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달러 사상 최대 규모 국방 예산 드론 주도권 위해 700억달러 투입 함정 건조, AI, 우주군 예산 대폭 증가 "GDP의 5%" 군비 지출 가속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한때 국방 예산만 1000조원에 달한다고 붙여진 '천조국'이라는 미국의 별명도 이젠 옛말이다. '천조국'이 된 지 4년 만인 내년엔 '이천조국'의 자리에 올라설 전망이다.
미 전쟁부는 현지시간 21일 공식 예산 홈페이지(comptroller.war.gov)를 통해 '2027 회계연도 전쟁부 예산 개요서(Budget Overview Book, 이하 예산안)'를 공개했다. 총액은 전년 대비 약 44% 증가한 1.5조달러(약 2265조원)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2차 대전 이후 최대 수준의 증액 시도"로 평가했다.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항목들을 '대통령 우선순위 사업'으로 따로 분류했다. 드론, AI, 우주 등 '미래 전력'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예산안은 드론의 신속한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드론 주도권 이니셔티브'에 536억달러(약 78조원)를 편성했다. 여기에 무인 위협 대응을 위한 대드론(C-UAS) 방어 체계 예산 210억달러를 합산하면 드론 관련 총 투자액은 740억달러(약 109조원)를 웃돈다.
드론 공격 체계 구축을 총괄하는 국방자율전투단(DAWG)의 예산은 전년 2억2500만달러에서 540억달러로 240배 급증했다. DAWG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저비용 드론 신속 배치를 목표로 추진된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사업을 확대 계승한 조직으로, 소모성 소형 드론 중심에서 장거리 무인 체계까지 임무 범위를 확장해 드론 전력화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15일 미 육군 제1기갑여단전투단이 텍사스에서 드론 훈련을 하고 있다. 미 육군은 '훈련 중 업계 혁신가들이 장병들에게 새로운 드론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미 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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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전력도 대폭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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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예산은 1962년 이후 최대 규모인 872억달러가 편성됐으며, 이 중 658억달러가 함정 건조에 투입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마러라고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신형 대형 전함 '트럼프급 전함(Trump-class)'을 핵심으로 하는 '황금 함대(Golden Fleet)' 구상을 공식 발표했다. 미 군사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황금 함대'를 신규 대형 전함들을 다수의 소형 무인 함정과 결합한 신형 해군력 구상으로 소개했다. 이번 예산안에는 트럼프급 전함의 설계 및 선행 개발 비용으로 18억달러가 신규 편성됐다.
미사일·탄약 예산은 이란전 등 교전 상황에 따른 재고 보충 수요를 반영해 전년 대비 약 180% 증가한 679억달러가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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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 위해 AI·우주 분야 투자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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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골든돔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AI 분야에는 585억달러가 투자된다. 이 중 460억달러는 정부 소유의 슈퍼컴퓨팅 인프라인 '소버린 AI 병기창(Sovereign AI Arsenal)' 구축에 집중 투입된다. 우주군 예산도 전년 대비 77% 증가한 712억달러로 확대된다. 우주군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시간 추적하는 다층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군사 위성 발사를 위해 연간 31회의 로켓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우주 기반의 미사일 요격 체계인 '골든돔' 프로그램에는 179억달러가 배정됐다. B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지구 반대편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물론 우주에서 발사된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골든돔 추진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임기 종료(2029년 1월) 이전 실전 배치 일정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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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글로벌 군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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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쟁부는 예산안에서 "동맹국이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는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고, 동맹국들이 미국의 지원 의존에서 벗어나 자국 방위를 자국이 책임지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명시했다.
세계적인 국방비 증가 흐름은 이미 진행 중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유럽 NATO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1.7% 증가했으며, 32개 회원국 중 18개국이 처음으로 GDP 대비 2% 기준을 충족했다. NATO는 지난해 6월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GDP의 5% 지출'을 목표로 결의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2026 회계연도 방위 예산을 발표했다. 전년비 약 10% 늘어난 10.6조엔 규모다. 일본은 2027년까지 GDP 대비 2%의 방위 지출을 목표로 꾸준히 국방 예산을 늘리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아시아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7일 일본의 2026 회계연도 방위 예산을 10.6조엔(약 98조원·2022 회계연도 GDP 대비 1.9%)로 보도했다. 1976년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켜온 '방위비 1% 이내 억제'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며 군비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의 올해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23% 늘어난 약 6470억 대만달러(약 27조원)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GDP의 3%를 돌파했다(3.3%). 한국의 국방비는 지난해 기준 GDP의 2.3%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