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 원청 차량 치여 숨졌는데 노란봉투법 탓하는 언론

김예리 기자 2026. 4.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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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원청과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 집회를 하던 화물노동자가 원청이 투입한 대체차량에 치여 숨졌다.

화물노동자 서아무개씨는 경남 진주시 CU 진주물류센터에서 파업 집회를 하다 원청이 투입한 대체차량에 치여 숨졌다.

그러나 화물노동자들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부터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는 김영훈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화물노동자 역시 노조법상 노동자이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다"며 "CU 원청의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로서 범죄행위이고,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무력화한 것도 범죄행위라는 것을 (노동부 장관은) 잘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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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대체차량에 숨졌는데 "노란봉투법 후폭풍" 주장한 조선
사측 논리로 논란 부추긴 노동부… '토끼몰이' 경찰 책임 지워져
CU 화물노동자 "'대화하라'는 법 무시한 원청 책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26년 4월20일 화물노동자 서아무개씨가 경남 진주시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원청이 투입한 대체차량에 치여숨진 뒤 경찰이 CU 진주물류센터 정문에서 농성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향해 대치하고 있다. 사진=화물연대 제공

지난 20일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원청과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 집회를 하던 화물노동자가 원청이 투입한 대체차량에 치여 숨졌다. 일부 보수언론은 노동자 사망의 책임을 노조법 개정안에 돌리고 나섰다. 사안이 '노란봉투법 책임론'으로 왜곡되면서 원청의 교섭 회피와 대체차량 투입, 현장 경찰 대응 등 사고의 핵심 원인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화물노동자 서아무개씨는 경남 진주시 CU 진주물류센터에서 파업 집회를 하다 원청이 투입한 대체차량에 치여 숨졌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CU 편의점 운영사인 원청 BGF리테일에 교섭을 요구하며 16일째 파업 중이었다. 원청이 대체차량을 투입하면서 화물연대는 진주와 나주, 안성 등에서 출차 저지 농성 중이었다.

조선일보, 노동자 사망에 근거 없이 노란봉투법 탓

서씨가 사망한 이튿날인 지난 21일 조선일보는 1면에서 이번 사건을 '노란봉투법 후폭풍'으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후 교섭을 둘러싼 노사 대치가 격화됐다”며 사고 원인을 노조법 개정에 돌렸다. 사설 <노동자 사망 사고까지 부른 노란봉투법 갈등>에선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법을 별다른 논의도 없이 밀어붙일 때부터 나온 우려”라며 “전면 보완”에 착수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2일에는 국민일보와 서울경제도 비슷한 취지의 사설을 냈다.

▲지난 21일 조선일보 1면

그러나 화물노동자들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부터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해 왔다. 이를 내걸고 파업도 이어왔고, 화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례도 축적돼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노동위원회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을 비롯한 노동법률단체 8곳은 “화물차주에 대한 여러 판결, 화물연대 산하조직 및 화물연대에 대한 판결, ILO 이행감독기구의 지속적인 권고 등에 비추어 화물연대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3일 “이미 노동자들은 오랜 기간 원청 교섭을 요구해 왔다”며 “원청이 교섭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자영업자·소상공인'이라며 논란 부추겨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원·하청 교섭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번 사건이 “개정 노동조합법 2조에 따른 원·하청 교섭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개인사업자'이자 '소상공인'으로 규정했다. 다수 언론은 이 입장을 '노란봉투법 개정에 선 긋기'로 표현했지만, 교섭 의무를 부인해온 사측 논리를 뒷받침하면서 오히려 노란봉투법을 탓하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는 김영훈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화물노동자 역시 노조법상 노동자이고 노동조합을 만들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다”며 “CU 원청의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로서 범죄행위이고,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무력화한 것도 범죄행위라는 것을 (노동부 장관은) 잘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본부는 지난 21일 낸 성명에서 “법 제정 취지에 역행하는 설명”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자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23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노란봉투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잘 실현되지 않음으로써 발생된 참사라고 생각한다”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주6일 새벽 포함 하루 13시간…“16년 일한 회사, 배신감”

정부와 언론의 논쟁이 '노란봉투법 책임론' 여부로 집중되는 사이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CU 안성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신성균 씨는 23일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배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성물류센터 앞 파업 중 서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진주 현장으로 합류했다.

“(BGF리테일이) 패밀리마트이던 시절부터 16년 일했다. 애정이 없으면 이렇게 오래 한 곳에 다닐 수는 없다. (BGF리테일이) CU로 바뀌던 때 센터장님이 1~2주마다 '당신들이 최전선에서 CU 물류와 편의점을 연결하는 이들'이라며 교육을 했다. 점주들은 모두 CU 사람으로 아니 손님 응대 교육도 했다. CU 옷을 입히고, 차에도 로고를 박았다. 그렇게 소속감과 사명감을 갖게 하고 대한민국 1등 편의점이 되고 나니 '당신들은 우리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CU 화물노동자들은 지역의 CU물류센터에서 편의점으로 상품 배송을 전담한다. 그러나 고용 형태는 개인사업자다. CU 운영 유통사인 BGF리테일,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 지역 물류센터, 하청 운송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 구조 아래 일한다.

▲김동국 화물연대본부 본부장이 2026년 4월21일 경남경찰청 앞에서 열린 '살인기업 CU BGF 규탄! 살인진압 경찰 공권력 규탄! 화물연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서아무개 조합원의 영정사진을 들고 울먹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CU지회가 원청과 교섭을 요구하며 내건 핵심 요구는 '주 70시간 노동 철폐'다. 신씨는 매일 심야 노동을 포함해 하루 13시간 넘게 일한다. 일요일을 빼고 주 6일 새벽 2시30분에 일어나 출근해 저녁 8시 일을 마친다. 차량 고장이나 질병, 경조사로 일을 쉬면 기사 개인 책임이다. 다른 기사를 구해 직접 웃돈을 보탠 일당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한 달 소득은 기사마다 다르지만 평균 340만~360만 원 선. 실제 수입은 300만 원을 넘지 못한다. 신씨의 경우 차량할부금과 관리비, 유류비, 요소수까지 비용을 내고 나면 일당은 13만 원 수준이라고 했다.

신씨는 “센터에 개선을 요구해도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고 했다. 결정권이 원청사에 있다는 뜻이다. 이들이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화물연대 “경찰, 사측 경비업체 같았다”

사안의 초점이 노란봉투법에 집중되면서, 경찰 대응에 대한 문제 제기도 화두에서 밀려났다. 화물연대는 경찰이 현장 안전보다 대체차량 출입을 보장하는 데 집중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연수 화물연대 기획실장은 “경찰이 조합원들을 토끼몰이하듯 한쪽으로 몰아넣은 뒤 대체차량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며 “그 바람에 차량이 속도를 내는 큰길 길목까지 조합원들이 밀려났고, 그 상황에서 경찰이 안전통제 없이 대체차량과 조합원이 부딪히게 방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권력은 노사 문제에서 사측의 편에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책임인데, 다른 지역과 달리 진주에선 경찰이 마치 사설 경비업체 같았다”고 비판했다.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사측 대체차량이 큰길로 나와 속도를 내다 출차를 막아서는 서씨를 들이받았고, 쓰러진 서씨가 차에 깔리는 장면이 담겼다. 사고 직후 사고 차량 뒤로 오던 대체차량들이 줄줄이 사고 현장 옆을 지나가는 장면이 이어졌다. 박 실장은 “조합원들이 더 분노한 것은 경찰이 사고 직후 구조나 대응에 나서기보다 뒤따르던 대체차량이 신속히 빠져나가도록 옆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였다”고도 말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 광고 갈무리. CU 유튜브 캡쳐

“현상만 갖고 엉뚱한 보도, 놀랍지도 않다”

원청 BGF리테일은 서씨가 숨진 지 이틀 만에야 교섭에 나섰다. 화물연대가 교섭 요구한 지는 3개월 만이다. 그러나 BGF리테일의 운송 자회사 BGF로지스는 지난 23일 배포한 자료에서 “22일 화물연대와 상견례를 했다고 해서 BGF로지스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화물연대와 노란봉투법에 책임을 돌리는 보도를 두고 “하나도 새롭지 않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결국 '대화를 하라'는 취지다. 그 동안 원청과 하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노동자들만 요구하다 갈등이 커졌다. 그러니 만나라, 싸우더라도 대화하면서 싸우라는 게 노란봉투법 아닌가. 그런데 원청은 그조차 하지 않았다. 현상만 보고 엉뚱한 보도를 하는 걸 보면 속상하다. 하지만 크게 상처 받지는 않는다. 원래 그런 프레임으로 보도해온 매체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이야기를 제대로 취재해 썼다면 오히려 놀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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