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벌 공익재단, 수십억 수익에 기부는 '쥐꼬리'?…사상 첫 성적표 공개되나

이연우 기자 2026. 4. 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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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대기업집단이 소유한 공익법인들 로고. 각 공식사이트 캡처


대기업집단이 소유한 공익법인의 ‘깜깜이 운영’이 앞으로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동안 이 공익법인들은 절세와 경영권 승계의 통로라는 비판을 받으며 공익 사업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국세청이 대기업집단 소속을 포함한 공익법인 전반의 수익과 지출 내역을 분석한 ‘성적표’를 사상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24일 국세청의 ‘2025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재(2024년 말 기준) 전국 공익법인은 4만330개로 집계됐다. 이 중 표준서식의 결산서류가 공시된 곳은 1만2천864개다.

사업목적별로 보면 사회복지 관련 공익법인(3천455개)이 가장 많이 공시했고, 이어 ▲학술·장학(2천955개) ▲기타(2천309개) ▲교육(1천998개) ▲의료(1천94개) ▲예술문화(1천53개) 순이다. 지역별로는 서울(4천153개), 경기도(1천673개), 경남(858개), 부산(839개), 경북(706개) 등의 공익법인 수가 많다.

이 안에는 SK의 행복나눔재단, LG의 LG복지재단, 동국제강의 송원문화재단처럼 대기업집단이 소유한 공익법인도 포함돼 있다. 공시 의무가 부여되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들은 결산서류 공시, 출연재산 보고, 공익목적 사용 의무 등을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대신 출연받는 재산의 상속세와 증여세를 면제받는다.

하지만 과거 대기업 공익법인들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익사업으로 수입을 올리는 규모에 비해 정작 공익 지출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으면서 ‘무늬만 공익법인’의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지난해 4월 공시된 결산서류를 분석한 결과, 삼성문화재단의 경우 지난해 계열사 지분 등을 통해 얻은 수익사업(기타사업) 수익만 약 664억4천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공익법인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분배비용(장학금, 지원금 등 수혜자에게 직접 지급한 비용)’은 약 29억2천만원(4.4%)에 그쳤다. 재단이 공익목적사업비로 지출했다고 신고한 636억9천여만원 중 242억4천여만원은 리움·호암미술관 운영 등 ‘시설비용’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공익목적사업의 수익은 897억4천여만원, 비용은 636억9천여만원(70.96%)이었다.

같은 시기 서전문화재단법인(KCC)은 공익목적사업 수익과 비용이 각각 89억여원과 60억3천여만원(67.74%)으로 나타났다. 금융 이자·배당이나 부동산 임대, 사업 외 손익 등을 포함한 '기타사업'에선 수익 76억8천여만원 중 9억6천여만원(12.54%)을 지출해 67억2천여만원을 남겼다.

이처럼 공익법인들이 기타사업의 일환으로 계열사 지분을 대량 보유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의 꼼수로 활용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국세청 로고. 연합뉴스


문제는 그동안 이러한 실태를 파악할 ‘공식적인 잣대’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개별 법인의 공시는 확인할 수 있지만 ‘자산 5조 이상’, ‘대기업집단’ 등을 따로 떼어내거나, 수익 대비 목적사업 지출 비율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자료는 부재해서다.

이에 세무당국은 사상 처음으로 연차보고서 형태의 분석을 진행하고, 이달 중 공개할 것으로 전해진다. 대기업을 포함한 공익법인 전반의 투명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 운영실태를 면밀히 점검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말 결산 공익법인이 오는 30일까지 결산서류 등을 홈택스에 공시하고 출연재산 보고서, 의무이행여부 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번 보고서 공개 시기 및 내용에 관심이 모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산 5조 이상 공시집단에 대한 통계 등을 포함해 4월 중 최초로 ‘공익법인 연차보고서(가칭)’가 발간될 것”이라며 “세부 내용은 공식 발간 이후 공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해 불성실 공익법인에 대해 검증을 실시해 303개 법인의 공익법인 자금 사적유용, 상속·증여세법상 의무위반 등의 사례를 확인하고, 증여세 등 198억원을 추징했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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