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특검들 작심 비판 “지금은 정치특검의 시대”
“특검, 수사 아닌 정치하는 것 아닌가 의문”…“與 주도, 그 자체로 이미 균형 잃어”
(시사저널=이혜영·김임수·이태준·이강산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특검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했다.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안 돼 3대 특검과 상설 특검에 이어 2차 종합특검까지 5개의 특검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더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작 기소 특검' 가능성을 또 예고하고 나섰다. 대한민국의 역대 특검들은 이렇듯 전례 없이 연이어 전개되고 있는 특검 정국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4월20~23일, 전직 특검 및 특검보 56명(현 정부에서 출범한 5개 특검은 제외)을 전수조사했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옷로비 사건을 시작으로 2026년 2차 종합특검까지 총 20개 특검팀이 꾸려졌다. 윤석열 정부까지 특검 15명과 특검보 41명이 국민적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다. 다만 역대 특검·특검보 중 개인 비위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징계 또는 수사 도중 부적절한 의혹으로 사임한 인물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모두 제외했다. 사망했거나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인해 칩거 중인 이들, 그리고 활동을 완전히 중단한 이도 여럿 있었다.
본지 질문에 응한 26명의 전직 특검 및 특검보도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최근 특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듯했다. 복수의 특검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과 논란을 거듭하는 2차 종합특검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엔 답변을 회피하는 이도 있었다. 질의에 응답한 특검과 특검보들은 공통적으로 지금의 특검이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수사 내용과 절차·결과의 공정성만큼 그 '외관'을 함께 갖춰 나가야 하는 것이 특검의 숙명인데, 출발부터 각종 논란과 시비에 휘말리면서 향후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신뢰받기 어려운 자충수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 2차 종합특검의 공정성·신뢰성 논란
"이해충돌 사안에 대한 긴장감 전혀 없어"
질문은 지금의 2차 종합특검에 대한 논란에서부터 시작했다. 출범하자마자 김지미 특검보가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는가 하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의 변호 이력이 있는 권영빈 특검보가 논란이 되자 결국 김치헌 특검보로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 기소 의혹 사건 담당자를 교체하는 등 초기부터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2010년대 출범한 특검 출신의 A변호사는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보가 특정 매체나 유튜브에 나가선 안 된다. 수사 내용을 얘기하는 건 더더욱 안 된다. 특검팀이 보인 행태나 수사 운영 방식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보를 지낸 60대 법조인 B씨는 "'정치검찰'을 없앤다며 검찰 전체를 공중분해시켰는데, 이제는 '정치특검' 시대가 열리는 형국이다. 수사 과정과 그 결과에 예단을 갖도록 (방송에 나가) 공개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대형 사고다. 초반부터 이러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신뢰받기 어려워진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판사 출신으로 특검보를 거친 60대 C변호사 역시 "기본적인 수사 준칙이나 가이드라인조차 없이 출항했다는 것을 특검팀 스스로 드러낸 셈이다. 이해충돌 사안에 대해서도 전혀 긴장감이 없다. 왜 '특별'검사와 '특별'검사보인지 그 의미와 무게감부터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후배 특검들에게 충고했다.
검사 출신으로 2010년대에 특검보를 지낸 D변호사는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상황을 바꿔서 만일 어떤 특검이나 특검보가 극우 성향 유튜버 채널에 나와 수사 방향과 주요 피의자 소환을 예고하는 발언을 한다면 지금의 여당은 어떻게 나오겠나"라고 반문하며 "한마디로 난리가 날 거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특검의 외관을 만드는 것은 실체적 진실 발견, 그리고 이 결과를 국민이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된 부분이다. 특검이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한 수사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 특검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
"여당 주도로 특검 출범하는 역전 현상"
이재명 정부 들어 출범한 여러 특검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특검을 지낸 검사 출신 60대 E변호사는 "특검의 공정성·공평성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에는 대부분 경찰·검찰에서 수사하다가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할 때 야당의 요구로 특검이 출범했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는 여당 주도로 특검이 출범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예외적으로 출범해야 하는 특검이 여당 주도하에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추가 특검 예고까지 나온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출범한 한 특검의 특검보를 맡은 F변호사는 "진영 논리에 잠식된 수사로 가고 있다. 특검은 굉장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가동돼야 한다. 지금은 반대다. 국민은 수사 주체가 누구든, 어떤 기관이 하든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현재와 같이 진영 논리가 특검 수사에 영향을 끼치게 되면 '과연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거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의 특검보였던 법조인 G씨도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그는 "지금은 이전과 달리 전 정권을 겨눈 특검 수사다. 이걸 여권이 주도하는 것 자체로 균형을 잃은 것이다. 정치권이 주도하는 것이라면 최소한 정당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둬야 한다. 인선부터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궤도를 이탈한 후속 대응으로 논란을 더 키워버렸다. 2차 종합특검을 밀어붙인 이 상황이 오히려 특검 무용론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업 수사와 관련한 특검팀에서 특검보를 지낸 H변호사 또한 "조심스럽지만 특검·특검보의 실력보다는 정치적 색채를 (임명의) 최우선에 둔 것 같다. 수사 의지를 갖는 것과 실질적인 수사 능력, 수사 지휘력은 완전히 별개다. 아무리 수사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대형 수사와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이 없으면 한계가 있다. 3대 특검 중 일부가 이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지 않았나. 대형 의혹, 권력자 비리나 병폐를 다뤄야 해 수사 난도가 높다. 그런데 지금의 특검 인선은 정치적 성향을 1순위로 올려뒀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 과거 경험했던 특검과 현재의 특검 비교
"개별적 언론 접촉 금지…수사력 간극도 커"
전직 특검 및 특검보들에게 과거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특검과 현재 바라보고 있는 특검이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는지 물었다.
권력 수사를 맡았던 특검보 출신의 I 변호사는 "모든 게 다르다.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특검을 선정하는 첫 단추부터 그렇다. 참여했던 특검부터 현업에서 지켜본 다른 특검 때도 후보자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지연, 학연 등 혹여라도 공정성 시비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걷어냈다. 한시적인 특검 시스템이 잘 갖춰지고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체적 진실 발견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입법부가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상 특검의 성패를 구속 몇 명, 기소 몇 명으로 분류하는데, 공정한 시스템을 갖췄고,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면 결론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역대 특검이나 특검보를 지낸 법조인들이 이 경력을 나름의 자부심으로 여기는 것도 구속·기소 규모가 아니라 스스로 공정했다는 평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현재의 특검 추진 방식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G씨는 "핵심 수사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 자체로 큰 차이가 있다. 예전에는 특검팀을 꾸릴 때 경쟁적으로 손을 들었다. 검찰이든 다른 파견 기관에서든 수사력이나 전문성을 인정받는 인력이 몰렸다. 지금은 동시다발적으로 특검이 여러 개 돌아가니 안 그래도 인력난에 허덕이는 검찰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행정기관에서도 기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검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다는 것은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의미다. 특검 수사력의 간극이 매우 커졌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E변호사는 "(과거엔) 특검이 공식 브리핑 이외에 수사 관련 내용을 지금처럼 언급했던 경우는 없다. 개별적인 언론 접촉도 금지였다. (공식 브리핑을 하더라도) 수사 내용을 일부라도 알리려면 사전에 승낙을 받아야 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검사 출신의 60대 J변호사는 "특검 수사를 할 때 공익성과 국민의 알 권리,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범위와 원칙을 정해서 움직였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기 때문에 수사는 날밤을 새워가며 전투적으로 하면서도, 국민 앞에 서야 할 때는 섬세하고 예민하게 접근했다"며 "현재의 특검은 그런 측면에서 중대 결함이 있다. 특검은 입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운영 방식과 세부적인 요건이 다를 수 있다. 특검 제도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춰가는 것이다. 다만 발전적으로,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원팀'이라는 점을 구성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면 난파선이 되기 십상"이라고 밝혔다.
정치인 관련 수사 특검을 지낸 K변호사는 "인재풀이 너무 좁아졌고, 점점 더 좁아진다는 인상을 받는다. 3대 특검 때도 그랬고 2차 종합특검도 그렇다. 정치권에서 특검 후보자를 좁은 범위로 한정하고, 무결점 인사를 찾으려 하니 인선부터 꼬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기에 3대 특검이 이미 훑고 간 내용들이라 가뜩이나 쉽게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태다. 의혹이나 사건의 쟁점을 펼쳐놓고 단계별로 구상해야 되는데, 2차 종합특검은 수사·공판 기록까지 다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왜 강제수사가 늦는지, 왜 구속영장 청구가 안 되는지를 따지기보단 기초를 잘 다질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특검 제도의 개선점에 대해
"남용 경계, 정치적 목적과 의도 배제해야"
그렇다면 전직 특검 및 특검보들은 향후 특검의 제도적 보완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보고 있을까. L변호사는 "1대(특검)부터 20대(특검)까지 냉정히 놓고 보면 유사한 논란, 투입 대비 낮은 성과 앞에 자유로운 특검은 없다.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극소수 특검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특검 제도를 지금처럼 이어가면 100대 특검이 나와도 마찬가지 일 수 있다. 기저에는 정치적 공방이 자리한다. 독립위원회나 기구에서 제도 설계 자체를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검찰 개혁 이후에도 특검이 꾸려지면 검사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데 어떻게 통제하고, 또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또 지금처럼 조건과 제약이 많아지면 우수한 인력이 특검 입성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F변호사는 "무력화된 검찰의 빈자리를 특검으로 채우려는 시도는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특검 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동시다발적으로 돌아가는 특검에 검사가 대거 차출되다 보니 일선 현장은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검 자체의 문제와 그로 인한 (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까지 복합적인 우려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G변호사는 "수사와 기소, 공판을 단일 주체가 한다는 점에서 특검은 상당히 효율적이다. 그런데 특정 정치 세력에 의해 남용돼버리면 검찰이 비난받고 해체에까지 이르게 된 이유와 다를 게 없게 된다. 기본적으로 검찰의 문제를 특검도 갖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3차, 4차, 5차 특검으로 무제한의 수사 범위, 무제한의 인력과 시간이 투입된다면 어느 누가 당해 내고 견딜 수 있나. 이재명 대통령이 당한 그 피해가 대상자만 바꿔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향할 때는 쇠몽둥이, 내 편에는 솜방망이'로 쓰일 수 있는 특검 제도는 안 된다. 남용을 경계하고 입법자의 정치적 목적과 의도로 수사 기준이 허물어지지 않는 형태일 때 지속할 수 있다. 국회가 이 부분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검이 휘두르는 칼은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검은 독배였다"…영광만큼 긴 그림자도
"돌이켜보면 특검은 영광보다는 독배에 가까운 자리다. 무혐의가 나오면 '봐주기·맹탕 수사'라 비판하고, 대거 구속 기소하면 '과잉·정치 수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파견 검사와 특별검사로 두 차례 각기 다른 정권에서 출범한 특검팀에 참여했던 한 법조인의 탄식이다. 출범할 때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특검. 그러나 특검팀을 거친 법조인들은 과거의 수사 경험을 말하거나 현재의 특검을 평가하는 데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20차례의 특검 중 국민적 지지와 성과를 모두 손에 쥔 '성공한 특검'으로 분류되는 경우는 극소수였고, 대부분의 특검은 여론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던 점을 의식해 "할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다"며 입을 다문 경우도 있었다.
특검 이후의 행보가 순탄치 않은 법조인도 많았다. 활동을 종료한 특검 15명 중 10명은 로펌 대표·고문변호사로 있거나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수사했던 기업과의 석연치 않은 고리가 드러나면서 유착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검보 41명 중 11명은 특검 수사 도중 불미스러운 논란에 휩싸여 중도 사퇴하거나 활동 종료 후 형사처벌 대상이 돼 특검 출신이라는 영광보다는 그림자가 더 길었다. 특검과 특검보 중에서는 폐업하거나 사회적 활동을 중단한 탓에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특검 트라우마'를 남긴 대표적인 인물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검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16년 검찰에서 한직을 돌다가 박 전 특검에 의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복귀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구속 기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검 수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체급을 키운 그는 대통령으로 직행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박 전 특검의 근황이 포착된 곳은 모두 법정의 피고인석이다.
박 전 특검은 4월20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린 서울고법 재판정에 출석했다. 검찰은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포르쉐 렌터카 등을 지원받은 혐의로 박 전 특검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대장동 50억 클럽'으로도 수사를 받았다. 박 전 특검 측은 재판에서 "특검은 공직자가 아니고, 공무 수행과는 관련성이 없다"며 청탁금지법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전 특검은 최후진술에서 "결과를 달게 받도록 하겠다"며 씁쓸한 마지막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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