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세계일보 그 분"...397억 걸린 윤석열의 결정적 한마디
‘윤석열 거짓말’ 사건 세 번째 재판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20일 열렸다. 윤석열 김건희 부부와 가까웠던 건진법사 전성배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전 씨는 김건희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알선수재 혐의로 1심에서 6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수감돼 있다.
전성배는 이날 재판에서 2013년경 김건희를 통해 윤석열을 소개받았고 이후 여러 번 만나 인생 상담과 정치 조언을 해 준 사실, 윤석열에게 정치인을 소개한 사실 등을 증언했다. 윤석열은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했다.
이 재판에선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다툰다. ①2012년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 당시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고도 소개하지 않았다고 토론회에서 말하고, ②2013년 이후 여러차례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를 만난 사실이 있음에도 만난 사실이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한 것이 대상이다. 100만 원 이상 실형이 선고되면, 윤석열을 대선 후보로 세웠던 국민의힘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397억 원을 토해내야 한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맺어준 인연
전성배 증인 신문을 통해 ‘윤석열-전성배-김건희’의 지난 10여년 인연이 대략 확인됐다. 정리하면 이렇다.
전성배가 처음 윤석열을 만난 건 2013년 경이다. 김건희가 소개했다. 윤석열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이끌다 징계를 받은 상태였다. 윤석열은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을 하고 민정수석을 했던 검찰 선배들에게 내 얘기를 해 줄 수 있는 사람, 나에 대한 오해를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전성배를 만났다”고 했다. 전성배도 수긍했다.
전성배와 윤석열은 이후 종종 만났다. 전성배의 집에서도 만났고, 윤석열의 집에서도 만났다. 김건희와 같이 만난 적도 있고, 김건희 없이 만난 적도 있다. 윤석열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전성배가 도움을 줬다. 윤석열이 징계를 받았을 때(2013년),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2014년), 국정농단 특검에서 일할 때(2016년), 추미애 법무장관과 갈등을 빚었던 검찰총장 시절(2020년), 검찰총장을 그만둘 때(2021년), 정치권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 등이다. 전성배 주변에서 “윤석열 부부가 전성배에게 의지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전성배는 법정에서 “윤석열 부부를 1년에 한두 번 만났다. 김건희가 전시회를 할 때는 자주 만났다. 윤석열보다는 김건희와 더 친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성배는 특검 조사에서 “윤석열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대선 후보가 될 때까지 3~4회 만났다”고 진술했다. 법정에선 말을 뒤집었다. “윤석열이 대선에 출마한 이후엔 만난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본 건 (2022년) 1월 1일”이라고 했다.
이날 재판에선 전성배가 윤석열에게 소개한 정치인 실명도 나왔다. 윤석열이 직접 말했다. ‘윤핵관’으로 불린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다. 윤석열과 윤한홍이 전성배 집을 찾아가 만난 일화도 소개됐다.
윤석열 발언 검증해 보니
특검이 거짓말로 의심하는 윤석열의 전성배 관련 발언은 2022년 1월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에서 나왔다. 행사가 끝나고 나가며 기자들과 가진 집단 인터뷰다. 잘게 나눠보면 거짓말은 2개다. ①전성배를 만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난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 ②김건희와 함께 전성배를 만난 사실이 있는데도 없다고 말한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만 보면 윤석열의 발언은 다 거짓말이다. 윤석열은 전성배를 2013년경부터 만났고, 김건희와 같이 만난 것도 여러 번이다. 다툼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특검이 제기한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 “인식에 기초한 발언이었고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일 나온 세계일보 기사를 염두에 두고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우발적인 말”이라는 취지로도 말했다.
윤석열이 언급한 세계일보 기사는 2022년 1월 17일자 1면에 실린 <윤 부부와 친분있는 무속인 선대본서 ‘고문’으로 일한다>이다.(아래 기사 참조) ‘무속인 전모(61)씨가 윤석열 후보 선대본부 하부 조직인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 이후 ‘윤석열 무속 논란’이 본격화됐다.

윤석열의 주장은 3단 논법으로 정리된다.
①기자들이 “전성배를 만난 사실이 있느냐”고 묻지 않고 “무속인을 만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②나는 전성배를 무속인이 아닌 불교인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무속인을 만난 사실이 없다”고 말했을 뿐이다.
③‘선거캠프에서 전성배를 소개받는 상황’을 묻는 질문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배우자와 같이 한 이전의 만남이 머릿속에 없었다.
윤석열의 주장을 검증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확인 가능한 오마이TV 영상으로 발언 내용을 확인했다. 행사장을 나오며 윤석열이 기자들로부터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북핵 관련 질문과 함께 무속인 관련 문답 3개를 주고받은 것이 확인된다. 첫 질문과 맨 마지막 질문 2개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 오늘 무속인 의혹이 계속 나왔는데 직접 말씀 좀 해주세요…
“하이 참, 그분이 무속인 맞습니까? 제가 당관계자한테 그분 소개받아 인사한 적이 있는데 스님으로 저는 알고 있고 법사라고 저는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이 여기(선거 캠프) 직책을 전혀 맡고 계시지도 않고 자원봉사자 이런 분들을 소개해 준 적은 있다고 하는데, 일정 메시지를 막 뭐…이런 기사를 제가 봤는데 황당한 얘깁니다.”
-무속인 분 만나셨다고 했을 때 아내 사모님과 같이 만나신 건가요?
저는 무속인을 만난 적이 없구요. 제가 세계일보에 언급된 분은 우리당 관계자분께서 이분이 많이 응원하신다고 인사를 한적은 있습니다만은, 선거에는 원래 다양한 분들이 오잖아요. 저는 스님이라고 소개를 받았습니다. 불교인이라고…”
- 배우자 분과 같이 만나신 건 아닌가요?
“그건 아니고…”
- 윤석열 후보 인터뷰 (2022.1.17. 불교리더스포럼)
빼박 증거 “세계일보에 언급된 분…”
윤석열의 주장처럼, 기자들의 질문엔 전성배가 등장하지 않는다. ‘무속인’으로 나온다. “무속인을 만난 적이 없다”는 윤석열의 말이 일면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윤석열이 직접 “세계일보에 언급된 분”이라고 말한다. 세계일보에는 ‘무속인’이 ‘전모(61) 씨’로 적시돼 있다. 기자들이 말하는 ‘무속인’이 ‘전성배’임을 윤석열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윤석열이 전성배를 무속인으로 알았는지 불교인으로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자들의 질문 요지는 분명히 “전성배를 만난 사실이 있는지?”였고, 윤석열은 이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윤석열은 인터뷰에서 “전성배를 스님으로 소개받았다”고 말한다. 윤석열에게 전성배를 소개해 준 사람은 배우자인 김건희다. 전성배는 법정에서 “윤석열을 처음 만날 때 김건희도 함께였다”고 했다. 따라서, “김건희와 같이 전성배를 만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마지막 답변도 허위 주장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해석은 불가능하다.
윤석열은 인터뷰에서 2013년의 첫 만남과는 별도로 “당 관계자로부터 전성배를 소개받았다”는 발언도 했다. 이미 알고 있고 시시때때로 인생상담까지 해줬다는 사람을 다시 소개받았다는 말인데, 이상한 주장이다.
‘윤석열 거짓말’ 다음 재판은 27일 오후에 열린다. 2012년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준 의혹과 관련된 발언의 허위 여부를 따진다. 윤석열이 소개해 준 것으로 알려진 대검중수부 검사 출신 이남석 변호사와 윤우진 전 서장이 증인으로 나온다. 이남석은 증인 출석 의사를 밝혔고, 윤우진의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한다. 뉴스타파가 법원에 제공한 ‘2012년 윤석열 녹음파일’도 공개된다.
뉴스타파 한상진 greenf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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