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S급 개발자' 연봉 2000만원…한국 기업 눈 돌린 '이곳'
24시간 릴레이 근무
주52시간에 발목…
인도로 화이트칼라 오프쇼어링
中 임금 높고 베트남 숙련도 낮아
印은 경험 많은 최상위 인재 풍부
'S급 팀' 꾸려도 韓 1명 연봉 수준
알고리즘 설계 등 핵심까지 맡겨
한화비전도 엔지니어 채용 협의중

지난 19일 일요일 오후 9시(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도시 노이다의 한 복합 오피스 건물에 들어서자 인도공과대(IIT) 출신 개발자 수십 명이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들이 구현하고 있는 건 한국 스타트업의 인공지능(AI) 서비스와 한국 대기업의 차세대 백엔드 시스템이다. 한국은 이미 월요일 0시를 넘긴 시간이지만, 이들이 작성한 코드는 서울 본사 서버에 실시간으로 반영됐다. 빅토르 삼손 개발자(29)는 “한국 팀이 금요일 밤 퇴근하면 우리는 토요일부터 이어받아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프로젝트는 24시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24시간 개발 체제 가동

인도의 S급 엔지니어들이 한국 기업을 위해 개발을 하는 구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인력난과 ‘주 52시간’ 노동 규제를 겪고 있는 한국에선 인도 엔지니어들이 매력적이어서다. 이 덕분에 저임금 외주에 머물던 인도 엔지니어들이 이젠 AI 알고리즘 설계와 백엔드 아키텍처 등 핵심 공정을 담당하게 됐다.
인도에서 고용사업을 독점 운영하는 한국의 HR테크기업 맥킨리라이스가 2019년부터 한국 기업을 위해 채용한 인도 개발자는 1379명이다. 매년 계약 종료가 생기면서 757명이 고용돼 있다. 김정우 맥킨리라이스 대표는 “지원자 수만 명 가운데 핵심 공정을 맡을 수 있는 인력만 선별하는 ‘정예 채용’ 구조”라며 “지난해 국내 기업이 우리를 통해 채용한 인도 개발자 인력(209명)의 32%가 IIT, 국립공과대(NIT) 등 최상위대학(Tier-1) 출신”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졸업자 중 소수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으로 가고 나머지는 가족 비자 문제 등으로 인도에 남는데, 인도에 남은 엔지니어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 한국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이 인도 개발자를 채용하는 이유는 인력 규모와 질을 동시에 충족하는 유일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14억7000만 명인 인도는 매년 150만 명 이상의 이공계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IIT, NIT 등 글로벌 공대 출신 인재 풀도 두텁다. 여기에 영어 기반 개발 환경과 글로벌 협업 경험이 축적돼 있어 즉시 프로젝트 투입이 가능하다. 국내 AI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인건비와 규제 리스크가 크고, 베트남은 인력 규모와 숙련도에서 한계가 있다”며 “품질과 공급량을 동시에 맞출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인도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노동 규제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보기술(IT) 서비스는 출시 시점이 경쟁력을 좌우하지만, 국내에선 주 52시간 근로제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다는 목소리가 많다. 반면 노이다가 속한 우타르프라데시주는 IT 업종에 주정부의 정책상 특례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3교대 운영과 야간·휴일 근무, 연장 근로 한도 확대 등이 허용된다. 근로 조건도 법정 기준을 바탕으로 한 개별 민사 근로계약에 따라 운영된다.
◇韓 개발자 연봉 3분의 1 수준
한국 기업은 비용 측면에서도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인도의 미들급(3~5년 차) 상위 25% 개발자의 평균 연봉은 1300만~2400만원 선으로 국내의 3분의 1 수준이다. 맥킨리라이스가 노이다개발센터에서 고용 중인 인도 개발자의 평균 월급은 약 188만원이다. 현지 공대 졸업생이 받을 수 있는 임금인 30만~50만원 선보다 훨씬 많다.
인력 공급 규모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 2027년까지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나노 등 국내 4대 핵심 분야에서만 총 5만9600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으로선 인도의 공대 출신 인력을 낮은 인건비로 고용할 수 있는 기회다. 이 같은 상황이 확산되자 한국 기업의 인도 개발자 현지 고용이 빠르게 늘었다.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인 A사는 AI 법률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핵심 알고리즘 설계를 인도 개발자에게 맡겨 개발 기간을 약 25% 단축했고, 올해 기준 전체 개발 인력의 40%를 인도 개발자로 채웠다. 산업용 로봇 기업 로보스타는 올해까지 인도에서 약 130명의 개발자를 채용해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확충하기로 했다. 국내 H 대기업도 영상 분석, AI 알고리즘 개발 등에 인도 인력을 채용하는 방안을 맥킨리라이스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제조업의 해외 공장 이전에 빗댄 ‘화이트칼라 오프쇼어링’으로 부른다. 과거엔 공장이 해외로 이전했다면, 소프트웨어와 AI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까지 국경을 넘어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노이다=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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