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불안 속 두바이 탈출하는 부자들···다음 행선지는 유럽의 ‘이 나라’

중동의 긴장 고조와 함께 ‘무세금 천국’으로 불리던 두바이의 매력이 흔들리고 있다. 한때 전 세계 부유층을 빨아들이던 이 사막의 금융 허브에서, 이제는 조용한 이탈 행렬이 감지된다. 그리고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유럽의 낭만 국가, 이탈리아다. 최근 BBC는 이탈리아로 향하는 부자들의 이주 흐름을 조명했다.
“세금보다 삶”…이면엔 현실적 계산
프랑스 출신 사업가 ‘로베르’(가명)는 최근 몇 년 사이 로마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고 BBC에 밝혔다. 그는 이주 이유를 단순한 절세가 아닌 “예술, 음악, 그리고 삶의 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계산도 무시할 수 없다. 이탈리아는 일정 금액만 내면 해외 소득 전체에 대해 추가 과세를 하지 않는 ‘플랫택스’ 제도를 운영 중이다. 현재 상한선은 연간 30만유로(약 5억1000만원) 수준으로, 수백만 유로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고소득자에게는 유리한 구조다.
부동산 세제에서도 차이는 분명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첫 주택 구입 시 세금 부담이 크게 낮아지거나 면제되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이른바 ‘노타르 비용(frais de notaire)’으로 불리는 취득 관련 비용이 집값의 약 7~8%에 달한다. 100만 유로(약 17억원) 짜리 주택을 기준으로 하면 약 8만 유로(약 1억3000만원)에 이르는 금액으로, 사실상 세금 성격의 비용이다.
보유 단계에서도 격차가 이어진다. 프랑스는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 자산에 대해 ‘부동산 부유세(IFI)’를 부과하고, 별도의 재산세도 매년 납부해야 한다. 고가 주택 보유자의 경우 매년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의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이탈리아는 첫 주택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와 같은 강한 부동산 중심 과세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상속세 구조 역시 대비된다. 프랑스는 약 10만 유로 수준의 공제 이후 최대 45%까지 과세되는 반면, 이탈리아는 약 100만 유로까지 면세가 적용되고 초과분에 대해서도 낮은 세율이 부과된다. 이처럼 취득, 보유, 상속 전 단계에 걸친 세 부담 차이가 누적되면서, 이탈리아는 사실상 “유럽형 조세 피난처”로 주목을 받은 것이다.
프랑스·영국 부자들도 ‘남하 중’

최근 프랑스와 영국의 부유층 사이에서도 이탈리아 이주 문의가 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특히 프랑스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세 부담과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며 고액 자산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파리의 한 세무 전문가는 “이탈리아 이주를 검토하는 문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아직은 실제 이동보다 사전 검토 단계가 많지만 분위기는 분명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글로벌 부자들의 주요 목적지였던 두바이 대신 이탈리아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다.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안전과 생활 환경을 중시하는 자산가들은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여전히 두바이의 ‘무소득세’ 체제는 강력한 경쟁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일부 자산가들이 가족을 유럽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의 분산 거주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이민 컨설팅 기업 헨리엔파트너스의 피터 페리뇨는 “중동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 자산가들은 이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당장은 부자들이 완전히 두바이에서 거점을 옮기기보다 가족을 먼저 이탈리아로 이주시키거나, 이탈리아에서 원격근무를 하며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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