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사태 남일 아냐"⋯다단계 유통 구조 '시험대'

진광찬 2026. 4. 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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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가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와 편의점 CU의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의 교섭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면 BGF리테일은 같은 날 CU 가맹점주들에게 발송한 안내문을 통해 "현행법상 법외 노조인 화물연대는 당사가 관여할 수 없는 운송사·배송기사 계약에 대해 일방적인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며 "물류 원청인 BGF로지스는 그간 대화 요청이 있는 경우 공동 협의를 진행해 왔음에도 회사가 수용할 수 없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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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F로지스·화물연대 협상 국면에 다른 유통사 '촉각'
물류사→대리점→배송기사 비슷한 구조로 '도미노' 우려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이번 CU 파업 사태를 남 일처럼 바라볼 수 없습니다. 다른 기업들도 원청으로 지목돼 교섭 요구를 언제든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유통업계 물류사 관계자 A씨)

유통업계가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와 편의점 CU의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의 교섭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실상 직접 고용한 게 아닌 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면서다.

CU를 포함한 대다수 유통사의 물류 구조가 '다단계' 위탁 계약 형태인 만큼 이런 파장이 도미노처럼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화물연대 사망 조합원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결의대회'가 열린 2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주변에 전날 발생한 차 사고의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와 BGF로지스 양측은 22일 오후 5시부터 대전 동구의 한 호텔에서 실무자 중심의 교섭 상견례를 진행했다. 양측은 약 2시간 20분간 진행된 상견례에서 세부 의제 등 큰 틀에서 교섭 방향성을 조율하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갈등은 화물연대가 CU 물류를 담당하는 배송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BGF리테일에 교섭을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BGF리테일 물류 체계는 BGF리테일→BGF로지스→지역 물류센터→하청 운송사→배송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다.

배송노동자들은 BGF로지스의 직접 고용이 아닌 물류센터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은 운송사들에 고용된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이에 BGF리테일 측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며 이른바 '사용자성'을 부정해왔다.

이 과정에서 화물연대가 CU의 일부 물류센터를 봉쇄했고, 지난 20일 대체 차량을 투입해 물건을 배송하던 과정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이후 지난 21일 양측이 현 상황의 빠른 해결을 위한 합의서를 체결했고, 전날 상견례를 진행하며 협상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0일 오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에서 화물연대 관계자가 센터 입구로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는 양측이 대화가 아니라 노조법에 명시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교섭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시행된 노란봉투법으로 관련 기준이 확대되면서 이번 사례가 향후 유사 분쟁의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양측이 체결한 합의서에는 BGF리테일이 BGF로지스와 화물연대 간 교섭 및 합의사항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보장한다는 점도 명시됐다.

이 때문에 BGF리테일과 물류구조가 비슷한 편의점들은 화물연대의 운송료 인상 등 처우 개선 요구의 수용 가능성부터 BGF리테일의 교섭 참여, 정부의 개입 여부 등 모든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편의점뿐만이 아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1일 롯데·현대백화점과 신라·신세계면세점이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와 단체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입점 브랜드 직원도 백화점과 면세점이 사용자라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처럼 사용자성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에서 파업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김영훈 노동부장관은 산업 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지적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번 사태와 관련 "본질은 노란봉투법이 아닌 산업 현장의 고질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청이 BGF리테일이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22일 서울의 한 편의점 CU 점포의 매입전표에 '센터결품'이 표기된 모습. 노란색으로 색칠된 리스트는 발주를 했음에도 공급받지 못한 상품이다. [사진=아이뉴스24 DB]

반면 BGF리테일은 같은 날 CU 가맹점주들에게 발송한 안내문을 통해 "현행법상 법외 노조인 화물연대는 당사가 관여할 수 없는 운송사·배송기사 계약에 대해 일방적인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며 "물류 원청인 BGF로지스는 그간 대화 요청이 있는 경우 공동 협의를 진행해 왔음에도 회사가 수용할 수 없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물연대와의 대화를 시작해 파업의 조속한 철회와 물류 정상화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며 "가맹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여러 대응 방안을 전방위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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