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고소라도 당해봤으면" 3조 몸값 리벨리온…2세대칩 직접 보니

권순우 기자 2026. 4. 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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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은 현재 전 세계AI 생태계를 장악한 엔비디아의GPU를 대신할 '추론용AI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박성현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1세대 칩'아톰'의 상용화 성과와 더불어, 하반기 양산을 앞둔2세대 칩 '리벨(REBEL)'의 실물을 공개했습니다. 리벨리온의 핵심 전략은'효율성'입니다. 엔비디아 제품보다 발열과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낮춰,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토큰'을 생성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Arm과의 협력을 통해CPU와MPU가 통합된 차세대AI 플랫폼 시장에서 글로벌 챔피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권순우 기자: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님과 오늘 인터뷰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어디 행사장에서 반도체 학과 대학생들을 만났었어요. 어느 회사 가고 싶냐 그랬더니 리벨리온 얘기를 하더라고요. 사실 예전에 우리 농담 삼아 그런 얘기 한 적 있잖아요. 기업 가치를 4조로 만들 때까지 사조 참치만 먹겠다. 그래서 그때4조, 4조 얘기를 했었는데 지금 꽤 3조 이렇게 좀 넘어갔잖아요?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예, 얼추 다 가고 있습니다.

권순우: 그런데 투자자들의 기대도 있고 국민성장펀드1호 직접 투자를 받기도 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너무 부담스럽지 않나요?

박성현: 책임감과 부담이 크죠. 이제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야, 국민성장펀드1호인데 쟤 뭐 빨간 불에 길 건넌다" 소리 들을까 봐요. 그만큼 큰 배팅을 해 주신 거니까 사실 저 주주 명부에 대한민국 정부가 그대로 들어와 있는 거거든요. 예전에는 간접적으로 들어왔다면 지금은 대한민국 정부가 굉장히 큰 쿠션으로 들어와 있는 거니까 책임감도 있고 대신 또 든든하기도 하고요. 어쨌든 이게 가는 길이다, 나라에서 이렇게 밀어주기로 작정한 길이니까요. 사실 그 이전에도 무모하다면 무모한 여정에 함께하기로 한 분들이 모인 거라서 오히려 더 든든하게 가고 있습니다.

권순우: 지금 글로벌하게 AI 반도체 시장의 화두는 뭐예요?

박성현:조금 기술적인 이야기인데, 옛날에는 훈련이랑 추론 정도를 구분했다면 이제는 엔비디아만 하더라도 추론 안에서도 '프리필'이랑 '디코드'를 나누는 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문장을 이해하는 것과 이해한 다음에 답변을 내놓는 과정을 나누는 거죠. 이제는 GPU 하나로 다 하는 게 아니라 GPU와 NPU, 그리고 CPU까지 같이 들어옵니다. '에이전트AI'라고 해서 AI끼리 서로 이야기를 하는 거거든요. 예전에는 사람이 보기 편한 코드나 웹사이트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졌고 그러면서 CPU의 역할이 커졌습니다. 이제는 CPU랑 CPU가 페어링 되어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단일한 게 아닌 이종 컴퓨팅 플랫폼이 대세라고 보시면 됩니다.

권순우: 그러니까 예전에는 "엔비디아보다10% 더 빨라요, 전력 덜 써요" 하다가 이제는 칩 하나의 경쟁력이 아니라 에이전틱 AI를 구현하는 전체 패키지로 경쟁을 한다는 거죠. 그런데 파트너가 암(Arm)이에요. 모바일 시장 95%를 점유하고 있는 그 암 말이죠.

박성현: 맞습니다. 그게 제일 자랑스럽기도 한데, 암은 설계 도면을 파는 회사잖아요. 그런데 암 역사상 최초로 자기 CPU를 만드는데, 그 행사 때 NPU로 저희가 낙점이 돼서 에이전틱 AI 데먼를 했습니다. 한 달도 안 됐었죠. 암이 저희를 공식 인정해주고 리얼타임 데모를 한 건데, 이메일 열어서 보고 AI끼리 대화하는 사이에 암 CPU랑 저희 NPU가 붙어서 하는 걸 보여줬습니다. 이건 대한민국 반도체에 한 획을 긋는 일입니다. "저런 애들이 암의 카운터 파트로 가서 이런 걸 할 수 있단 말이야?" 하는 반응이 있었죠.

권순우: 대한민국 정도가 아니고 글로벌 반도체 세계에서도 엔비디아의 '그레이스(CPU) 호퍼(GPU)' 같은 구조에 맞서서 '암(CPU)과 리벨리온(NPU)'의 파트너십 경쟁이 되는 거네요. 와, 이거 되게 빅매치가 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말씀하시는 거 들어보면 AI 반도체가 오히려 범용 칩에 가까워질 거라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박성현: 정확히 그 말씀입니다. 범용GPU가 있고 NPU가 있는데, GPU는 약간 커스텀으로 내려오고 있고 저희 NPU는 범용성을 갖추며 서로 닮아가고 있습니다. 15년 전에 GPU가 CPU처럼 가고 CPU가 GPU를 쫓아갈 때와 비슷합니다. 여기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에이전트AI'가 결정해 줄 거라 생각합니다.

권순우: 지금 2세대 칩 '리벨(REBEL)'을 만들고 계시고 하반기에 양산 판매를 하게 될 거라는 보도가 있던데,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나요?

박성현: 설계 도면을 완성해서 삼성 파운드리나 TSMC 같은 곳에 넘기면 실리콘 웨이퍼를 줍니다. 그걸 패키징하면 칩 모양이 나오는데, 처음에 샘플을 가지고 고객사들한테 써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케이 좋다" 하고 의향서 같은 게 있어야 저희도 큰 돈 들여서 양산을 가는 거거든요. 그런데 '리벨' 칩은 지금 양산 웨이퍼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 말은 고객사가 확정되었다는 뜻이죠. 아직 밝힐 순 없지만요. 하반기에는 실제 납품하는 스테이지가 되는데, 대한민국 기준으로는 거의 첫 번째 서버급 칩입니다. 기존의 칩들은 그래픽 카드(RTX)랑 비교했었지만, 이건 진짜 엔비디아 H200이랑 딱 맞는 체급입니다. 특히 저희는 공냉식(Air-cooled)이라 선풍기만 돌려도 냉각이 됩니다. 수냉식보다 데이터 센터 구축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기존 센터를 새로 지을 필요 없이 그대로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미국, 유럽, 사우디 등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고 양산 웨이퍼가 흐르고 있는 겁니다.
2세대 REBEL100

권순우: 하반기에는 정말 가시적인 매출을 볼 수 있게 되겠네요. 아까 리벨의 경쟁력에 대해 성능도 좋지만 파워가 절반이라고 하셨는데, 다시 한번 짚어주신다면요?

박성현: 저희 하드웨어 스펙은 H200급이랑 동일합니다. 저희가 엔비디아 제품보다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엔비디아는 범용성이 강해서 훈련, 추론, 코인 마이닝, 그래픽 렌더링 다 잘하거든요. 우리가 그걸 다 이길 순 없지만, 딱 하나 추론은 동일 체급 대비 성능도20~30% 좋은데 파워는 절반입니다. 이걸 소비 전력으로 나눠보면 워크로드에 따라 두 배에서 세 배 가까이 효율이 좋습니다. 이건 저희가 SK텔레콤 데이터 센터 등에서 실제로 돌리면서 확인하고 있는 수치입니다. 토큰 만들 때 1달러가 아니라 0.3~0.5달러가 드는 세계 최고의 효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권순우: 시장은 결국 추론 쪽이 훨씬 커질 테니 시장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우디, 말레이시아, 일본 등 파트너십도 많이 하시는데 어떤 고민들을 나누고 계신가요?

박성현: 전 세계 공통으로 엔비디아 칩이 비싸고 구하기 힘들다는 고민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엔비디아가 모자란 만큼 다른 칩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특히 사우디 같은 경우는 제재를 한번 받아보니 "미국이 아닌 데서 소싱하자(Non-US)", 그리고 "엔비디아가 아닌 소싱을 같이 하자(Non-Nvidia)"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그 Non-US 분야에서 저희가 투자를 받은 거고요. 일본만 하더라도 본인들이 반도체나 모델을 만들 엄두를 잘 못 내는데, 한국은 반도체도 모델도 우리가 직접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이 자세만큼은 이미 세계 3강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순우: 리벨리온의 조직 문화나 핵심 가치는 어떤가요?

박성현: 제가 철학이 빈곤해서 깃발을 딱 세운 건 아니지만, 모인 사람들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엔비디아랑 한번 비벼보자, 맞아 죽더라도 엔비디아한테 맞아 죽자"는 사람들이에요. 이상한 애한테 지면 쪽팔리니까 세계 챔피언이랑 사각 링 무대에서 주먹이라도 한번 휘둘러보자는 거죠. 엔비디아한테 고소라도 한번 당해봤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엑설런스를 쫓는 게 자연스럽게 저희의 문화가 된 것 같습니다.

권순우: 대한민국이 정말AI 3강에 갈 수 있을까요?

박성현: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웃음) 제가10kg을 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마음을 먹어야 빼는 건데, 대한민국은 이미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른 나라는 돈과 인재가 너무 많이 드니까 시작도 전에 포기해 버리는데, 대한민국은 리더십부터 스타트업까지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저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순우: 참 무모한 도전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이점인 것 같습니다. 10년 후 리벨리온은 어떤 이름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박성현: 가슴 설레는 질문인데, 언더독으로 시작했으나 마침내 메이저가 된 팀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안 되더라도 저희가 시작한 위대한 여정 위에서 후배 팀이 마침내 성공할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돌 하나를 놓을 수 있는 팀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