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도 넘었다… AI 칩 전쟁 속 SK하닉·삼성 '반도체 투 톱' 질주

홍인택 2026. 4. 2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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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매출 52조·이익 37조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투 톱' 새 역사
삼성 매출 133조·이익 57조 신기록
AI에이전트 발전, 메모리 수요 폭증
2년 주기 사이클? "이번엔 다르다"
수십조 이익 배분 문제 등 난제도
"그럼에도 연구개발 투자 계속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옥 외관. 뉴스1·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1~3월) 매출 50조 원과 영업이익률 70%를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분기 국내 기업 첫 분기 매출 100조 원·영업익 50조 원 벽을 깬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투 톱'이 올해 들어 석 달 만에 94조 원이 넘는 거액을 벌어들인 것이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1.7%를 기록했다. 코스피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는 호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 풀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5,763억 원, 영업이익 37조6,103억 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405% 폭증하며 가파른 성장 폭을 보였다. 영업이익률은 72%로,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65%)와 시총 6위 대만 반도체 기업 TSMC(58%)를 크게 웃돌았다.

7일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도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755%나 늘어 57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한국 기업 사상 최고 기록인 133조 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270조~300조 원에 이를 거란 전망도 나온다.

두 기업의 압도적 실적은 AI 기술 우위를 위한 칩 확보 수요 각축전이 촉발되면서 공급자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공급 부족은 칩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영업이익률을 극대화했다. 실제로 AI 연산에 쓰이는 D램(DDR5)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최근 1년 사이 598%, 680% 급등했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한동안 AI 모델 학습을 위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했다면, AI가 답을 찾아 알아서 실행하는 'AI 에이전트' 시대 도래로 반도체 수요가 더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성능 AI 연산에 필수인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부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서버용 고용량 D램 모듈, 데이터센터용 낸드 플래시(eSSD) 등 고부가가치 칩이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AI발 대전환기는 아직 초입 단계여서 반도체 특수는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고성능 칩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제한적"이라며 "수급 불균형에서 고객사들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최우선하며 가격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연산 장치의 변화나 메모리 효율화 기술 발전이 칩 수요를 더 증가시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는 추론 특화 언어처리장치(LPU)를 AI 가속기에 탑재할 예정인데, LPU에는 D램 대신 S램(정적 메모리)이 쓰인다. 구글이 최근 메모리 효율화 기술 '터보퀀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AI 서비스가 다양해질수록 메모리는 계층화되고, 그만큼 고성능 칩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시장은 수요에 대응하며 설비투자를 늘리다 과잉 생산되면서 2~4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했던 '사이클 산업'이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5월 예정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가동 시점을 2월로 앞당기려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CFO는 "공급을 적극 확대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당분간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평택 4공장 완공 시점을 내년 1분기에서 올 하반기로 앞당기려 한다.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질주하는 실적 뒤엔 난제도 있다. 삼성전자는 호실적이 나오자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노조와 이견을 못 좁히고 있다. 기술 개발과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데다, 고객사 요청대로 적기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노조는 5월부터 최장 18일간 파업을 예고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성과급 상한을 없애 올해 직원당 수억 원을 지급할 걸로 보인다. 기술 경쟁력 우위를 위한 투자 확대가 필수지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첨단 설비산업에 연구개발 투자는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 11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 D램이 쓰이는 데 3년 후부터는 10나노미터 이하의 D램을 쓰게 될 텐데, 이를 위한 연구개발을 잘해야 한다"며 "생산시설 확대와 연구개발에 한 해 100조 원 이상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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