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또는 우리 내부서 문제 유발"... 정동영, '구성 핵시설' 논란 배후론 던졌다

조영빈 2026. 4. 2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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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구성시 핵 시설 비밀 유출' 논란이 내부 갈등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논란을 일으킨 사람을 "우리 내부일 수 있다"며 사실상 동맹파 배후설을 꺼내 들면서다.

정 장관은 23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박인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과의 회동 뒤 취재진을 만나 최근 논란에 대해 "(구성 우라늄 농축 시설은) 북한도, 우리도, 미국도 알고 뉴스에도 나왔는데 그것이 어떻게 기밀이냐"고 적극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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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일으킨 사람, 미국 또는 우리 내부일 수도"
정동영과 대립해온 동맹파 그룹을 배후로 의심
국힘 "외교 자해행위"...鄭 해임 건의안 발의키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인 박인준 천도교 교령을 예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북한 구성시 핵 시설 비밀 유출' 논란이 내부 갈등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논란을 일으킨 사람을 "우리 내부일 수 있다"며 사실상 동맹파 배후설을 꺼내 들면서다. 동맹파는 정부 내에서 미국 등과 외교 협력을 강조하는 인사들을 말한다.

정 장관은 23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박인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과의 회동 뒤 취재진을 만나 최근 논란에 대해 "(구성 우라늄 농축 시설은) 북한도, 우리도, 미국도 알고 뉴스에도 나왔는데 그것이 어떻게 기밀이냐"고 적극 반박했다. 이어 구성 핵 시설을 거론한 것은 "장관으로서 책임감 있는 경고"라고도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6일 국회에서 평안북도 구성시를 영변, 강선에 이은 제3의 북한 핵 시설로 지목했다. 미국은 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정보 유출에 해당한다고 판단, 이에 대한 항의로 한국에 대북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날 정 장관은 미국의 대북 정보 제공 제한 사실을 언론 등을 통해 유출한 게 누구인지에 주목했다. 그는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그런 (미국의 정보 제공 제한) 일이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고 넘어갔다"며 "이렇게 논란을 키우는 게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국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걸 왜 (대외적으로 알려서) 분란을 일으키냐"고 반문하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의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미국일 수도 있고, 우리 내부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이 언급한 '내부'는 정부 내 동맹파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정 장관을 필두로 한 자주파와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대표되는 동맹파는 대북정책 등을 둘러싸고 대립해왔다. 동맹파가 자주파를 견제할 목적으로 정 장관 발언에 대한 미국의 조치를 언론에 알린 게 아니냐는 게 정 장관의 의심인 셈이다.

정동영(왼쪽) 통일부 장관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7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임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 후 대화하며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정 장관을 두둔했다. 이 대통령은 "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말하며 외교안보 라인 내부 갈등이 논란의 원인이라는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정부의 한 소식통은 "어떤 배경에서 (미국의 정보 제공 제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은 정부 안에서도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야권에서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지나친 정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와 지난달 상임위원회에서 '구성'을 언급할 때는 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론으로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키로 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 장관 발언이) 한미동맹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사태를 두고 볼 수 없다"며 해임안 발의를 공식화했다. 다만 해임건의안이 국회에 제출된다고 해도 의석수를 고려할 때 본회의 통과는 불투명해 보인다.

즉각적인 정 장관 경질 요구도 이어갔다. 장동혁 대표는 국회에서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 성일종 국방위원장,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정 장관 발언 관련 긴급 간담회를 열고 "정 장관이 심각한 외교·안보 자해행위를 했다"며 정 장관에 대한 즉각 해임을 이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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