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필즈상 후보] ②수학 전반 연결한 증명…정수론 분야 0순위 제이콥 치머만

[편집자주] 2026년 7월 23~30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열린다. 개막식에서는 만 40세 미만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 '필즈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2022년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한국계 첫 필즈상을 수상하며 전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동아사이언스는 허준이 교수의 수상 이후 4년만에 열리는 ICM에서 올해 수상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수학자들을 소개한다.
수학의 여왕이라 불리는 정수론 분야에서 올해 필즈상 수상 0순위로 꼽히는 수학자가 있다. 묻기도 전에 여러 수학자들이 먼저 이름을 꺼내는 제이콥 치머만(만37세)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다. 치머만 교수의 대표 업적인 '앙드레-오르트 추측(André–Oort conjecture)' 증명이 필즈상급 문제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앙드레-오르트 추측 증명이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올라오자 수학계는 곧바로 술렁였다. 논문에 담긴 아이디어를 정수론의 다양한 문제에 적용할 수 있어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안드레이 야파에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는 당시 미국 과학 매체 콴타매거진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된 방법은 수학 전반을 아우른다"고 말했다. 류뤄촨 중국 베이징대 교수도 같은 매체에 "획기적인 성과"라고 밝혔다.
치머만 교수가 증명한 앙드레 오르트 추측은 어떤 문제일까. 1989년 처음 제기된 앙드레 오르트 추측은 '시무라 다양체'라는 기하학적 대상의 구조에 관한 질문이다. 시무라 다양체를 이해하려면 먼저 대수다양체부터 알아야 한다.
대수다양체를 쉽게 설명하면 방정식의 해를 모두 모은 집합이다. x²+y²=1의 해를 모두 모으면 원이 되고 x+2y=1의 해를 모으면 직선이 된다. 이처럼 방정식에 따라 해집합의 모양이 달라지는데 대부분의 대수다양체는 한쪽으로 기울거나 찌그러져 대칭이 거의 없다. 특별히 굉장히 많은 대칭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시무라 다양체라 한다.
신석우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는 "수학에서 어떤 대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대상의 대칭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대칭이 많을수록 연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고 다른 수학 분야와 연결 짓는 고리도 많아진다"고 시무라 다양체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정수론, 대수기하, 해석학 등 수학의 주요 분야를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하려는 현대 수학의 거대한 프로젝트 '랭글랜즈 프로그램'에서도 시무라 다양체를 규명하는 일이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앙드레-오르트 추측의 핵심은 시무라 다양체 위에 존재하는 '특수점'의 분포다. 시무라 다양체 위에 임의의 곡선을 그었을 때 해당 곡선이 특수점과 만난다면 그 곡선 자체도 반드시 시무라 다양체여야 한다는 것이 추측의 내용이다.
2014년 이 추측을 증명한 연구가 나왔지만 수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해결 난제인 ‘리만 가설’이 참이라는 가정 아래서만 성립하는 증명이었다. 조건 없는 완전한 증명이 남은 과제였다.
치머만 교수는 앙드레-오르트 추측을 대학원 시절부터 연구했다. 지도교수인 피터 사르낙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교수의 권유로 이 문제를 처음 접했고 2009년 지도 교수의 다른 제자인 조나단 필라 옥스퍼드대 교수가 프린스턴을 방문하면서 공동 연구가 시작됐다. 필라 교수는 그해 특정 조건에서 앙드레-오르트 추측을 증명하는 성과를 냈다.
2015년 치머만 교수는 필라 교수의 연구를 발전시켜 시무라 다양체의 특정 유형인 지겔 모듈러 다양체에 대해 앙드레-오르트 추측을 증명했다. 하지만 모든 시무라 다양체로 확장하려면 두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 수학 분야의 도움이 필요했다.
2020년 그 부분을 전문으로 하는 아난트 샹카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합류해 약 1년간 연구한 끝에 증명을 완성했다. 수학 논문은 학술지에 정식 출판되기까지 통상 5년 안팎이 걸린다. 아직 출판 전이지만 수학계는 이미 증명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치머만 교수는 시무라 다양체 연구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신 교수는 "치머만 교수가 최근에는 호지 이론 관점에서 시무라 다양체를 연구하고 있다"며 "샹카르 교수, 벤자민 베이커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흥미로운 새 연구를 꾸준히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지 이론은 기하학적 도형의 구조적 특징을 방정식을 이용해 연구하는 수학 이론이다.
김완수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도 치머만 교수의 연구 폭을 높이 평가했다. 김 교수는 "작년에 나온 최신 연구 역시 시무라 다양체 관련 결과인데 이 분야 연구자들에게 충격을 선사할 만큼 놀라운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2014년 필즈상 수상자 만줄 바르가바 교수 등이 개척한 산술 통계 분야에서도 중요한 업적을 냈고 해석적 정수론 연구도 병행한다"며 "시무라 다양체 관련 업적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사실상 필즈상 수상에 기여할 만한 결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치머만 교수는 학창 시절부터 수학에 두각을 나타냈다. 세 살 무렵부터 수학 퍼즐에 흥미를 보였고 2003년과 2004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캐나다 대표로 출전해 두 차례 연속 금메달을 땄다. 2004년에는 만점을 기록했다. 선수로 올림피아드를 제패한 그는 2012년과 2015년 캐나다 IMO대표단 단장을 맡아 학생들을 이끌었다.
2006년 토론토대에서 수학 학사 학위를, 2011년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하버드 학사회 주니어 펠로우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밟았다. 2014년 토론토대 조교수로 부임했으며 학과 최연소였다.
이희종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허준이펠로우는 "치머만 교수가 토론토대 학부생이었을 당시 치머만 교수를 가르쳤던 분들 말로는 남들보다 훨씬 많은 수업을 들으면서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해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치머만 교수는 취미도 다채롭다. 만화책, 유도, 클래식부터 비틀즈, 현대 영화 사운드트랙까지 기타로 두루 연주하고 탱고도 즐긴다.
2016년 토론토대 교내 인터뷰에서 복잡한 문제를 푸는 마음가짐을 묻자 "스파이더맨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며 “성공을 보장하는 특별한 공식은 없으며 꾸준한 노력과 적절한 휴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학계 안팎에서는 출판 전 논문으로도 필즈상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오는 7월 치머만 교수가 필즈상을 거머쥘 수 있을까. 1989년 처음 제기된 이후 수십 년간 수학자들을 괴롭혀온 난제를 풀어낸 업적은 높이 평가받지만 증명 논문이 아직 정식 출판되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이콥 치머만(Jacob Tsimerman) 프로필>
국적 캐나다
생년 1988년(만37세)
연구 분야 정수론
학위 토론토대 학사, 프린스턴대 박사
수상 SASTRA 라마누잔상(2015), 리벤보임상(2016), 콕서터-제임스상(2019), 브레이크스루 뉴호라이즌상(2022), 오스트롭스키상(2023)
강연 세계수학자대회 초청강연(2018)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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