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테슬라 24시간 거래한다…코인판 덮친 ‘新 서학개미’ 돌풍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6. 4. 2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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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도 안 자는 서학개미들
레버리지 ETF 대신 가상자산 거래소로
“실적 발표, 새벽에도 즉각 대응”
해외 거래소 중심 파생상품 급성장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전통 금융 자산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인 ‘트래디파이(TradFi)’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규장 중심의 낡은 거래 시간 구조를 깨고 24시간, 365일 거래가 가능한 코인 시장의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 시스템을 전통 주식과 원자재에 접목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리는 양상이다.

반면 파생상품 시장이 굳게 닫힌 국내에서는 막대한 국부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유출되고 있어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 주가를 추종하며 USDT로 정산되는 무기한 선물 상품인 TSLAUSDT.P의 거래 매개변수 화면. [출처=바이낸스]
24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바이낸스 등 해외 주요 디지털 자산 거래소들은 주식, ETF,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트래디파이 상품 상장을 크게 늘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 주가를 추종하는 ‘TSLAUSDT.P’와 나스닥 지수 ETF를 기반으로 한 ‘QQQUSDT.P’, 한국 ETF인 ‘EWYUSDT.P’ 등이 상장되어 활발히 거래 중이다.

은(XAG)과 금(XAU), 원유 등 원자재 기반 상품은 대표적인 실물 ETF 거래대금을 뛰어넘는 수준의 유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 28일 미국 정규장 마감 이후 테슬라가 실적을 발표하자, 현물 시장이 닫혀 있음에도 24시간 거래되는 TSLAUSDT.P가 선제적으로 가격 변동성을 소화하며 즉각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의 제약 없이 장외 거시 이벤트에 대응할 수 있는 트래드파이(TradFi)의 강점을 입증하는 사례다. [자료=바이낸스]
투자자들이 트래디파이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래시간의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 전통 증시는 정규장과 시간외 거래로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장 마감 후 발생하는 기업의 실적 발표나 중동 발 지정학적 위기 등 거시 경제 이벤트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트래디파이는 24시간 거래를 지원해 장외 이벤트에 먼저 반응하며 가격을 선반영한다. 실제 지난 4월 17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휴전 관련 뉴스가 장 마감 후 보도되었을 때 QQQ 현물은 거래가 멈췄지만 QQQUSDT.P는 즉각 반응하며 변동성을 소화했다.

또한, 기존 레버리지 ETF와 달리 매일 발생하는 리밸런싱에 따른 가치 훼손 우려가 없으며 거래 수수료와 펀딩비 외의 높은 운용 보수가 들지 않는다는 점도 장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다.

◆ 펀딩비와 ‘표시 가격’으로 가격 안정성 확보
바이낸스(Binance)에 상장된 주요 트래드파이(TradFi) 종목 리스트. 은(XAG), 금(XAU), 원유(WTI) 등 실물 자산은 물론 테슬라(TSLA), 나스닥(QQQ) 등 굵직한 전통 자산들이 24시간 거래되고 있다. [자료=신한투자증권]
트래디파이 상품은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USDT 등)으로 손익을 정산받는 가격 추종 파생 계약이다.

만기가 없어 롤오버 부담이 없는 대신 현물 가격과 선물 가격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펀딩비(Funding Fee)’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으면 롱(매수) 포지션이 숏(매도) 포지션에 비용을 지불하게 만들어 가격 하방 압력을 유도하는 식이다.

트래디파이(TradFi) 무기한 선물의 핵심 메커니즘인 펀딩비 구조. 현물과 선물 가격 간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롱(매수)과 숏(매도) 포지션 보유자가 상호 비용을 지급하며 가격을 수렴시킨다. [자료=신한투자증권]
주목할 점은 기초자산이 속한 전통 증권거래소들이 문을 닫는 주말이나 야간 시간대의 리스크 관리다. 기초자산의 현물 거래가 없어 벤더들이 제공하는 기준 가격(Index Price)이 멈춰 있을 때, 거래소는 자체 선물 체결가(종가)가 과도하게 튀어 강제 청산이 대량 발생하지 않도록 지수평활이동평균(EWMA)을 적용한 평가 가격인 ‘표시 가격(Mark Price)’를 산정해 청산 기준으로 삼는다.

주식형 트래디파이의 경우 주말이나 휴장일에는 표시 가격이 기준 가격 대비 3%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강제 제한하는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 90조원 해외로 짐 싼다…위기의 국내 금융 시장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의 외부 이전 금액 중 화이트리스트(해외사업자·개인지갑)로 유출된 규모가 2025년 하반기 기준 90조원에 달했다. [자료=금융위원회]
문제는 한국이다. 전통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주 5일 24시간 거래 체계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역시 거래 시간 연장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파생상품에 기반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유연성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국내 금융 당국은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의 정의에 가상자산을 포함시키지 않으며 디지털 자산 선물 상품 제공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위험 헤지와 고도화된 파생 거래를 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어쩔 수 없이 해외 거래소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금융위원회 조사 결과, 2025년 하반기에만 무려 90조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해외 사업자 및 개인 지갑(화이트리스트)으로 빠져나갔다. 이는 직전 반기 대비 14%나 급증한 수치로 사실상 자본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지지부진한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사업자 영업 행위를 규율하고 선물 거래와 트래디파이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야만 막대한 국부 유출을 막고 글로벌 금융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제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전통 증권거래소의 정규장 중심 구조만으로는 이미 글로벌 투자 수요를 충분히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통 거래소들의 24X7(24시간, 주7일) 거래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트래디파이 시장이 주말 거래에 대한 수요를 계속 흡수하며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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