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수중 고속철'…6월 인천이 품게 된 핀수영 세계 선수권의 속도
- 국내 첫 세계핀수영선수권…슬로건은 ‘Beyond the Limits’, 40개국 600여 명 출전 전망
- 단거리 폭발력부터 1500m 지구전, 계영까지…핀수영의 전 얼굴이 인천에

물속에도 육상 100m 같은 긴장이 있습니다. 다만 핀수영은 거기에 더해 추진력의 미학과 잠영의 공포, 호흡 조절의 리듬까지 한꺼번에 보여주는 종목입니다. 오리발이 아니라 경기용 핀을 신고, 수면 위와 물속을 오가며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를 겨루는 경기입니다. 세계수중연맹(CMAS)은 핀수영을 모노핀 또는 두 개의 핀을 이용해 수면 또는 수중에서 오직 선수의 근력만으로 전진하는 종목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천이 올해 6월 품게 될 무대는 가볍지 않습니다. 2026 CMAS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는 6월 22일부터 29일까지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립니다. 23일 출범한 조직위원회는 강철식 대한수중·핀수영협회 회장과 이규생 인천광역시체육회장을 공동 조직위원장으로 내세워 준비 체제를 본격화했습니다. 강 회장은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이 편하게 머물고 최상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고, 이 회장은 "역사적으로 큰 대회를 인천에서 치르게 돼 기쁘다"라고 밝혔습니다. 40개국 600여 명이 출전하는 국제 규모라는 점에서도 이번 대회의 무게는 분명합니다.

이 대회가 더 의미 있는 이유는 역사에 있습니다. 핀수영 세계 선수권은 1976년 독일 하노버에서 첫 대회를 열었고, 이후 이탈리아와 그리스, 헝가리, 러시아, 중국, 콜롬비아 등 여러 나라를 돌며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니까 올해 인천 대회는 단순한 국제대회 하나가 아니라 반세기 가까운 계보 위에 한국 이름을 처음 올리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한국이 핀수영의 세계 지도를 '방문'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무대를 '여는' 단계로 들어선 셈입니다.
대회 일정을 보면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 동안 본 경기가 펼쳐집니다. 종목은 무호흡 50m, 표면 50m·100m·200m·400m·800m·1500m, 호흡 잠영 100m·200m·400m, 짝핀(BiFin) 50m·100m·200m·400m, 그리고 여러 계영으로 촘촘하게 구성됩니다. 쉽게 말해 짧고 폭발적인 레이스부터 길고 고통스러운 지구전, 팀 호흡이 갈리는 릴레이까지 핀수영의 거의 모든 표정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핀수영의 묘미는 속도가 눈에 띄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출발 장면은 마치 수영이라기보다 물속에서 발사되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표면 종목은 수면 위 스노클 호흡과 직선적인 추진력이 핵심이고, 무호흡과 잠영 종목은 기록과 함께 담력까지 시험합니다. 모노핀 특유의 돌고래 같은 웨이브는 육상의 스프린트와도, 일반 경영과도 결이 다릅니다. 물이 저항이 아니라 탄성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래서 이 종목은 한 번 빠지면 쉽게 잊기 어렵습니다.
일반 수영 자유형과 기록을 비교해 보면 스프린트에서는 40% 안팎, 장거리에서도 20% 안팎 더 빠릅니다. 말 그대로 물속의 고속철입니다. 그래서 핀수영의 묘미는 숫자보다 장면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스타트 직후 몸이 물 안으로 길게 접히고, 모노핀이나 짝핀이 한 번 휘어질 때마다 선수는 물을 가르는 게 아니라 밀어붙이듯 앞으로 나갑니다. 자유형이 물과 싸우며 정교하게 버티는 종목이라면, 핀수영은 물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순식간에 돌파하는 종목에 가깝습니다.
중국과 헝가리, 우크라이나, 콜롬비아,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핀수영 강국 대열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온 나라들입니다. 인천 대회는 팬들에게 "핀수영 강국은 어디인가"를 눈으로 확인하는 현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이번 조직위 출범은 단순한 행사 사진 한 장으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이제 인천은 경기장과 숙소, 수송과 중계, 관중 경험과 도시 이미지를 모두 시험받게 됩니다. 하지만 잘만 치르면 얻는 것도 분명합니다. 아직 대중에게 낯선 핀수영의 폭발적인 속도와 아름다움을 한국 한복판에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그 장면을 보고 처음으로 이 종목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첫인상은 충분히 강렬할 가능성이 큽니다. 핀수영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생각보다 훨씬 극적인 종목이기 때문입니다.

대회 슬로건은 Beyond the Limits입니다.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말입니다. 핀수영이라는 종목 자체가 그 문장과 꽤 잘 어울립니다. 숨의 한계, 속도의 한계, 리듬의 한계를 레이스마다 시험하는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한계를 무너뜨리는 도전이 조직위 출범이라는 출발 총성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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