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운명…‘자신만의 길’ 뚫어내느냐에 달렸다 [김수민의 일침일갈]

김수민 시사평론가 2026. 4. 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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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재수를 먼저 치나…민주당 저격수는 장동혁 아닌 자신이란 메시지
기성 정치와 다른 ‘새 정치인’ 인상 심어야…단일화 해도 쉽지 않은 판세

(시사저널=김수민 시사평론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겪은 가장 불운한 사건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의 승리다. 간발의 차이로 지는 게 훨씬 남는 장사였다. 그랬다면 한동안 극우 부대를 통솔·관리하다가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자리로 옮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례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태극기 부대의 리더였던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보면 된다. 

지금 일반 국민이나 정치권 전반이나 장동혁 대표를 무섭거나 무겁게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장동혁이 어떻게 내려오는지'가 6·3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은 장 대표가 계속 국민의힘을 맡아주기를 바랄 테지만 '저런 야당으로는 정치가 최악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는 국민은 6월3일 선거를 계기로 장동혁 체제가 종식되기를 바랄 것이다.

이번 6·3 선거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오늘의 국민의힘 대 다수 국민'의 구도가 됐다. 이 차원에서 주목받는 사람은 둘이다. 하나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다른 하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이하 직함 생략)다. 엉망이 된 한 집안을 정리하는 데 두 가지 방법이 동원되는 것이다. 하나는 다른 집안에서 배출된 사람(김부겸)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 집안에서 배척당한 식구(한동훈)의 복수극이다. 드라마 《우아한 가》나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월14일 부산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마친 뒤 주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反與만으로는 부족, 개혁적 보수 이미지 필수

한동훈이 국민의힘 당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영남 지역에 출마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무소속 한동훈'에게는 영남 출마가 정면 승부다. 국민의힘이 그를 제명한 덕분이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한동훈의 악재였다. 가족이 썼어도 자신의 이미지로 연결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의 대응을 두고도 "도의적 책임감은 가지라"라는 핀잔이 나왔다. 그냥 놔둬도 한동훈은 조용히 하락할 판이었다. 이 흐름을 바꾼 게 '제명' 처분이다. 무소속 후보에게는 공천장이 없는 법이지만 한동훈에게는 있다. 장동혁이 준 '영남 공천장'이다. 

한동훈이 대구가 아니라 부산을 택한 것은 장동혁 체제를 더욱 괴롭힌다. 대구는 한동훈이 2위권에 들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그렇게 되면 구도는 '국민의힘 대 한동훈'이다. 단일화 가능성은 사라진다. 한동훈은 국민의힘을 주적으로 설정하게 되고, 국민의힘도 그저 당력을 쏟아부어 상대하면 된다. 반면 부산은 대구보다 민주당의 승산이 훨씬 큰 지역이다. 국민의힘 서병수 전 의원, 김도읍 의원이 무공천을 촉구한 데 이어 박형준 부산시장도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부산 지역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 막판까지 장동혁은 부산발 내홍에 시달릴 것이다.

한동훈은 부산에 자리를 잡자마자 민주당과 부산시장 후보 전재수 의원을 주적으로 설정했다. 이것은 첫째, "민주당을 이길 자, 누구입니까?(민주당 저격수는 장동혁 아닌 한동훈입니다)"라는 메시지다. "저를 지지해서 국민의힘을 쇄신해 달라"는 호소를 포함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선다. 둘째, "제가 나선 선거만 저를 찍고, 나머지는 국민의힘 후보를 찍으면 됩니다"라는 뜻이다. 국민의힘 내부와 지지층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양자 구도가 아닌 다(多)파전 선거에서는 초기 여론조사가 승부를 좌우한다.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에서 표심이 1, 2위 후보에게 쏠리는 탓이다. 특히 무소속이나 소수정당 후보는 한 번 3위로 밀리면 반등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한동훈이 얼른 민주당 저격수로 처신하는 건 "나는 국민의힘"이라고 강조해 국민의힘 표밭을 더 크게 가르려는 것이다. 

그럼 한동훈이 2위권에 들면 큰 고비를 넘는 것일까. 국민의힘은 단일화에 이기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버티고 나올 것이다. 단일화에 더 적극적인 쪽, 그러면서도 소수파인 쪽은 단일화 협상에서 불리하기 마련이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그 대표 사례다. 단일화에 합의한다 해도 그 이후 과정은 한동훈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험준한 고비가 있다. 단일화를 마쳐도 승산은 그리 크지 않다. 부산 북갑에서 전재수는 한 번도 '어부지리'로 당선된 적이 없다. 늘 양강 맞대결에서 이겼다. 전재수가 안 나오니 국민의힘 후보가 해볼 만하다? 전재수는 부산시장 후보이고, 그 지역의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는 사실상 전재수의 러닝메이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월14일 부산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총선에서 무소속 당선자는 '0명'

단일화에 성공해 봤자 최종 낙선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차라리 단일화에 실패한 상태에서 한동훈이 2위로 낙선하고, 한동훈과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 총합이 민주당의 득표보다 높으면, '한동훈 동정론'이 일고 그 책임은 국민의힘이 거의 다 뒤집어쓰게 된다. 반면 한동훈이 단일 후보가 되고도 패배하면, 그는 선거에서 한 번도 성과를 올리지 못한 '패배의 아이콘'이 된다.  

한동훈이 단일화와 당선을 모두 해내려면 '반(反)민주당' 캠페인만으로는 안 된다. 무당층 중 국민의힘 거부층을 설득할 수 없고, 현재 판도에서 이것은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단일화 이전과 이후의 선거 전략을 완전히 다르게 잡을 수도 없다. 선거는 한 번의 레이스다. 유권자는 '갈지 자' 행보를 금방 알아본다. 결국 한동훈이 이기는 길은 하나다. 기성 역학 구도에 편승한 정치인이 아니라 '전에 없던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줘야 한다. 최소한 '개혁적 보수'로는 인정받아야 이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동훈에게 6·3 보궐선거는 자신의 한계와 오점을 상대하는 싸움이다. 한동훈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과 함께 막겠다"는 선언으로 내란의 기세를 꺾은 장본인이면서도, 이후 며칠간의 탄핵 반대로 다수 국민의 스트레스를 올렸다. 친한계의 가세가 없었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성공할 수 없었지만, 한동훈의 공로를 흔쾌히 인정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나란히 서서 ('심판자'가 아니라) '인수자'가 되려고 한 것, 탄핵 심판이 끝나기도 전에 대통령에게 연민을 내비친 것 등등 그 어정쩡한 노선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2024년 총선 결과 무소속 당선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 세상이 됐다. 그래서 더더욱 한동훈은 국민의힘과 그 지지층에게 매달리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무소속 당선자도 없고 신생 세력도 없었던 까닭은 유권자에게 있지 않다. 다수 유권자가 '되든 말든 찍는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정치인이 없었을 뿐이다. 불리한 처지의 정치인일수록 명심해야 한다. 자신만의 길을 뚫지 않으면 필패다.  

김수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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