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삼천당제약… 제약·바이오주 '버블 후 추락'이란 쳇바퀴 [추적+]
천당·지옥 오간 삼천당제약
황제주 등극 후 주가 급락
고점 대비 67% 넘게 하락
공시 논란으로 신뢰 잃어
반복되는 잔혹사 해결해야
'제약·바이오주는 기대감과 가능성에 투자한다.' 증시의 오랜 속설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과하면 문제가 터지기 마련이다. 작은 이슈에도 주가는 폭락하고 기업은 신뢰를 잃어서다. 최근 불거진 삼천당제약 논란이 대표적이다. 더스쿠프가 삼천당제약 주가 급락 사태를 계기로 '버블 생성 후 신뢰도 하락'이란 제약·바이오주의 고질병을 짚어봤다.
![국내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공시 잔혹사가 끊이지 않고 터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열린 삼천당제약 기자회견 모습.[사진|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4/thescoop1/20260424102458660lvcw.jpg)
제약·바이오 주가도 마찬가지다. 신약개발, 임상시험,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소식이 나올 때마다 주가는 춤을 춘다. 문제는 이런 기대감이 무너질 때다. 기대가 꺼지는 순간 상승세를 타던 주가는 수직 낙하한다.
■ 삼천당제약의 질주 = 이런 사례에 딱 맞아떨어지는 곳이 있다. 한때 주가가 주당 100만원을 웃돌며 황제주에 이름을 올렸던 삼천당제약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말 그대로 급등세를 탔다. 삼천당제약의 주가 흐름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23만2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던 삼천당제약 주가는 해가 바뀌자마자 상승세를 탔다.
새해 첫날 24만원(24만4500원)으로 올라선 주가는 14거래일 만에 30만원대로 상승했다. 오름세는 갈수록 가팔라졌다. 2월 3일 50만원대를 찍더니, 3월 20일엔 90만원대마저 돌파했다. 3월 25일에는 111만5000원을 기록하며 황제주 반열에 올라섰고, 3월 30일에는 118만40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연초를 기준으로 삼으면 상승률이 384.2%(24만4500원→118만4000원)나 됐다.
삼천당제약 주가를 띄운 건 '먹는 비만약' 개발 소식이었다. 삼천당제약은 주사제를 경구제經口製(먹는 약 형태)로 전환하는 기술인 'S-PASS'를 활용해 먹는 비만약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주가가 춤을 췄다. 그런데 3월 31일을 기점으로 주가의 흐름이 달라졌다. 이날 갑자기 하한가(종가 82만9000원)를 기록하더니 주가는 아래로만 떨어졌다.
4월 7일 애프터마켓(넥스트트레이드)에서 또 한번의 하한가를 기록하며 주가는 43만30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23일 기준 삼천당제약 주가는 38만원으로 더 떨어졌다. 고점 대비 67.9% 하락한 셈이다. 이 기간(18거래일) 삼천당제약의 시총은 27조7736억원에서 8조86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 '의문투성이' 공시 = 잘나가던 삼천당제약 주가가 갑자기 곤두박질친 이유는 뭘까. 발단은 3월 30일 삼천당제약이 내놓은 계약체결 공시였다. 이날 삼천당제약은 익명의 미국 파트너사와 경구용 당뇨·비만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의 제네릭(복제약)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 제약사와 10년간 15조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순이익의 90%를 자신들이 가져가는 계약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4/thescoop1/20260424102459984ldke.jpg)
갑작스러운 주가 급락에 삼천당제약은 시장에서 일고 있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4월 6일). 이날 복제약의 미 식품의약국(FDA) 기준 충족 여부, S- PASS를 둘러싼 특허와 계약구조 등의 논란을 해명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삼천당제약의 해명은 되레 시장의 의구심만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 반복되는 제약·바이오 논란 =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임상시험, FDA 승인 등 기대감에 상승세를 타던 제약·바이오주의 주가가 고꾸라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9년 신라젠 간암치료제 '펙사벡' 임상 실패, 2019년 코오롱티슈진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태, 2024년 헬릭스미스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 임상 실패 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례들은 단순히 임상 시험이나 신약 개발에 실패해서 주가가 떨어진 게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사태가 터진 게 주가 하락의 변수로 작용했다. 신라젠은 임상3상 실패 소식과 함께 경영진의 미공개 정보이용 주식 매각, 배임·횡령 논란에 휘말렸고, 2020년 5월 4일부터 2022년 10월 12일까지 약 29개월간 주식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그사이 신라젠을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의 주성분이 식품의약안전처에 신고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게 밝혀지면서 2019년 7월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이 사태로 코오롱티슈진도 2019년 5월 28일부터 2022년 10월 24일까지 3년 5개월간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더불어 각종 법적 분쟁까지 겪어야 했다.
■ 다시 불거진 바이오 거품론 = 다른 제약사와 마찬가지로 삼천당제약의 주가 폭락 사태가 남긴 후유증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3월 27일 7581.76까지 상승했던 코스닥 헬스케어150지수는 4월 23일 6300.11로 하락했다. 한 기업의 논란이 전체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그러자 시장에선 제약·바이오 분야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재성 자료를 뿌려 주가를 띄운 뒤 기대에 못 미치는 공시를 내놓는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4/thescoop1/20260424102501321hggf.jpg)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이전 성과가 쌓이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과도한 기대감으로만 주가를 밀어올리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시장이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기대감이 아니라 가치로 기업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나친 기대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삼천당제약 논란을 계기로 '버블 생성 후 신뢰도 하락'이란 고질병을 고칠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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