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 1위 꿰찬 '셋로그'는?…Z세대가 '2초짜리 일상'에 열광하는 이유

김희서 2026. 4.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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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상 일상 나누는 '셋로그' 확산
지하철 출근·시험 기간 책상도 활용
"Z세대, 저자극·소규모 소통 선호"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예린(25)씨는 교환학생으로 스페인에 머물고 있는 친구와 '셋로그(SETLOG)'로 일상을 주고받는다. 박씨는 "셋로그로 친한 친구들의 일상을 한 시간에 한 번씩 확인할 수 있어 좋다"며 "카카오톡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DM(직접 메시지)은 용건이 있을 때 주고받고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데, 셋로그는 각자 영상을 올리고 바로 반응하는 식이라 한결 가볍다"고 말했다.

최근 Z세대(1997~2011년생) 사이에서 소셜 애플리케이션(앱) '셋로그'가 인기다. 화려하게 꾸민 사진도, 정교하게 편집한 짧은 영상도 아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순간, 시험 기간 도서관 책상, 화장하기 전 민낯 같은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Z세대는 휴대폰을 들고 셋로그를 켠다.


2초의 일상이 만드는 우리의 브이로그

지난달 말부터 인스타그램과 엑스(X)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셋로그는 20일 기준 애플 앱스토어 전체 인기 순위 1위, 소셜 네트워킹 부문 1위에 오르면서 Z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두 순위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구글 제미나이와 SNS 스레드가 각각 2위를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셋로그의 급부상은 눈에 띈다.

단체방을 만들어 2~4초 길이의 영상을 공유하면 브이로그가 생성된다. 왼쪽은 셋로그에서 여러 참여자의 짧은 일상이 분할 화면 형태로 함께 기록된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셋로그 사용법은 단순하다. 앱을 설치한 뒤 단체방을 만들고 친구를 초대하면 모든 참여자의 휴대폰으로 1시간마다 알림이 전송된다. 알림이 울리면 '지금 이 순간'을 2~4초 사이의 짧은 영상으로 촬영해 올리면 된다. 책상 위 책, 창문 밖 풍경, 무표정한 출근길 지하철 모습이면 충분하다. 연출도, 필터도, 편집도 필요 없다. 이렇게 축적된 영상은 자동으로 하나의 영상으로 합쳐져 브이로그 추출이 가능하다. 참여자들의 영상이 세로로 쌓인 분할 화면 형태로 저장돼 각자의 하루를 한 화면에서 나란히 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 요소로 꼽힌다.

X에서는 "친구와 자주 연락하지 못해도 서로 뭐하는지 알 수 있어서 좋다"며 셋로그를 추천한 게시물이 1만3,000회 이상 공유됐다. 인스타그램 릴스(짧은 영상 숏폼 제공 서비스)에도 셋로그로 만든 '우정 브이로그'가 잇따라 올라오며 널리 퍼지고 있다. 나은영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교수는 "소수의 친한 사람들과 편집되지 않은 작은 일상을 그대로 공유하며 '함께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셋로그 이용 후기를 담은 추천 게시물이 엑스(X)에서 높은 조회수와 재게시 수를 기록하고 있다. X 캡처.

편집도, 꾸밈도 없이 공유하는 날것의 일상

셋로그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무엇보다 낮은 진입 장벽에 있다. 사용자는 긴 글을 쓰거나 영상을 편집할 필요 없이 알림이 울리는 순간 눈앞에 있는 장면을 짧게 찍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친구들과 셋로그를 즐겨 사용하는 대학생 이지유(26)씨는 "릴스에서 셋로그를 접했고, 친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며 "카공(카페에서 공부하기), 일하는 모습, 기상과 아침 식사 장면, 외출 등 눈앞에 있는 일상을 기록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4월은 시험 기간이어서 학교에 있거나 공부하는 장면을 주로 올린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몇 년간 유행한 유사 앱들과도 맞닿아 있다. 친구가 사진을 찍으면 홈 화면 위젯에 사진이 바로 뜨는 앱 '로켓'이 2024년 비슷한 방식으로 유행한 적이 있고, 필터 없이 무작위 알림이 울리면 꾸밈없는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비리얼' 역시 지난해 인기를 끌었다. 셋로그는 이러한 '실시간 공유' 경험을 영상 기반으로 확장하고, 자동 브이로그 생성 기능까지 더한 한층 진화한 형태라는 평가를 받는다.

셋로그는 기존 공개형 SNS와는 다른 방식의 기록을 가능하게 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게시물은 촬영하고, 보정하고, 문구를 덧붙이는 과정을 거친다. 릴스 같은 짧은 동영상은 편집에 더 많은 시간이 든다. 반면 셋로그는 이러한 과정을 대부분 생략한다. 결국 '예쁜 게시물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셈이다. 박씨는 "인스타그램에는 꾸민 모습을 올리거나, 보정과 편집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기 좋은 게시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셋로그에는 '날것의 모습'을 그대로 담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셋로그의 비연출성과 즉각성은 '일상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그때그때 바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인스타그램의 '친한 친구' 기능이나 스냅챗의 개인 저장 방식 역시 같은 흐름"이라고 말했다. 박소정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전통 미디어와 달리 SNS에서는 진정성의 가치가 더욱 중시된다"며 "화려하거나 각본화된 장면보다 자신의 일상과 비슷한 타인의 일상을 관찰하며 연결감을 느끼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는 셋로그를 소개하는 게시물과 이용 후기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Z세대 셋로그는 인스타그램 피로 탈출구

전문가들은 셋로그 열풍의 배경으로 기존 SNS 환경에 대한 누적된 피로를 공통적으로 지목했다. 이자연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030 대다수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면서 '인스타그램 피로(Instagram Fatigue)'와 같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광고성 콘텐츠를 포함한 과도한 정보량, 콘텐츠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강박, 타인의 화려한 일상과 자신을 비교하며 생기는 박탈감, 좋아요 등 반응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셋로그 열풍'은 이러한 피로감에서 벗어나 비교적 평화롭고 한적한 SNS로 이동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현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교수 역시 오늘날 SNS가 사람들을 연결하는 동시에 외로움과 우울을 증폭시키는 모순적 공간이 된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환호를 좇고, 타인의 완벽해 보이는 일상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이 커졌다"며 "셋로그와 같은 플랫폼은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수의 가까운 사람과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려는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셋로그 이용 후기. 인스티즈 캡처.

셋로그의 확산은 최근 SNS 전반에서 나타나는 '저자극', '무해함' 선호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 교수는 오늘날 Z세대가 거창한 성공이나 자극적인 콘텐츠보다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와 '무해한 일상'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경쟁과 비교, 과잉 자극 속에서 성장한 세대에게 셋로그는 외부 반응을 덜 의식한 채 친한 사람들끼리 꾸밈 없는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일종의 '저자극 SNS'"라며 "화려한 장면보다 평범한 사람의 하루를 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셋로그 인기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예란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기후위기, 팬데믹, 각종 사건 사고가 일상화된 시대에 '안온한 일상'은 젊은 세대에게 오히려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다만 셋로그 열풍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예란 교수는 "일상의 매순간을 기록해 공동체와 공유하는 것은 셋로그의 아름다운 측면"이라면서도 "디지털 알람과 또래 친구들의 참여가 '인증 강박'을 만들어내는 또 다른 통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름의 갈등과 피로 속에서 '자동인형'처럼 얽매여 일상을 보고하는 과제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셋로그의 인기는 단순히 '요즘 뜨는 앱'에 대한 관심을 넘어, 피로한 SNS에서 벗어나려는 Z세대의 새로운 네트워킹 방식으로 읽힌다. 셋로그에서 중요한 것은 멋진 하루가 아니라 흘러가는 하루이고, 많은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의 존재감이다. 박소정 교수는 "셋로그 열풍은 네트워크의 크기보다 관계의 밀도를 더 중시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김희서 인턴 기자 hskim0305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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