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다시 오르는데 어쩌나” 최고가 동결에 정유업계 한숨

고은결 2026. 4. 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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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4차 석유 최고가격 재차 동결
이미 OECD 최저 수준…손실 지속 가능성
손실액 보전 기준·시점은 여전히 불투명
대리점업계·자영주유소도 손해 보는 상황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정부가 24일 0시부터 적용된 ‘4차 석유 최고가격’을 다시 한번 동결하면서 정유업계를 비롯한 관련 산업계가 긴장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름값은 중동 분쟁 이전부터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통제가 장기화되면서 유가 재상승기에 따른 업계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화상 브리핑에서 4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L)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2·3차에 이어 같은 가격이 유지된다. 최고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이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국제유가 불안이 여전한 점과 수급 위기 국면에서 수요 관리 측면에 방점을 찍고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업계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3차 시행 기간과 비교하면 국제유가와 국내 공급가격 간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가격 통제 장기화에 따른 누적 손실은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울러 4월 중순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합의 소식에 국제유가는 빠르게 하락해 상황이 호전되는 듯했지만,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충돌 우려가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는 나흘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 “이미 OECD 최저가 수준”

이런 가운데 정유업계는 전쟁 전에도 국내 휘발유 값은 이미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 4사 모두 단일 공장 규모가 세계적으로 큰 수준이며, 고도화 설비 등을 통해 경제적인 생산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최고가격제가 종료되더라도 일부 국가들처럼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월 4주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한국의 휘발유 가격(세후 기준)은 리터(L)당 1691원으로 일본,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4위인 뉴질랜드가 2176원임을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저렴한 최저가 그룹에 속한다. 가격 규제도 없던 시기에도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의 기름값을 누려온 셈이다.

이런 경향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4월 1주 기준 OECD 23개국의 휘발유 가격을 살펴보면, 한국은 리터당 1894원으로 일본에 이어 최저가 2위를 기록했다. 3위 캐나다를 포함해 3개 국가만 2000원 미만이었다. 네덜란드(4045원), 덴마크(3868원), 독일(3698원), 프랑스(3482원) 등 유럽 주요국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손실액 산정 착수…보전 규모 불투명

정유업계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누적되는 손실 보전 문제를 두고 고심이 깊다. 앞서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업계의 손실과 관련해서는 정부 재정에서 보전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해 4조2000억원의 목적 예비비를 편성했다. 정산은 분기별로 이뤄지며, 정유사가 자체 산정한 손실액을 정부에 제출하면 정부는 ‘최고액 정산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금액을 확정하게 된다.

현재 이에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S-OIL)·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자체적인 손실액 산정에 착수했는데, 실제 보전 가능한 금액과 지급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손실 보전 기준을 마련할 최고액 정산위원회 가동 시점 등도 아직 명확히 고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실 보전 규모에 대해 남경모 산업부 장관정책보좌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원가에 기반해서 계산이 될 건데 정유사들도 원가를 정확하게 모른다고 주장하는 시점에서는 정확하게 얼마로 손실 보전액이 될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리점부터 주유소까지 수익성 늪 빠져

비단 정유업계뿐 아니라 정유소와 주유소를 연결하는 석유대리점 업계도 유통망 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최근 호소문을 통해 “정유사의 석유대리점 공급가와 주유소 직접 공급가가 동일해지면서 저장비, 운송비, 인건비 등 기본적인 유통 비용조차 반영하지 못한 채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며 “적절한 대책이 없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고 전했다.

가격 통제가 장기화하며 주유소업계 또한 갈등이 감지된다. 직영주유소 판매 가격이 자영주유소 가격을 밑도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 자영주유소 입장에선 가격 교란이 발생했으며 ‘팔수록 손해’라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직영주유소는 본사가 직접 운영해 정부 가격 인하 방침을 바로 수용할 수 있지만, 재고를 먼저 소진해야 하는 자영주유소는 기름값을 빠르게 내릴 수 없어 격차가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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