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당국, 3조달러 사모대출 리스크 정조준
블루아울 등 대형 운용사 압박 확대
당국은 불투명성·이해상충 우려
업계는 “시스템 리스크 아니다” 반박

미국 금융당국이 3조달러 규모 사모대출 시장에 쌓인 위험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투자자 환매 불안과 자금 유입 둔화가 겹치면서 신용시장의 불투명성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대형 사모대출 운용사들을 상대로 여러 건의 조사를 시작했다. 재무부도 사모펀드 운용사와 보험사에 사업모델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 중앙은행(Fed)은 은행들에 사모대출 관련 대출과 익스포저를 질의했다.
당국은 사모대출 시장 성장에 따른 위험을 수년간 주시해왔다. 그러나 최근 투자자 인출, 자금 유입 둔화, 관련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감독 강도가 높아졌다. 각 기관은 별도로 움직이고 있지만, 최근 금융안정감독위원회 회의에서 사모대출 시장의 불안정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당국이 심각한 경보를 울리는 단계는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도 사모대출 펀드 손실이 금융시스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최근 "SEC가 사모대출 시장의 새로운 압박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SEC는 일반 투자자에게 사모대출 시장 접근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앳킨스 위원장은 “이 분야의 불투명성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회를 확대하려는 정책 방향과 위험 관리 필요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의미다.
사모대출은 주로 자산운용사가 중견기업에 제공하는 대출로 구성된다. 이들 운용사는 은행과 같은 수준의 면밀한 감독을 받지 않는다. 투자은행 로버트 A. 스탱거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투자자들은 특정 유형의 사모대출 펀드에서 200억달러 넘는 환매를 요청했지만 실제로 회수한 금액은 110억달러에 그쳤다. 일부 고위험 손실 사례와 인공지능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프트웨어 기업 익스포저가 투자자 불안을 키웠다.
SEC는 사모대출 산업의 주요 감독기관이지만 감독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사모펀드는 보유자산을 정기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감독당국이 시스템 리스크를 평가하는 데 쓰는 양식에도 사모대출 관련 정보를 적게 보고한다.
SEC는 이번 조사를 통해 신용 대출 운용사들이 보유 대출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와 투자자에게 공개한 운용 정책을 지키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조사관들은 대형 고객과 소액 투자자를 위한 여러 펀드에 대출을 어떻게 나눠 담는지도 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기금 같은 대형 고객용 펀드와 개인 투자자용 펀드 사이에서 대출 배분이 이해상충을 낳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SEC는 이번 주 규제 제안에서 신용펀드 활동에 대해 더 세부적인 자료를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투자자들에게 “시스템 리스크 관점에서 사모대출 또는 사모대출 펀드의 가장 큰 위험”이 무엇인지 의견을 요청했다. 이는 당국이 시장의 구조적 취약점을 데이터 기반으로 더 정밀하게 파악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 재무부도 이달 초 사모대출 펀드 운용사와 보험사에 서면 요청을 보내 감독을 강화했다. 이는 수개월간 펀드 운용사들과 개별 면담을 이어온 뒤 나온 조치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사모대출 위험이 규제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재무부의 정보 요청은 이런 문제의식이 공식 점검 단계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무부는 이달 초 주와 국제 보험감독당국을 소집해 최근 시장 상황과 사모대출 산업 관련 신흥 위험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사가 사모대출 시장과 연결돼 있는 만큼, 이 시장의 스트레스가 보험 부문으로 번질 가능성도 점검 대상이다. 이는 사모대출 문제가 단일 펀드의 성과 부진을 넘어 은행, 보험, 비은행 금융 전반의 연결성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뜻한다.
사모대출 업계는 실제 대출 손실이 적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이달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와 웰스파고의 찰리 샤프 CEO 등 주요 은행 경영진도 사모대출 손실이 은행과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위험을 낮게 봤다. 다이먼 CEO는 지난주 애널리스트들에게 사모대출이 시스템적 위험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거의 시스템적일 수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부 고통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
은행들은 대출 펀드 구조가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모대출 펀드는 불안한 투자자들의 대규모 이탈을 막기 위해 환매 한도를 두고 있으며, 이런 상품은 그에 맞게 가격이 책정되고 ‘반유동성’ 상품으로 판매된다는 설명이다. 업계 단체인 매니지드펀즈협회의 질리언 플로레스 최고대외협력책임자는 "재무부의 정보 요청이 이런 상품들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줄 기회"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가 은행의 상품 판매 구조에 변화를 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신용공급의 중심이 은행 밖으로 이동하면서 감독 공백과 데이터 부족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어서다. 사모대출은 은행 규제를 우회해 중견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시장 규모가 3조달러로 커지면서 그 내부의 가치평가 방식과 유동성 관리, 은행 자금 의존도가 금융안정 논의의 대상이 됐다. 특히 투자자 환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대출 가치가 실제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죌 전망이다.
앞으로 관건은 SEC의 집행 조사와 검사 결과, 재무부·연준의 정보 수집이 실제 규제 강화로 이어질지 여부로 평가된다. 대출 가치평가, 펀드 간 자산 배분, 은행 자금 지원 구조, 보험사 연결고리가 주요 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WSJ은 "미국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사모대출 시장이 더 이상 사적 거래 영역에만 머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금융안정 차원의 공개성과 감독을 요구받는 단계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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