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집값 잡으려면 정원오” “보유세 뜯어가니 오세훈”···‘한강벨트’ 관심사는 단연 ‘부동산’

허진무 기자 2026. 4. 2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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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격전지 민심 르포
6·3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둔 22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강변을 산책하고 있다. 허진무 기자
6·3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둔 22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러닝을 즐기고 있다. 허진무 기자

차기 서울시장을 선출하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강벨트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집값’이었다. 서울 광진구자양3동 주민 구모씨(46)는 “정부나 서울시장이 적어도 서울 집값이 더 오르지 않게는 잡아줘야 한다”며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자양1동 주민 이모씨(71)는 “민주당 정권은 공산국가를 만들려는 것 같다. 먹고 싶은 거 못 먹으면서 겨우 집 한 채 장만했는데 부동산 보유세로 다 뜯어가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다.

한강벨트란 서울 한강 주변 8개 자치구(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를 말한다. 특정 정치 성향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층 유권자가 많아 선거 때마다 격전지로 꼽힌다. 서울 성동구청장 출신 정 후보와 현직 서울시장인 오 후보가 경쟁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들은 후보 개인의 능력과 경험 외에도 소속 정당이 집값 문제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경향신문은 지난 22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과 자양전통시장, 마포구 경의선숲길, 용산구 효창공원, 성동구 카페거리,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표심을 물었다.

강북에서 가장 집값이 급등한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시민들의 표심이 특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흔들렸다. 마포구 염리동 주민인 50대 정모씨는 “정부가 최근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는 것 같아 오세훈 후보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며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자본주의 사회에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용산구 해방촌 인근인 용산2가동 주민 김모씨(37)는 “오세훈 후보는 안 뽑겠다는 생각이니 정원오 후보를 뽑게 될 것 같다”며 “서울시장 제1순위 과제는 집값 안정이다. 저도 빌라를 사서 살고 있지만 삶의 질이 비싼 집값에 비례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수동 카페거리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진보 정부 정책이 일반 서민에게 맞지 않아 오세훈을 찍겠다”며 “일부러 집값을 올려 세금을 뜯어먹으려는 속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파트 공급량이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정부·여당과 협조가 원활해 정책 효능감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만난 최모씨(59)는 “이재명 대통령은 어쨌든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라며 “이번에 민주당에 확실히 몰아주고 잘하는지 지켜보면 어떨까. 못하면 2년 뒤 총선에서 심판하면 된다. 서울시가 정부와 손발이 잘 맞아야 일도 잘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 후보의 행정 능력에 대한 신뢰를 내보이기도 했다. 자양3동 주민 구씨는 정 후보가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도입한 ‘스마트 횡단보도(바닥형 신호등)’을 언급하며 “전문 행정가로서 보여준 성과가 뚜렷해 믿음이 간다”고 칭찬했다. 광진구 자양전통시장에서 33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씨(65)는 “옆 동네 성동구를 보면 뭐든지 잘 돼 있더라”며 “정원오씨가 시장이 되면 자양시장도 성동구처럼 발전시켜 주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낡은 공장 지대를 카페, 소품 가게, 팝업스토어가 들어선 ‘핫플레이스’로 재생 개발한 성수동 카페거리는 정 후보의 성동구청장 시절 대표 업적으로 꼽히지만 일부 주민은 청년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동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성수동 토박이라는 성수1가2동 주민 김모씨(69)는 “정원오는 안 찍겠다”며 “성수동이 떴다지만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아무 쓸데 없다. 동네에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성수역 한번 가려면 너무 힘들고 화장실도 엄청나게 줄을 서야 한다”고 말했다.

자양1동 주민 이씨는 “성수동은 오세훈씨가 시장일 때부터 개발을 추진한 곳인데 정원오씨 혼자 생색내는 건 잘못됐다”고 했다.

6·3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둔 22일 서울 광진구 자양전통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허진무 기자
6·3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둔 22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시민들이 산책로를 걷고 있다. 허진무 기자

오 후보의 핵심 사업인 서울 한강버스에 대해선 시민들의 긍정적 평가를 듣기 어려웠다. 한강버스 뚝섬선착장이 근처인 자양3동 주민 이모씨조차 “한강버스는 한 번도 안 타봤고 탈 생각이 없다”며 “멀리선 관광 삼아 타러 오는 것 같은데 동네 사람들은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라매공원에서 만난 동작구 상도2동 주민 박모씨(42)는 “한강버스는 대중교통으로선 사기로 드러났고 관광으로 활용하기에도 사고가 많다”며 “오세훈이 행정을 제대로 하는가에 대해 근원적인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12·3 내란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분노와 실망에 심판하겠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작구 신대방동 주민인 김모씨(32)는 국회 앞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집회에 참석한 경험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마음에 든다기보다는 국민의힘에 대적할 세력으로 제일 낫다는 생각”이라며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완전히 끊어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선거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양시장 정육점 사장 김씨는 국민의힘을 향해 “자기네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켰으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자기네들 잘하는 걸 얘기해야지 윤석열을 무조건 감싸는 게 맞느냐”며 “너무 이기주의 같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내란 청산을 명분으로 검찰·사법개혁을 강행하고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들의 공소취소를 주장해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포구 대흥동 주민인 대학생 홍모씨(24)는 “오세훈을 잘 모르지만 민주당이 싫어서 오세훈을 찍겠다”며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민주당도 입법 독재를 하고 있다. 서울시장이 직접적으로 맞설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견제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권영국 정의당 후보, 김정철 개혁신당 후보에 대해선 출마 사실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들에게 투표하겠다는 시민은 이날 만나지 못했다.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씨(36)는 “두 거대 정당들의 주장이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서 가끔 소수정당들이 눈에 들어올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 임팩트가 있는 인물이 없다”며 “소수정당을 지지하려면 저처럼 정치에 관심이 많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인물의 발언이나 행적이 와닿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40여일 앞둔 22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시민들이 산책로를 걷고 있다. 허진무 기자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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