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선생님의 ‘급식 먹방’
그날의 점심 급식 메뉴는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소다. 매월 식단표를 받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에 형광펜으로 정성스레 밑줄을 긋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선에서 근무하던 시절, 전교생의 약 30%가 급식을 먹지 않는 일이 있었다. 몇몇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아침에 그날의 메뉴를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편의점에서 점심거리를 마련해서 온다는 거였다.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었지만 계속 마음에 걸렸다.
아내와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내는 내 고민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정작 내가 먹는 걸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참 맛있고 복스럽게 잘 먹는다’며 웃었다. 그때 무릎을 탁 쳤다. ‘아! 내가 애들보다 먼저 급식을 먹으면서 영상을 찍어가지고 올리면 애들이 그걸 보고 밥을 먹으러 오겠구나!’
쑥스러웠지만 다음 날부터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내가 급식을 먹는 영상을 짧게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내가 영상을 올리는 시간이 분명히 수업 시간인데도 ‘좋아요’가 여러 개 달렸고, 생전 밥을 먹지 않던 아이들도 ‘선생님 영상을 보고 도저히 안 올 수가 없었어요’라며 급식소를 찾았다. 내 계정에 들어와서 영상을 보시는 학부모님들도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밥은 잘 나오는지 궁금했는데 걱정거리가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학교에 감사하게 되었다”고 응원을 보내 주셨다.
때로 좋은 교육이란 방향을 지시하는 것보다 직접 움직이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게 됐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해’ ‘편의점 음식은 몸에 좋지 않아’ 같은 ‘맞는 말’을 훈계했다면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 언성을 높이는 대신 엉뚱한 발상을 한 덕에 아이들이 밥을 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마음도 전해진 것 같다. 오늘도 학생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지름길들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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