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떠돌던 전설의 명화, 18년 만에 극장 나들이···‘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홀로코스트 참상 극적으로 드러내
극장 상영 없이도 사랑받은 ‘고전’
코로나19 이후 ‘신작 가뭄’ 심화
배급사들, 검증된 재개봉작 선택
중장년층엔 향수, 20대엔 새로움
위험 적지만 차별화 어려워 ‘고심’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2008)은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동명의 원작소설(존 보인)을 읽은 사람도 있을 테고, IPTV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에서 포스터를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포스터 속 쨍한 하늘 아래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앉은 두 소년. 그중 하나가 입은 회색 줄무늬 수용복은 홀로코스트를 다룬 이야기라는 걸 짐작케 한다. 영화를 봤다면 결말의 충격을 잊지 못할 명작이기도 하다.
영화 팬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며 알려진 마크 허만 감독의 영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 18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다. 23일부터 CGV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단독 상영된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소년과 유대인 소년의 우정을 다룬다. 나치 장교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서 폴란드로 이사 온 여덟 살 ‘브루노’(에이사 버터필드)는 집 뒤 철조망 너머 ‘농장’(유대인 수용소)을 궁금해한다. 그곳에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또래 ‘슈무엘’(잭 스캔론)이 산다. 영화는 두 소년의 순수한 우정을 통해 홀로코스트가 얼마나 참담한 비극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영미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독립 영화는 2008년 영국·미국 및 일부 유럽 국가에서만 극장에 걸렸다. 나치 독일이 자행한 집단학살에 관심이 높은 서구권을 중심으로 개봉했다.
‘최초 상영’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재개봉이 아니라니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콘텐츠 평가 및 추천 플랫폼 ‘왓챠피디아’에서 24만여 명이 평균 4.1점(5점 만점)의 높은 별점을 매겼을 정도로, 인지도와 평가 모두 높은 작품이 정작 극장 상영을 한 적이 없다는 게 의외라는 반응이다.
수입배급사 팝엔터테인먼트도 한국 극장 첫 개봉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한다. 팝엔터테인먼트는 오래된 ‘재개봉 명가’다. 2013년 일본 영화 <러브레터>를 한국 개봉 14년 만에 다시 건 것부터 지난해 <대부>까지, 누구나 아는 고전 명작을 다시 극장에 소환해 왔다. VOD로 먼저 팬덤이 생긴 영화 <플립>을 7년 만에 한국 극장에 건 수입배급사도 이곳이다.
코로나19 이후 영화 제작·흥행 상황이 악화하며 신작이 감소한 자리를 ‘재개봉 영화’로 채우려는 배급 전략이 인기를 얻으면서, 기존의 강자 팝엔터테인먼트는 고민이 컸다고 한다. 박용균 대표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재개봉할 영화가 없으니 큰일’이다 싶던 차에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을 떠올랐다”며 “1년 정도 걸려 계약을 했는데, 그 이후에야 이 영화가 한국에서 정식으로 개봉한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올해도 여전한 ‘고전 명작’ 개봉, 왜
수입배급사 입장에서 재개봉작은 신작보다 단가가 낮으면서 이미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은 영화이기에 위험이 적다. ‘이미 유명한 영화’일 경우 홍보에 들이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대형 멀티플렉스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롯데시네마)는 지난달부터 클래식 영화 8편을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상영하는 ‘클래식 레미니선스’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로마의 휴일>과 <티파니에서 아침을>(8일 개봉) <트루먼쇼>(15일 개봉) 등 고전 명작이 대상이다.
고전 명작을 찾는 관객층은 향수를 느껴 영화관을 찾는 중장년층뿐이 아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명작을 극장에서 보려는 20·30세대에게 오히려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올해 재개봉작을 관람한 관객들의 연령대는 20대가 39.1%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4.9%로 뒤를 이었다. 40대(14.9%), 50대(16.5%) 관객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젊은 세대에게는 재개봉작이 오히려 신작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몇 년 사이 재개봉작이 무더기로 쏟아지면서, ‘지금 관객이 이 영화를 좋아할지, 왜 극장에서 봐야 할지’라는 고민 없이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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