸다. 노다에서 주최한 러닝 세션이었고, 초심자들 위주로 모여 가볍게 5km만 달릴 테니 부담 없이 참여하라고 했다. 그 말을 믿었다. 평소 한강 5km는 부담 없이 뛰었으니 정말로 부담 없는 마음으로 갔다. 그렇게 저녁 7시부터 이어진 러닝 세션은 새해 들어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얼마 못 가 나는 울고 싶어졌다. 초심자 위주라던 참가자들은 막상 산속으로 들어서자 올해 목표로 삼은 풀 마라톤 대회 계획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 무리 속에서 나는 속수무책으로 뒤로 밀려났다. 그날 완주한 이유는 딱 하나다. 낙오되면 그곳에서 죽을 것 같았다. 해가 떨어진 밤은 추웠다. 불빛도 없어 낙오하면 그대로 동사할 것 같았다. 살려고 뛰었다. 그리고 다시 산 아래로 돌아와서 다짐했다. '다시는 산 안 뛴다.' 다짐과 달리 그 후로도 산을 뛰고 있다. 남산 아래 후암동으로 이사하고 난 뒤 자연스레 남산을 뛰게 됐다. 한강에서 러닝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사전 준비 시간이 길었다. 집 앞에서 남산하늘숲깊 초입까지 걸리는 시간은 도보로 5분. 그렇게 남산을 오가며 조금씩 트레일 러닝에 재미를 붙였다. 고통은 미화되기 일쑤였다. 처음 업힐을 오를 때는 턱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견디지 못했다. 조금 더 참고 오르면 허벅지가 타들어가는 듯했고, 종아리는 모래주머니를 찬 듯 무거웠다. 하지만 내리막길에서 몸을 내던지듯 빠르게 달릴 때는 마치 스키라도 탄 듯 짜릿했다. 그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 트레일 러닝을 취미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이번 기사를 앞두고 함께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평소 달리던 코스와는 다른 지형을 달려보고 싶었고,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필요했다. 그래서 김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군말 없이 수락했고, 근접항공지원을 위해 좌표를 송신하는 미군처럼 간결한 메시지를 보냈다. '4월 10일 15시. 아차산성유원지입구.' 제 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심정이었지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이번 트레일 러닝에는 두 명이 함께하기로 했다. 김성민과 그의 직장 동료인 다니엘 브라이트. 웨일스 출신의 다니엘 브라이트는 체중이 93kg 나가는 건장한 유부남이다. 그는 매일 아침 막내아들을 태운 유모차를 끌고 4분 페이스로 10km를 거뜬히 달린다. 어떻게 무거운 몸으로 그 속도를 낼 수 있냐고 묻자 김성민이 대신 답했다. "다니엘은 고등학교 때까지 육상을 했어요. 웨일스에서 800m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갈 정도로 잘했대요." 또 한 번 지난겨울의 악몽이 떠올랐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근심이 더 깊어지기 전, 김성민과 다니엘은 아차산성유원지입구로 뛰었다. 등산로 초입을 따라 5분 정도 달리자 드넓은 화강암 지대가 등장했다. 그곳에는 분명 길이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달려오던 속도를 유지한 채 성큼성큼 암석 위를 뛰어올랐다. 의외로 그 뒤를 쫓아가다 보니 계단을 오를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다. 맨발은 아니었지만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발바닥에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로드 러닝을 할 때와는 다른 즐거움이었다. 먼저 능선에 올라가 내 모습을 지켜보던 김성민이 말했다. "산에서는 보폭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자신에게 맞는 보폭을 찾아야죠. 그래야 부상 위험이 줄고, 페이스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어요."  산속에는 곳곳에 박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쉽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잰걸음으로 지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보폭을 유지하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점차 호흡이 편해졌다. 로드 러닝을 할 때는 쳇바퀴를 굴리는 느낌이라면, 산에서는 슈퍼마리오가 되어 굴뚝을 뛰어넘고 독버섯을 피하는 기분에 가깝다. 산길을 달리는 시간이 명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음 발걸음 내디딜 곳에 돌이 있는지, 내 심박수가 얼마나 올라왔는지, 무릎이 너무 벌어지지는 않았는지 등 오직 내 몸에 일어나는 변화만을 생각하며 달리는 것. 언젠가 유튜브에서 보았던 '생각 비우기 명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환점으로 삼았던 2.5km 구간에는 아차산성이 기다렸다. 누적 상승 고도는 어느새 250m. 63빌딩 높이만큼 올라오자 눈앞에 절경이 펼쳐졌다. 그곳에서 본 풍경은 남산에서 바라보던 서울과는 또 다른 서울이었다. 한강 너머 롯데월드타워는 화살촉처럼 빛났고, 그 주변에 빼곡히 올라간 아파트숲은 미니어처처럼 보였다. 기어이 올라왔구나. 그곳에서 우리는 사진을 몇 장 남기고, 끝나기만을 바라던 길을 고스란히 되짚어 돌아갔다. 까마득해 보이던 화강암 지대가 다시 나타나자 이번에는 덜컥 겁이 났다. 원래 같았으면 주저앉아 엉덩이를 깔고 천천히 내려왔을 테지만 김성민과 다니엘은 되레 속도를 올렸다. "내려갈 때는 신발 앞코로 돌을 찍듯이 내디뎌야 해요. 그래야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거든요." 김성민은 마치 삶에 미련이 없는 사람처럼 빠르게 산을 뛰어 내려갔지만 그 뒷모습에서는 한 치 두려움 없이 즐거움만 느껴졌다. 두 발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스릴감이 발끝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졌다. 산에서 내려왔을 때는 누적 거리 5km가 깔끔하게 채워졌다. 정확하게 한 시간. 572kcal를 태운 꽤 격렬한 운동이었지만, 운동을 했다기보다 잘 놀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은 봄과 가을이 다르고, 낮과 밤이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그러니 매일 같은 산을 올라도 매번 다른 산을 오르는 셈이다. 트레일 러닝에 관심이 생긴 이후로 주변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산을 오르기 전에는 주말마다 형광색 바람막이를 입은 등산객 아저씨를 보면서 신기했다. 아저씨들은 왜 이렇게 산을 좋아할까. 하지만 산을 달리면서 아저씨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마다 산을 오르는 속도는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그곳에서는 누가 더 빨리 달리고 오르느냐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각자 갈 길을 오르고 내려오면 그만이다. 아저씨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깨달았다. 나도 이제 아저씨가 됐구나. 아무렴 어떤가. 산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있고, 서울에는 정말 많은 산들이 있다. 그러니 이렇게 생각하기로 하자. 아저씨가 되어도 서글퍼할 필요는 없다고. 

저마다 산을 오르는 속도는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그곳에서는 누가 더 빨리 달리고 오르느냐 이야기하지 않는다.

산에서 살아남기
트레일 러닝은 모험이고 생존이다. 산에서 뛸 때 반드시 필요한 생필품 리스트. 

1.디스트릭트 비전  타케요시 알티튜드 마스터
디스트릭트 비전은 러너들에게는 프리미엄 아이웨어 브랜드로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디스트릭비전의 아이웨어는 뉴욕 운동선수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일본 안경공학자들이 설계해 완성했다. 그중 타케요시 알티튜드 마스터는 무난한 디자인으로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다. 무게는 24g으로 아주 가벼운 편. 안경 프레임은 자연스럽게 얼굴을 감싸는 곡선형으로 완성해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도 불편함 없이 착용할 수 있다. 렌즈는 안개와 가벼운 빗방울을 흡수하도록 설계해 궂은 날씨에도 선명한 시야를 제공한다.  

2.코로스 페이스 4
GPS 워치가 없어도 달릴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떤 속도로 얼마나 달렸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면 더 재미있게 달릴 수 있다. 우선 큰 화면이 중요하다. 정신없이 달리면서도 한눈에 정보를 볼 수 있어야 하니까. 코로스 페이스 4에는 1.2인치 터치스크린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코로스 앱 역시 유용한 도구. 터치 몇 번으로 손쉽게 트레일 러닝 코스를 짤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먼저 만들어둔 러닝 맵을 워치로 가져와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배터리는 GPS 활성화 중에도 최대 41시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편이다.  

3.arc  디스턴스 러닝 밴드
이제 막 러닝을 시작한 사람이 전용 베스트나 벨트를 차고 달리는 모습은 꼴 보기 싫을 수 있다. 하지만 산에서 달릴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트레일 러닝은 기본적으로 산에서 이루어진다. 중간에 보급할 곳이 많지 없고, 언제 어디서 응급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 또한 지형을 손으로 짚어가며 달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므로 두 손은 늘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니 러닝 벨트를 꼭 챙기자. arc 러닝 벨트는 수납공간이 1.5L나 된다. 한 시간 이상 트레일 러닝을 할 때는 보조배터리, 선크림, 간단한 간식이나 에너지젤을 챙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4. 노다 002
평소 신던 러닝화를 산에서 신고 달린다면 30분도 지나지 않아 발목이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산은 일반 도로와 달리 울퉁불퉁한 '테크니컬' 지형이다. 그러므로 발목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면서도, 접지력이 있어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트레일 러닝 전용 신발을 신는 것이 중요하다. 002는 트레일 러닝 브랜드 노다가 바위산 같은 험난한 지형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다. 신발 바닥에는 비브람의 메가그립 아웃솔을 적용해 바위는 물론 이끼 위에서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돌과 바위가 많은 한국의 산을 달릴 때 더욱 안성맞춤인 신발. 

5.와이즈  울트라 캡
모자는 산을 달릴 때 강한 자외선을 막아줄 뿐 아니라, 눈으로 흘러 들어가는 땀을 막는 역할도 한다. 그 때문에 디자인만큼 소재가 중요하다. 프랑스에서 설립한 와이즈는 산에서 42.195km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 트레일 러너를 위한 장비를 만든다. 오랜 시간 달리는 러너에게는 내구성과 함께 피부가 쓸리지 않는 것이 중요했고, 실제 트레일 러너들의 피드백을 받아 신소재를 활용한 아이템을 선보인다. 와이즈 울트라 캡은 양옆에 메시 소재를 적용해 뛰어난 통기성을 자랑한다. 모자챙은 유연한 소재로 제작해 접어서 주머니나 가방에도 손쉽게 보관할 수 있다. 

6.나이트코어  UT27
야간 트레일 러닝은 트레일 러너에게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어두컴컴한 산길을 달리는 건, 낮에 달릴 때와는 또 다른 모험을 선사한다. 문제는 산에 가로등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야간 산행에 헤드랜턴은 필수다. UT27은 나이트코어가 아웃도어 애호가들을 위해 내놓은 다목적 헤드랜턴. 작동 방법은 간단하다. 랜턴 위에 달린 버튼을 1초 동안 누르면 전원이 켜진다. 랜턴은 밝기는 물론 상하 각도 조절이 가능하며, 배터리와 헤드밴드를 포함한 무게도 74g 수준으로 남녀 모두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다.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로 작동하며 AAA 배터리와도 호환된다.

트레일 러너들의 방앗간
산을 뛰기 시작했다면 꼭 한 번 들러야 할 서울의 공간들. 

1. arc 올림픽공원
러닝 브랜드 arc는 신발을 제외한, 달릴 때 필요한 모든 아이템을 만들고 있다. arc는 'A Running Club'의 준말. 국내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합리적인 가격대와 뛰어난 내구성의 아이템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월, arc는 서울 러너에게 가장 사랑받는 러닝 코스 중 하나인 올림픽공원 앞에 첫 매장을 열었다. 러닝 시작 전 들르면 좋을 장소. 분명히 하나쯤은 건질 물건이 있을 것이다.
주소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2길 8 103호

2.아웃오브올 서교점
합정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아웃오브올 서교점. 오래된 구옥을 새롭게 꾸며 완성한 이곳에서는 트레일 러닝에 관심이 생겼다면 알게 될 거의 모든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아웃오브올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러닝 세션도 부지런히 준비 중이다. 평소 눈여겨보던 아이템을 구매에 앞서 테스트하는 것은 물론, 러닝 메이트를 찾고 있던 이들이라면 아웃오브올 공식 SNS 채널을 주목하자.  
주소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11

3. 굿러너 하우스
트레일 러닝 편집숍 굿러너에서 지난 3월 문을 연 러너 스테이션. 1층에는 러닝 전후로 에너지 드링크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2층에는 샤워를 비롯해 스트레칭과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위치는 뚝섬역 8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 정비를 마치면 중랑천을 시작으로 송정제방길, 용마산, 아차산, 어린이대공원, 성수 일대를 거치는 '로드 투 트레일'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6길 9

4.CAYL
2011년 서울에서 설립한 케일은 클라이밍과 볼더링 애호가들을 위한 기능성 옷들을 선보여왔고 트레일 러너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티셔츠, 바지, 재킷은 물론 산에서 달릴 때 입기 좋은 기능성 소재의 셔츠도 케일의 대표 아이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강서권에서 러닝 계획이 있다면 따로 시간을 내서라도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주소 서울 양천구 공항대로 594 사라제이빌딩 5층

INTERVIEW
트레일 러닝 길잡이
김성민은 놀듯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 트레일 러닝 브랜드 마케팅을 맡고 있는 그는 1년에 3000km 이상 달린다. 그중 절반은 산길이다.

사람들이 트레일 러닝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을 뛰는 건 정말 힘들다. 산을 오를 때도 내릴 때도 모두 뛰어야 하니까. 그만큼 아스팔트를 달릴 때와는 확실히 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트레일 러닝은 자연과 맞닿아 있는 스포츠이기에 눈으로 담는 풍경, 발에 닿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 내리막길을 달릴 때의 스피드. 훨씬 다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이다.

트레일 러닝을 위한 필수 준비물이 있다면?
가장 먼저 트레일 러닝화. 경험상 트레일 러닝은 로드 러닝보다 부상이 적다. 내리막길에서 달리는 것이 위험해 보여도, 내 몸에 맞는 장비만 잘 선택한다면 부상 위험도는 더 적다고 생각한다. 산에서는 쿠션이 너무 푹신하거나, 카본화처럼 탄성이 좋은 신발은 되레 독이다. 그보다 접지력과 안정성에 집중한 트레일 러닝화를 신어야 한다. 트레일 러닝을 하다 보면 손으로 바닥이나 나무 등을 짚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또 러닝보다 평균 소요 시간이 길기에 에너지젤 같은 보급품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입문 때부터 작은 가방이나 러닝 벨트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빠르게 내리막길을 달릴 때 햇빛이 시야를 가리면 위험할 수 있으니 선글라스나 모자도 챙겨야 한다.

초급자가 산에서 꼭 유념해야 할 점은?
달리고자 하는 산의 지형을 미리 파악해두면 도움이 된다. 먼저 다녀간 사람들이 만든 GPX 지도나 블로그에서 등산 후기를 살펴보자. 운동이 끝난 후 재미 요소도 있어야 한다. 새로운 산에 갈 때는 근처 맛집을 꼭 찾아둔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스마트폰 보조배터리를 챙기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거리 설정은 어떻게 하나?
만일 평지에서 10km를 쉬지 않고 한 번에 달릴 수 있다면 그 절반인 5km부터 시작해 천천히 거리를 늘려가는 방법을 권한다. 거리는 짧아도 고도차가 크면 난이도가 올라간다. 산에 오르지 않을 때도 계단을 한 칸씩 빠르게 오르거나, 오르막길에서 페이스를 유지하는 연습을 해보자. 앞이 아닌 위로 올라가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초심자에게 추천하는 서울의 트레일 러닝 코스는 어딘가?
남산, 인왕산, 대모산, 한양 도성길, 동작충효길. 모두 접근성이 훌륭하고, 지형이 까다롭지 않아 초심자가 재미를 붙이기에 좋은 코스다.

초심자부터 베테랑에게 추천하는 트레일 러닝 대회가 있나?
트레일 러닝에 갓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면 굿러너에서 운영하는 '동해 스카이레이스'를 추천한다. 난이도가 너무 높지 않고 운영도 탄탄해서 첫 대회를 경험하기에는 그만이다. 어느 정도 실력이 붙었다고 생각이 들면 '코리아 50K'에 나가보자. 국내 트레일 러너들 사이에서는 상반기 주요 대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하반기에는 '트랜스제주 by UTMB'가 기다리고 있다. 전 세계 트레일 러너들이 꿈의 대회로 꼽는 UTMB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스톤이 필요하다. 트랜스제주는 국내 대회 중 유일하게 스톤을 발급하는 대회로, 한라산 일대를 뛴다.

어떤 사람에게 트레일 러닝을 추천하나?
트레일 러닝 대회에서는 여느 스포츠와 달리 전년도 우승자와 기록을 잘 비교하지 않는다. 누가 더 빨리 달렸느냐보다, 저마다의 도전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모험을 즐기며 자기의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er 이준형(제품),
다니엘 브라이트(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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