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거물들의 민낯…머스크, 애인에게 올트먼 동향 파악 맡겼다
머스크 “베이조스는 약간 얼간이”
저커버그는 머스크에 아부성 문자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단순히 인공지능 기술의 미래나 기업의 지배구조 같은 딱딱한 주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두 기술 거물 사이의 씁쓸하고 격렬한 법적 다툼 덕분에, 콧대 높은 실리콘밸리 최고위층의 가장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세계가 강제로 열려버렸기 때문이다.수백 건에 달하는 법원 제출 서류를 통해 머스크, 올트먼, 오픈AI 공동 창립자들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오글거리는 문자 메시지, 사적인 이메일, 심지어 내밀한 속마음이 담긴 일기장까지 대중 앞에 적나라하게 폭로되었다.
이 사건을 아주 흥미롭게 지켜본 기업 소송 전문 변호사 앤드류 스톨트먼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연방법원 재판을 두고 이렇게 예언했다. “우리는 지금 타이타닉호 갑판 위에 힌덴부르크 비행선이 추락하는 파국적인 장면을 목격하기 직전이다. 이 재판이 얼마나 추악하게 흘러갈지 우리 모두 뻔히 알고 있다.”
머스크와 올트먼은 2015년에 야심 차게 손을 잡고 오픈AI를 세웠지만, 2018년 머스크가 앙심을 품고 떠나면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았다. 머스크는 올트먼과 그렉 브록먼이 자신을 희생시켜 부를 축적하려 음모를 꾸몄다며, 이들을 경영진에서 축출하고 오픈AI를 완전한 비영리 단체로 되돌려 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오픈AI 측은 “머스크가 자기 AI 회사(xAI)의 경쟁사를 깎아내리려고 질투와 후회에 사로잡혀 근거 없는 소송으로 회사를 괴롭힌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방대한 법원 기록을 면밀히 분석해 찾아낸, 이번 소송전에서 밝혀진 충격적이고 흥미진진한 다섯 가지 비밀을 정리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게티이미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4/mk/20260424101508266qedo.png)
오픈AI 측은 머스크가 당시의 협상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25년 9월 진행된 증언 녹취를 보면, 오픈AI 변호인단은 환각제와 마취제 성분인 케타민에 암페타민 각성제를 섞은 이른바 ‘코뿔소 케타민(rhino ketamine)’에 대해 반복적으로 추궁했다. 머스크는 “코뿔소 케타민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행사에서 약을 사용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그는 과거에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케타민을 처방받아 복용했다는 사실은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머스크의 변호인단은 강력히 반발했다. 재판에서 버닝맨이나 마약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선동적”이고 “사건과 무관한 일”이라며 이를 재판에서 배제해 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다. 사건을 담당하는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연방 판사는 지난달 판결에서, 법정에서 ‘케타민’을 언급하는 것은 금지했지만 ‘버닝맨’ 행사 자체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허락했다. 마약으로 인한 ‘기억 상실’은 재판과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오픈AI 측이 머스크가 실제로 약물을 사용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픈AI는 질리스가 회사의 이익을 저버리고 머스크를 위한 ‘비밀 스파이’ 노릇을 했다고 소송에서 주장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2022년에 전 세계에 폭로된 두 사람의 사생활이다. 질리스와 머스크는 2016년 무렵 짧은 연인 관계를 시작했고, 2021년에는 비밀리에 쌍둥이를 출산했다. 현재 두 사람은 낭만적인 관계를 이어가며 총 4명의 자녀를 함께 두고 있다. 심지어 질리스의 휴대전화에 머스크는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라는 다소 괴짜 같은 애칭으로 저장되어 있었다.
오픈AI 측은 질리스가 회사 임원들에게 머스크와의 연인 관계 및 자녀 출산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며, 그녀의 증언은 신뢰도가 완전히 바닥에 떨어졌다고 맹공격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법원에 제출된 기록에는 놀라운 반전이 담겨 있었다. 저커버그가 머스크에게 먼저 다가가 굽신거리며 도움과 정보를 제공하려 한 정황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쥔 거물일지라도 결국 머스크 앞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실리콘밸리의 기묘한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당시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 직원들의 실명이 언론에 유출되자 머스크는 이를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맹렬히 비난하던 때였다. 평소에는 사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철저히 옹호하겠다며 콘텐츠 검열을 완화했던 저커버그가, 뒤에서는 머스크를 돕기 위해 ‘신상 털기’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고 손을 내민 것이다. 이 문자가 지난 3월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저커버그는 자신의 원칙마저 저버렸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머스크에게 잘 보이려 한 것은 저커버그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소송의 당사자인 샘 올트먼조차 머스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와중에도, 2023년 문자 메시지를 통해 머스크를 “나의 영웅”이라며 치켜세웠다. 심지어 질리스에게는 “내가 일론에 대해 긍정적인 트윗을 하나 올려야 할까?”라며 눈치를 살피며 묻기도 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4/mk/20260424101514727bzmd.png)
2016년에 머스크와 올트먼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머스크는 아마존 대신 차라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컴퓨팅 파워에 의존하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 그 이유가 매우 흥미로운데,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그렇지 않지만 “제프 베이조스는 약간 얼간이(tool)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손을 잡았고, 현재 MS는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이자 이번 소송에서 머스크가 공격하는 공동 피고가 되었다.
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두고 베이조스와 오랜 기간 앙숙으로 지내온 머스크는 지난 9월 증언석에서도 베이조스를 향한 비난을 철회하지 않았다. 상대 변호사가 베이조스를 ‘얼간이’라고 칭한 이메일에 대해 묻자, 머스크는 오히려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 친구는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뭐, 우리 모두에게는 구원의 서사(redemption arc)라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

머스크 측은 이 “10억 달러”라는 문구를 핵심 증거로 내세우며, 브록먼이 2017년부터 이미 비영리 단체를 이용해 막대한 개인적 부를 축적하려는 흑심을 품었다고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브록먼은 지난해 증언에서 “만약 회사가 영리 기업으로 전환될 경우 나를 움직일 현실적인 동기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적은 글일 뿐이며, 나의 가장 큰 동기는 항상 오픈AI의 사명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 엑스(X)에 “일론을 존경하지만, 내 개인 일기장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악의적으로 빼가는 처사는 매우 부정직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기장의 또 다른 페이지에는 머스크를 향한 브록먼의 복잡한 죄책감과 두려움이 적혀 있었다. “그(머스크)에게서 비영리 단체를 훔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것은 꽤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짓이다. 게다가 일론은 절대 바보가 아니니까.”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겠다며 세상을 바꿀 AI를 개발하겠다고 시작된 오픈AI는 천재들의 숭고한 동업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그 끝은 이제 막대한 돈과 권력, 추악한 스파이전과 은밀한 뒷담화가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다음 주 오클랜드 법정에서 열릴 이들의 재판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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