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혼인' 배우자 유류분 300억 청구…수십년 키운 자녀와 충돌 [조웅규의 상속인사이트]
혼인 기간·기여 여부와 무관한 배우자 권리
헌재 결정 이후에도 판단 기준은 여전히 불명확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한 달 만에 사별한 배우자가 전 남편 자녀에게 회사 지분을 물려줬다. 새 배우자는 유류분 300억원을 청구했다. 억울한 쪽은 누구일까.
이런 분쟁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A는 전처 소생의 자녀 B와 함께 수십 년간 회사를 1000억원대로 키웠다. 이후 새 배우자 C와 혼인했지만 한 달 만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A는 유언장에 회사 지분 전부를 B에게 유증했다. 그러자 C가 유류분 300억원 반환을 청구했다.
법적으로 따지면 C의 주장은 틀리지 않는다. C는 A의 법률상 배우자로서 법정상속분 5분의 3, 유류분 10분의 3을 갖는다. 상속재산 1000억원의 10분의 3이니 300억원이다. 혼인 기간이 단 한 달이었고, 회사를 키우는 데 아무런 기여가 없었어도 마찬가지다. 이혼이었다면 재산분할 규모가 크지 않았을 것이지만, 상속은 다르다. 법률상 배우자라는 지위만으로 거액의 유류분이 인정된다. 반면 수십 년간 회사를 함께 키운 B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이 같은 불합리함을 해소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유류분 제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979년 시행된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꾸준히 위헌 논란이 있어 왔는데, 특히 피상속인을 적극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대가로 받은 증여재산까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포함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였다. 이를 반영해 개정 민법은 '보상적 증여'—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등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증여나 유증—를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사실 대법원은 이미 비슷한 논리를 판례로 쌓아왔다. 2011년 배우자에 대한 보상적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2010다66644). "생전 증여를 받은 배우자가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가 되어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재산을 획득·유지하며 자녀 양육을 계속해 온 경우, 그 증여에는 기여에 대한 보상과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논리였다. 2022년에는 그 범위를 배우자 외 상속인에게까지 확대했다(2021다230083).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재산의 유지·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고, 생전 증여에 그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포함된 경우, 그 증여를 상속분의 선급으로 취급하면 오히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형평을 해친다"는 취지였다. 개정 민법은 이 같은 판례의 흐름을 법조문으로 못 박은 셈이다.
그렇다면 B는 이제 300억원을 돌려주지 않아도 될까. 쉽지 않다. 보상적 증여로 인정받으려면 기여의 구체적 내용과 정도, 증여 목적물의 종류와 가액 및 상속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피상속인과 상속인 사이의 개인적 유대관계, 생전 증여 당시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자산·수입·생활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다면 법원이 형평의 이념에 따라 사회통념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설령 보상적 증여로 일부 인정된다 해도, 어느 범위까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서 제외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더 까다로운 문제도 있다. 만약 B가 A에게 입양되지 않은 상태라면, B는 A의 법정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 A와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던 배우자의 자녀라도 입양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법률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속인이 아닌 제3자도 유증을 받는 것 자체는 가능하므로 A의 유증은 유효하다. 문제는 개정 민법의 보상적 증여 규정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유류분 산정 조항에 추가된 것이어서, 법정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경우 B는 보상적 증여 규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300억원 전부를 반환해야 할 수 있다.
결국 헌재 결정과 민법 개정으로 보상적 증여를 보호할 길이 열린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까지를 보상적 증여로 볼 것인지, 법정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 등 해소되지 않은 쟁점이 여전히 많다. 법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 기준을 제시해 유사 사안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국회의 추가 보완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
상속 설계 단계에서부터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보상적 증여로 인정받기 위한 장치—기여 사실의 문서화, 유언장의 구체적 기재, 필요하다면 입양 등 법률관계 정리—를 미리 마련해 두지 않으면, 수십 년의 헌신이 법정 다툼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전닉스 던지고 '풀매수'…상위 1% 초고수들 쓸어담은 종목 [마켓PRO]
- '아는 맛이 무섭다'…3년 공들인 '그 라면' 月 700만개 대박 [권 기자의 장바구니]
- 일감은 산더미 "사람이 없다"…'月 1500만원' 공고까지 등장 [차이나 워치]
- "3개월만 쉴래요"…출산 앞둔 하이닉스 직원, 파격 결정 이유
- 한 번 충전에 600㎞…中 대륙 겨냥한 현대차 '비밀병기'
- "또 일본 갈 줄 알았는데"…5월 황금연휴 1위 여행지 어디?
- CIS, 첨단 정밀 장비로 日 배터리 업체도 홀렸다
- "한국에 최우선 공급하겠다"…중동 6개국 '깜짝 선언'
- "호텔서 커피 마셨더니…" 조회수 '300만' 대박 영상의 비밀 [현장+]
- "32만전자 간다"…삼성전자, 역대급 잭팟 예고에 주가 '들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