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교사의 죽음에 우리는 무죄인가 ①

사립유치원교사가 죽었습니다. 병가를 허가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병세가 악화됐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사직원이 조작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학교 교사의 당연한 권리인 아프면 쉴 권리가 학교 현장에서 묵살당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조용합니다. 몇 년 전 거리를 뒤덮었던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의 항의도 없습니다. 언론의 조명도 없습니다. 교원단체의 집단적인 항의도 없습니다. 성명과 조촐한 추모식이 있었을 뿐입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발 빠른 대응도 없고, 재발 방지책에 대한 이야기도 없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그 죽음조차 기억되지 않는 학교 선생님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다
우리나라에서 교육부가 관할하는 학제에는 유치원 3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의 중등학교, 대학교가 있습니다. 유치원을 제외한 모든 학제에는 '학교'라는 명칭이 붙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의 학제에는 '유아 학교'라는 이름이 아닌 '유치원'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습니다. 2004년 유아교육법이 제정될 때에도 '유아학교'라는 명칭을 붙이려다가 무산됐습니다. 유아학교인 유치원 중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지 않고, 법인이나 사인(私人)이 세운 유아학교가 사립유치원입니다. 사립학교법 제2조에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립유치원 교원은 사립학교 교원입니다. 교원이란 학생을 직접 지도하는 자로서 교장(원장), 교감(원감), 교사를 말합니다. 사립학교 교원은 급별 분류로는 공립유치원 교원과 같고, 신분이나 복무 등으로는 사립중고등학교 교원과 같습니다.
교육감이 사립유치원 지도·감독
사립학교법 4조1항1호의 규정에 따라 교육감은 사립유치원을 지도·감독합니다. '지도감독'이라 함은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교육이 본래의 목적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으로 인사, 학사, 회계에 대해 본래의 목적대로 운영되도록 하고, 위법한 사항에 대한 시정이나 제제를 가하는 것입니다.
인사의 경우 교원의 임용과 면직 등에 대한 지도감독권도 있습니다. 교원을 임용할 경우 임용보고를 받고, 면직의 경우에도 그 사유 등을 살피게 됩니다. 부당한 징계 등 불이익 처분에 대해서는 소청심사청구 등의 제도도 마련돼 있습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도 감독권은 사립중고등학교에 대한 그것과 동일합니다.
사립학교법 55조의 규정에 따라 사립학교 교원의 복무는 국공립학교 교원에 대한 복무규정을 준용합니다. 국공립학교 교원은 모두 국가공무원으로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릅니다. 따라서 사립학교 교원 역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준용합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는 출퇴근과 근무시간, 휴가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립유치원 교원 역시 국공립학교 교원과 같은 출퇴근, 근무시간, 휴가에 대한 기준을 따릅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14조에는 "휴가는 연가(年暇), 병가, 공가(公暇) 및 특별휴가로 구분한다"고 돼 있고, 18조에는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60일의 범위 안에서 병가를 승인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이번에 사망한 사립유치원 교사의 경우 독감 때문에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 해당합니다. 당연히 병가의 대상이 됩니다.
'승인할 수 있다'는 자유재량인가 기속재량인가
최근 한 교원단체에서 '감염병의 경우에는 의무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감염병이 걸렸으면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승인하도록 법제화를 요구하는 모양입니다. 이런 주장의 전제는 '승인할 수 있다'는 말은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논리를 수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사용자가 병가의 허용 여부를 자유롭게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때만 '다른 경우는 몰라도 감염병은 의무 승인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복무규정에 나오는 휴가규정을 보면 '승인할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모든 휴가 규정에는 '○○일 때에는 □□일의 휴가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때 '○○일 때'를 휴가의 요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교원이 이 휴가의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알아보고 그 요건에 해당할 경우에는 휴가를 승인해야 합니다.
즉, 사용자의 휴가 승인권은 요건에 의한 기속재량입니다. 이 주장은 단순히 교원측의 주장이 아닙니다. 전교조가 발간한 <따르릉 교원상담>(이 책자는 제가 편집한 책입니다)이라는 책자를 보면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습니다.
"휴가 신청에 대한 허가는 기속재량임. 허가권자는 허가 신청자의 업무형편, 부서 내 사정 등을 고려하여 거부를 할 수도 있으나 정당한 사유에 따라 휴가가 신청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가를 해 주어야 함.
휴가의 종류와 법적 성격 (공무원 복무제도 해설 / 행정자치부 / 2006.5.)"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무 승인해야
20년 전 전교조와 행자부가 확인한 사항은 '정당한 사유에 따라 휴가가 신청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승인할 수 있다'는 것은 거부의 여지를 둔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그 여지란 '특별한 사정'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연가(일반 노동자의 연차휴가)의 경우, 연가를 승인하게 되면 학교의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승인을 거부할 수 있으나, 그 연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연가의 시기를 조정할 권한이 학교장에게 있을 뿐입니다. 여기서 '중대한 지장'은 단순하게 학교의 운영이 '바빠지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정도를 의미합니다.
지금 사립유치원 교사가 병가를 신청했을 때, 원장이 이를 거부할 수 있으려면 해당 교사의 병가를 승인할 경우, 유치원 원아들의 생명과 안전이 심각하게 위태로울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특별한 사유'없음에도 원장은 병가 승인을 거부했고, 교사는 병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습니다. 휴가를 자유재량으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휴가를 거부하면 '재량권의 일탈 남용'에 해당합니다. 이는 위법부당한 행위입니다.
병가로 결근하면 학급은 누가 맡아야 할까
학교에는 교사들이 배치돼 있습니다. 과거 유치원에는 1학급당 1명의 교사가 배치되어 있어서 1명의 교사가 하루 종일 원아들을 교육하고 보호했습니다. 최근에는 공립유치원에는 약간의 여유 교사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단설의 경우에는 원감과 원장이 추가 배치돼 있습니다.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교과전담 교사 등 '여유 교사'들이 있고, 중등의 경우에는 과목별 교사 배치이므로 학급에 대비해서 교사 수가 여유를 가집니다.
그래서 급박하게 결원 교사가 생길 경우에는 학교 안에서 그 공백을 메꿀 수 있습니다. 이후 교육청에 대체 교사 인력풀이 있어서 대체 교사를 보내줍니다. 어린이집의 경우에도 육아종합지원센터에 대체 교사 인력풀을 운용하며 대체 교사를 파견해서 공백을 메꾸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립유치원의 경우에는 '여유 교사'가 없습니다. 1학급당 1명인 유치원이 태반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학생을 직접 지도하는 자'를 교원이라고 하고 원장, 원감, 교사를 모두 교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사립유치원의 경우에는 긴박한 상황이라면 바로 원장이나 원감이 수업을 담당해야 합니다. 고열과 기침으로 고통받는 교사를 유치원에 출근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교원인 원감이나 원장이 수업을 담당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원장도 원감도 교사도 모두 '교원'입니다.(2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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