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증명해야 할 것

김지은 기자 2026. 4. 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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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군부인> 속 아이유가 '원톱배우'로서 장악력을 보여줄까?
사진 디즈니플러스

[우먼센스] 아이유는 단번에 자신을 증명해온 배우가 아니다. 한 작품으로 존재를 각인시키기보다, 여러 역할을 통과하며 밀도를 쌓아왔다. 가수로서의 아이유와 배우로서의 아이유는 이미 분리된 궤도 위에 있다. 무대 위에서 감정을 확장하는 방식과 달리, 화면 속 그는 그것을 절제하며 인물의 결을 만들어왔다. 과장으로 감정을 밀어붙이기보다, 오래 남는 표정과 호흡으로 장면을 지탱한다.

그의 선택 방식도 분명하다. 작품 수를 늘리기보다 한 편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 빠르게 소비되는 얼굴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얼굴에 가까워지려는 선택이다. 가수에서 배우로 확장된 사례가 적지 않은 시장에서, 아이유는 그 경계를 사실상 분리해 안착한 드문 케이스다.

<드림하이>(2011)와 <최고다 이순신>(2013)을 지나 <프로듀사>(2015),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로 이어지는 시간 동안 그는 캐릭터의 결을 익혔고, <나의 아저씨>(2018)와 <폭싹 속았수다>(2025)에 이르러서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도 장면을 지탱하는 배우로 자리했다. 배우로서의 성장은 이례적으로 빠르다. 감정의 밀도를 다루는 방식 역시 한층 단단해졌다.

사진 디즈니플러스

그 축적 위에 놓인 작품이 <21세기 대군부인>이다. 아이유는 극 중 성희주로 분해, 왕의 아들 이안대군 역의 변우석과 호흡을 맞춘다. 최근 빠르게 주연급으로 올라선 변우석과의 만남은 신선한 조합이지만, 극의 중심에서 서사를 이끄는 역할은 아이유에게 놓여 있다. 이 작품은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을 바탕으로, 배우로서의 무게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지난 6일 열린 <21세기 대군부인> 제작발표회 속 아이유의 발언을 재구성했다.

사진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이후 1년 만에 공개된 드라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폭싹 속았수다>가 큰 사랑을 받았다. 저도 오랫동안 촬영했고 애순이란 캐릭터에 크게 몰입했던 터라, 다른 결의 작품을 선택하는게 마음이 편했다. 전작이랑 분위기가 달라서 느끼는 부담은 없었고, 4부까지 대본을 받아 읽는데 한 번도 쉬지 않고 쉽게 읽혔다.

대본에서 가장 재밌던 부분은 무엇인가?
이야기가 전개되는 속도감과 성희주의 캐릭터가 좋았고, 이안대군, 민정우(노상현 분), 윤이랑(공승연 분)까지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크게 궁과 궁 밖의 인물로 나뉘는데, 다른 세계 사람들이 섞이고 대립하는 전개가 자연스러웠고 코믹 요소도 있었다. 그 부분이 재밌었다.

성희주는 어떤 캐릭터인가?
캐릭터 설명에 '신분을 가지지 못해서 짜증스러운 여자'라는 설정이 있다. 드라마를 보시면 왜 인물 소개에 짜증이란 키워드가 제일 먼저 나왔는지 알 정도로 화가 많고 욕심이 많다. 동시에 귀여움도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대본을 읽다가 꽂힌 대사가 있었다. "지키는 건 이렇게 하는 거예요. 공격을 공격하면서"라는 멘트였다. 캐릭터가 멋지다고 느꼈다.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아니라 "날 공격했어? 그럼 날 지켜야 하니까 나도 공격할게"라는 성격이 매력적이었다. 희주는 관념적으로 고상하고 단아한 인물은 아니고 약간 '어그로'를 끄는 인물이라 재밌게 연기했다.

박준화 감독은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준화 감독과 호흡은 어땠나?
감독님과 전작을 함께 한 분들께 여쭤봤을 때 한 분도 부정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아 놀라웠다. 감독님은 현장에서 항상 밝게 배우들을 이끌어주셨다. 대본도 재밌었지만 감독님께서 대본 이상의 아이디어를 주셔서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 감독님께서 우리 모두의 출세작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시청자분들이 끝까지 믿고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성희주의 수석비서 도혜정 역의 이연은 아이유와 호흡에 대해 "몰입하는 것에 대해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멋졌고, 대표님다웠고, 촬영 중에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연과는 이 작품에서 만나기 전에 시상식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나 역시 이연의 팬이라 "정말 팬이다. 같이 한번 연기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1년 뒤에 함께 작품을 하게 됐다. 이연의 이름처럼 연이 나에게 연이 찾아 왔다. 현장에서는 내가 이연에게 리드를 당했다. 그 정도로 준비를 많이 해오고 재밌는 아이디어도 많아서 편하게 연기했다.

사진 디즈니플러스

변우석과는 아이유의 <입술 사이> 뮤직비디오와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 이후 3번째 호흡이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는 '절친'과 바람이 난 남자친구 역으로 나왔다. 변우석이 과오를 몇 배로 씻어내겠다는 각오로 10년 만에 멋있는 역할로 돌아왔다. 전보다 길게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10년 동안 준비해온 사람들처럼 어색함이 없었다. 그동안 교류가 있진 않았지만 편했고, 10년 뒤에 또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주기로 함께 연기하면 우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MBC <나 혼자 산다>, MBC FM4U <완벽한 하루 이상순입니다>, 유튜브 채널 <살롱드립> <유인라디오> <셰프 안성재> 등에 출연하며 홍보 요정으로 역할 하고 있다.
극중 희주는 업계 1위 타이틀을 놓쳐본 적 없다. <21세기 대군부인> 팀 역시 업계 1위 목표를 만들어내겠다. 촬영은 끝났고 감독님께서 열심히 후반작업을 해주고 계신다. 지금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홍보하는 것뿐이다. 사활을 걸고 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사진 디즈니플러스

첫 방송 이후 시청률은 상승 흐름을 타며 4회 만에 11.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동시 공개된 디즈니+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출발은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지닌 긴장은 분명하다. 아이유는 이번 작품에서 단순히 인물을 연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극의 중심에서 서사의 균형을 조율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작품의 무게를 분산해줄 장치가 크지 않은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사를 이끄는 축은 그에게로 모인다. 관계와 감정의 흐름을 붙잡는 힘이 곧 작품의 밀도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21세기 대군부인>은 그가 쌓아온 시간을 바탕으로, 배우로서의 무게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수치는 이미 반응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그 중심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지켜낼 수 있는가다.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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