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람 친 과속차량 무혐의, 블박 폐기한 경찰…진상 밝힌 檢
피해자 '중앙선 침범' 사고원인으로 본 경찰
검찰, 가해車 제한 속도보다 과속 정황 확인
檢 재수사 요청에도 같은 결론 유지한 경찰
"보완수사 '요구'로는 같은 문제 반복될 것"

경찰이 인명 피해를 낸 차량 운전자에 대해 과속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고 무혐의 판단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폐기됐는데, 검찰의 보완수사로 사고 발생 7개월여 만에 진상이 밝혀졌다.
주민 보호구역서 쾅…과속 판단 없이 "피해자 책임"
처음 수사에 나섰던 경찰은 사고 책임을 B씨에게 돌렸다. 당시 오토바이를 몰던 B씨는 중앙선을 넘어 길을 건너려 했는데, B씨의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게 경찰 판단이었다.
사고 회피 가능성에 대한 한국도로교통공단의 해석도 경찰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공단은 A씨 차량의 제동거리를 계산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며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이를 근거로 경찰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검찰이 A씨의 과속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추가 수사 없이 약 열흘 만에 같은 결론을 검찰에 통보했다. B씨 유족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도 알지 못한 채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해 A씨의 혐의 유무를 다시 따졌다. 검찰은 경찰과 공단이 A씨의 과속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점에 의문을 품었다.
이러한 유형의 교통사고에선 가해 차량이 사고 직전 속도를 줄이는 모습이 목격되곤 한다. 그런데 검찰이 사고 당시 장면을 촬영한 CCTV를 확인한 결과, A씨 차량은 사고 직전까지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이유로 검찰은 A씨가 과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마을주민 보호구간으로 제한 속도가 50㎞였지만, A씨는 이보다 빠른 68㎞로 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로 A씨가 전방주시를 게을리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밝혀졌다. 검찰은 A씨의 통신 내역을 확인해 그가 사고 당시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 같은 보완수사를 통해 검찰은 A씨가 제한 속도를 지키지 않았고, 전방주시 태만으로 속도를 줄이지 못해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석연찮은 초동 수사…보완수사 '요구'로는 못 잡아

이번 사건에서 경찰 수사에 의문이 남는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경찰은 1차 및 2차 수사 과정에서 A씨의 과속이 심각하다고 보지 않았다. 속도 위반으로 입건할 수 있는 기준(20km/h 초과)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B씨 유족들은 사고가 발생한 장소에서 차량 과속이 빈번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경찰은 과속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피해자 책임"이라는 결론만 전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차량 속도가 명확하진 않았지만 공단 자료만 봐도 제한 속도보다 빨리 달린 점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A씨 차량 블랙박스가 경찰에 의해 폐기되기도 했다. 경찰은 블랙박스 SD카드를 확보했지만, 사고 장면이 촬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CCTV 영상으로도 사고 원인을 확인하는 게 가능하다고 본 경찰은 '피의자가 돌려받지 않았다'며 SD카드를 폐기했다. 다만 압수 조서를 작성하지 않고 폐기한 것이 문제가 됐는데, 경찰은 검찰의 경위 설명 요구에 '과정상 착오'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했지만,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는 것 외에 직접 개입할 수 없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데까지 약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수사기관 개편을 위한 후속 입법이 진행 중인 가운데,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 요구권만 부여할 경우 이번 사건과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특히 불송치 사건은 이상한 점을 발견해도 검찰이 직접 대응하지 못하고 재수사를 요청해야 한다"며 "요청 사항이 이행되지 않으면 반복해서 재수사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는 사이 증거인멸이 이뤄지거나 사건이 암장될 수 있다"라며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모든 형사 사건이 불송치 사건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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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재환 기자 ja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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