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마주한 회화의 시간⋯‘2026 경기 섬 아트 페스타’

장선 기자 2026. 4. 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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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선감도 경기창작캠퍼스서 23명 작가 191점 전시
감상 넘어 소장으로 이어지는 예술 경험 확장
▲ 23일 갤러리밸비 윤성지 대표가 작가와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

경기 안산시 선감도에 위치한 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캠퍼스에서 '2026 경기 섬 아트 페스타'가 24일 개막했다. 전시는 내달 31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아트경기선정작가 등 23명의 작가가 참여해 191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회화와 드로잉, 세라믹 조각 등 다양한 장르가 한 공간에서 교차한다. 감상에 머물지 않고 구매로 이어지는 아트 페어 형식으로 운영된다.
▲ 23일 경기창작캠퍼스 황록주(왼쪽) 팀장이 '경기 섬 아트 페스타' 개막에 앞서 작가·갤러리스트가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전시 기획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

안산 선감도의 자연은 전시의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구성 요소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빛과 바람, 시간의 흐름이 작품 위에 겹쳐진다. 같은 회화라도 오전과 오후, 날씨와 계절에 따라 색과 밀도가 달라 보인다. 관람자는 작품을 '보는' 데서 나아가 '겪는' 경험을 하게 된다.

회화 작품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다. 화면 위에 남겨진 색과 선은 순간의 기록이다. 작가가 세계를 인식한 방식이 응축된 결과다. 반복되는 붓질과 점, 층층이 쌓인 색은 감정의 축적이며 시간의 흔적이다. 관람자는 이를 해석하기보다 마주하며 자신의 감각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 2026 경기 섬 아트 페스타 입구. /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업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지만, 공통으로 내면을 향한다. 외부의 풍경을 그리더라도 결국은 내면의 상태를 반영한다. 자연을 그린 화면에서도 긴장과 균형, 불안과 평온이 교차한다. 이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감각의 번역에 가깝다.
▲ 콰야 작가의 무지개를 찾아서(가운데). /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
민지, 한상은, 콰야 등 젊은 작가들의 작업에서는 동시대적 감각이 선명하다. 일상의 이미지와 캐릭터, 관계의 장면이 화면 안으로 들어온다. 익숙한 대상은 낯설게 재배치된다. 화면은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 여러 감정이 충돌하는 장이 된다. 관람자는 익숙함과 이질감 사이에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게 된다.
▲ 김순필 작가의 기원(2023). /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
김순필, 김희곤 등 중견 작가들의 작업은 절제된 조형 언어를 드러낸다. 색은 줄어들고 구조는 단단해진다. 화면의 여백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다. 사유가 머무는 공간이다. 반복되는 형식과 재료의 물성은 오랜 시간 축적된 탐구의 결과다. 작품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 속에서 감각을 확장시킨다.
▲ 박선주 작가의 Layered Moon(2025). /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지점은 '회화의 물성'이다. 캔버스 위에 남겨진 두께, 아크릴 물감을 굳혀서 긁어낸 흔적, 번진 색의 경계는 디지털 이미지로는 전달되지 않는 요소다. 관람자는 실제 작품 앞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밀도를 경험한다. 이는 온라인 이미지 소비에 익숙한 환경에서 회화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를 보여준다.

전시는 동시에 '소장'의 의미를 환기한다. 작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다. 작가의 시선과 시간을 선택하는 일이다. 작가의 감각 일부를 자신의 공간으로 들이는 과정이다. 작품은 소유되는 순간 새로운 맥락을 얻는다. 보는 이의 일상 속에서 다른 의미로 확장된다.
▲ 노한솔 작가의 햅삐벌스데이 등 소형 작품. /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

최근 미술 시장에서는 소형 작품 중심의 컬렉팅이 확산하는 흐름이다. 가격과 접근성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예술은 점차 일상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선택이다. 어떤 이미지를 자신의 공간에 둘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작품을 소장하는 일은 취향을 드러내는 행위이자 감각을 축적하는 과정이다.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이미지가 삶의 리듬을 바꾼다. 하나의 회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의미를 생성한다. 이는 소비로 끝나지 않는 경험이다.

선감도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미술의 역할을 다시 묻는다. 전시장은 더 이상 감상의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경험과 선택, 관계가 교차하는 장으로 확장된다. 자연과 예술, 관람과 소장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결국 이번 전시는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어떤 이미지를 보고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어떤 감각을 곁에 둘 것인가.

/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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