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시, 싱크홀 탐사 현장 테스트 배점 축소 도마에
GPR탐사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안공개
탐사능력‘10점→2점’으로 급감
업계“시민 안전이 우선이기보다
지역업체 진입문턱 낮추기 급급”

[대한경제=김민수 기자] 부산시가 지반침하(싱크홀) 탐사 업체 선정 시 업체의 실질적인 기술력을 평가하는 현장 테스트 배점을 대폭 축소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탐사 역량을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기술 검증의 문턱을 지나치게 낮췄다는 지적이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총 연장 491㎞(차도 473㎞, 보도 18㎞)에 달하는 ‘2026년도 지하시설물 통합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안전점검 용역’ 발주를 앞두고, 지난주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안’을 공개해 의견 수렴을 마쳤다.
공개된 기준안을 분석한 결과, 탐사 업체 선정의 핵심 지표들이 대폭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배점 중 ‘참여 기술자 능력’ 점수는 지난해 56점에서 올해 53점으로 줄어든 반면, ‘업체 능력 및 신용도’ 점수는 38점에서 41점으로 상향 조정됐다.
특히 기술 검증의 핵심인 ‘공동탐사능력 현장 테스트’ 배점은 기존 10점에서 2점으로 80%나 급감했다. 그간 부산시는 서울시(9점), 부천시(8점) 등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10점의 배점을 부여하며 현장 기술력을 선도적으로 검증해 온 지자체였으나, 돌연 점수를 2점으로 낮췄다.
장비 보유에 대한 변별력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GPR 장비 보유 및 임대 점수가 3점에서 1점으로 축소되면서, 고가의 장비를 직접 보유한 업체와 임대 업체 간의 차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를 보유하지 않아도 감점이 1점에 불과해 업체들이 굳이 비싼 장비를 도입해 기술을 고도화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행보는 국토교통부의 정책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토부의 ‘제2차 국가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2025∼2029년)’에 따르면 지반침하 예방을 위해 공동조사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고 지자체 지원을 확대하는 등 선제적 관리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격 경쟁 위주에서 탈피해 공동조사 기술력을 검증하는 방안을 활성화하라는 국토부의 지침과 부산시의 이번 개정안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평이다.
부산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엔지니어링 사업자 선정에 관한 기준’에 따라 사업 특성에 맞춰 배점을 ±2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기준 제4조 3항에는 배점 조정 시 ‘내용 및 사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구체적인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 규정상 배점의 자율적 조정이 가능하며 특별한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안은 확정된 것이 아니며 의견 수렴 단계일 뿐”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해야 할 지하 탐사 행정이 기술력이 부족한 지역 업체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데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 테스트 비중을 이처럼 대폭 줄이는 것은 결국 기술 변별력을 없애 가격 투찰에 의한 운찰 가능성만 높이는 꼴”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업체들의 기술 개발 의지를 저해하고 국내 지하안전 기술의 퇴보를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수 기자 k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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