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BDC 강조해 놓고…신현송 한은 총재, 디지털화폐 자문라인 전원 해촉

박미라 기자 2026. 4. 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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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전 총재 퇴임날 자문위원 전원 해촉
신현송 총재, 디지털화폐 드라이브 속 자문라인 정리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디지털 금융 혁신을 하나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직전 외부 자문기구를 정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화폐 정책을 강조하면서도 외부 전문가 자문 창구는 사실상 걸어잠근 셈이다.

24일 머니투데이방송(MTN) 취재를 종합하면 한은 디지털화폐 정책 자문기구인 '머니앤뱅킹(Money & Banking) 미래포럼' 소속 자문위원 전원은 이창용 전 총재 퇴임일인 지난 20일 이메일을 통해 해촉된 사실을 통보받았다. 신현송 총재의 공식 취임일이 21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취임 하루 전 자문기구가 사실상 해체된 것이다.

한은이 당시 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이창용 총재 임기 만료에 따라 기존 포럼을 종료하며 이에 따라 자문위원 위촉도 종료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위촉 당시 별도의 임기나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구라는 명시는 없었고, 이번 해촉 과정에서도 별도의 구체적인 사유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회에서는 그간 한은이 디지털화폐 등 주요 정책을 추진하면서 외부 전문가 및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자문기구마저 해체한 것은 내부 중심의 의사결정 기조를 다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원들도 갑작스러운 해촉에 대부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A 자문위원은 "자문기구는 특정 총재가 아닌 한국은행을 자문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필요 시 회의를 줄일 수 있어도 갑작스레 없어져 당혹스럽다"며 "이창용 총재가 임기 말 위원들에게 향후에도 역할을 이어가달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기억해, 그런 점에서 이번 결정은 다소 예상 밖이었다"고 말했다.

머니앤뱅킹 미래포럼은 지난 2023년 자문위원 6명으로 출범한 뒤 인원을 늘렸다. 초기에는 소수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다가 이후 학계, 법조계 등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12명으로 확대됐다.

포럼은 이 전 총재 시절 대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중앙은행이 외부 자문기구를 통해 정책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 자체가 과거에는 흔치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해촉 계기로 다시 폐쇄적인 운영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같은 조치는 신 총재가 공언한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 신 총재는 앞서 취임사에서 "디지털 금융혁신에 대응해 미래 통화제도의 설계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며 CBDC와 예금토큰 활용 확대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시장과의 양방향 소통을 강화하며 우리 실정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계속 고민해 나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B 자문위원은 "이창용 전 총재는 정치권과 시장, 언론 등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자신만의 노하우와 방식이 있었기 때문에 자문기구 운영이 가능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과거에도 한은이 자문기구를 두고 소통하는 경우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C 자문위원 역시 "해당 자문기구는 이창용 총재 재임 당시 대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며 "전임 총재들도 이 전 총재처럼 소통을 하거나 발언을 많이 하는 분들이 아니었으니 다시 폐쇄적인 운영 기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 취임한 신 총재가 앞으로 시장, 더 나아가 국민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지 관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머니앤뱅킹 미래포럼은 당초 미래 은행 산업 발전 방향을 연구하기 위한 취지로 출범했으나, 이후 CBDC와 스테이블코인 등 이슈가 더해지면서 기능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여러 역할이 혼재된 만큼 한 차례 정리를 거쳐 향후 운영 방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 자문은 필요에 따라 부서 단위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미라, 김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