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전쟁을 모른다 [세상읽기]

한겨레 2026. 4. 2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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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의 지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묘사한 입체(3D) 프린트 미니어처 모델이 보이는 일러스트레이션. 로이터 연합뉴스

김종대 | 전 정의당 의원

1991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미군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에 승리를 선언하는 데 42일이 걸렸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2003년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 43일 만에 승리를 선언했고, 주요 전투도 종료되었다. 그러나 이란에서의 전쟁에서 미국은 8주가 되도록 승리 선언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단시간 내에 승리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항복은커녕 “버티기만 하면 이긴다”는 인식으로 더 강력히 결속하고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지금 중동에 배치된 미군은 1991년이나 2003년과 달리 전쟁 목표를 달성할 ‘결정적 작전’ 능력이 거세된 반쪽짜리 군대다. 미군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의 수뇌부를 참수하고, 이란의 핵 시설과 군사 거점을 정밀 타격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란의 정권을 바꾸고 중동의 질서를 재편할 결정적 작전은 지상전이나 상륙전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강습상륙함(LHA/LHD)과 수송기(V-22 오스프리 등)를 이용해 수천명 규모의 해병대 병력으로 해안의 전략적 요충지를 점령하려 했다. 그러나 좁은 해역에서 이란의 지대함 미사일과 드론의 표적이 되기 쉽고, 해안을 장악해도 이란 내륙에서 쏟아질 포격과 미사일을 방어하며 통제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뒤로 물러섰다. 이제 와서 미국은 정치·경제적으로 막대한 부담이 되는 지상군을 동원하기 어렵다.

두번째 치명적 문제는 첨단 방패를 뚫어버린 이란의 저비용 반격 능력이다. 이란은 하루 최대 400기의 샤헤드 드론을 생산할 수 있다. 반면 록히드마틴의 미사일 패트리엇(PAC-3) 연간 생산량은 600기 정도에 불과하다. 하루 2기도 안 되는 셈이다. 3만달러(약 4500만원)짜리 이란의 샤헤드-136 드론 1기를 격추하는 데 스탠더드(SM-2) 미사일 두발이면 420만달러(약 62억원), 패트리엇 두발이면 800만달러(약 119억원)가 소요된다. 이는 냉전 이후 미국이 고속·고성능 미사일 위협에만 대비하는 구시대적 방어 개념을 지녔던 탓이다. 저가 드론 대량 투입 전술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설계된 방어체계의 필연적 한계다. 4년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미 교훈을 주었음에도 미군은 현대전에 맞는 드론 방어체계를 준비하지 못한 채 전쟁을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군 기지와 걸프 동맹국에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고 이란의 반격을 허용하는 군사적 실패를 감수해야 했다.

세번째 치명적 취약점은 기뢰 제거 능력(소해 전력)의 공백과 ‘항해의 자유’의 허상이다. 미 해군은 지난 30년 넘게 소해 함정 운용을 줄이되, 자율 수중 드론 등 원격 기뢰 제거 기술에 투자를 집중해왔다. 문제는 이 수중 드론이 아직 실전에서 검증된 바 없다는 점이다. 이에 매슈 히플 미 해군 중령은 미국해군연구소(USNI) 기관지 기고문에서 자국 해군을 “3류 기뢰전 국가”라며 개탄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의 에마 솔즈베리 박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전체로 보면 탁월한 소해 역량이 있지만, 그 어느 것도 미국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3개 항모전단과 수십척의 이지스급 구축함을 이 해역에 파견하고도 겨우 160㎞ 길이의 작은 호르무즈해협을 개방시키지 못했다. 한국 해군은 빠르고 작은 참수리급 고속정을 주축으로 불리한 지형에서 200㎞가 넘는 서해 엔엘엘(NLL)을 30년째 통제하고 있다. 한국 해군은 되는 일을 왜 미군은 못 하는가. 미군은 연안 전투함이나 소형 고속정, 스텔스 함정이나 수중 드론과 같은 복잡한 수역의 특성에 맞는 유·무인 전투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실용적인 실전 능력보다 가성비 낮은 대형 무기 플랫폼에 치중한 결과다. 이제 미 해군이 말하는 세계 물류의 동맥을 지킨다는 ‘항해의 자유’는 기뢰와 드론 앞에서 헛된 수사에 그치고 있다.

이 세가지 취약점이 결합하여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에 전략적 확신 하나를 심어주었다. 지상전 같은 결정적 작전을 수행 못 하는 미군은 드론을 방어할 현대적 무기체계가 부재하며, 장기전을 수행할 수 있는 탄약이 고갈되고 있고, 연안 전투 능력도 없다. 게다가 미군의 약점을 보완해줄 나토와 일본,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동맹국은 미군에 등을 돌렸다는 점이다. 더 치명적인 약점은 미군의 총사령관인 도널드 트럼프가 전쟁을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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