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30주년, ‘실패의 역사’ 돌아본 이유 [사람IN]

전혜원 기자 2026. 4. 24.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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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에 입사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잘 안됐다.

"민주노총 30주년이 노동운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조망할 큰 계기였는데, 생각만큼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노총에서도 설립 30주년을 맞아 백서를 냈는데, 그 책에서는 민주노총이 자본이나 정권의 '저항자' 또는 '피해자'로만 그려진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참여자'이기도 했다. 노동운동이 걸어온 '승리의 역사'만이 아니라 '실패와 패배, 오류의 역사'까지 돌아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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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에 입사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는데 잘 안됐다. 퇴사하고 노무사 자격증을 딴 2002년, 노동조합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부터 20여 년을 민주노총 공공연맹(현 공공운수노조)에서 상근자로 일했다.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 공공기관사업팀장을 역임하고 현재 공공운수노조 부설 교육센터 ‘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박준형씨(53) 이야기다.

ⓒ시사IN 조남진

1995년 11월 민주노총이 창립한 지 30년을 맞은 지난해 11월, 박준형씨는 책을 하나 냈다. 〈투쟁의 역사, 성찰의 기록-한국 노동운동사 1987~2025〉(벽너머 펴냄)가 그것이다. 사회운동단체 ‘사회진보연대’에서 진행한 세미나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민주노총 30주년이 노동운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조망할 큰 계기였는데, 생각만큼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노총에서도 설립 30주년을 맞아 백서를 냈는데, 그 책에서는 민주노총이 자본이나 정권의 ‘저항자’ 또는 ‘피해자’로만 그려진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참여자’이기도 했다. 노동운동이 걸어온 ‘승리의 역사’만이 아니라 ‘실패와 패배, 오류의 역사’까지 돌아보고자 했다.”

어떤 실패인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재벌 대기업의 노동자들은 상당한 고임금을 실현했지만, 중소·영세 사업장이나 특수고용 노동자들과의 격차는 커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에 노동운동은 일련의 숙원을 ‘청구서’처럼 내밀었을 뿐, 깊은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구조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부문에 확산되지 못했다. 박준형씨는 책에서 이렇게 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한계가 있었지만, 노동운동이 요구해온 정책을 수용한 부분도 많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의 한계는 민주노총의 한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가 불충분하다고 평가했을 뿐 민주노총 자신의 정책적 요구를 진지하게 재검토하지 않았다.”

실패를 복기하기보다 분노를 조직하는 것이 더 ‘쉬운 길’이다. 그럼에도 돌아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박준형씨는 “돌아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조에 대한 기대조차 할 수 없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민주노총을 ‘나의 조직’이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노동운동이 자기 이익을 지키는 걸 넘어 보편적인 이익을 추구해야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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