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번 오후 3시 퇴근해 아이와 카페서 수다떨어요”
[아이 낳게 하는 일터] 메드트로닉코리아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오황종(45)씨는 매달 두 번, 금요일 오후에 초등학교 4학년 딸과 데이트를 한다. 아이 하교 시간인 오후 3시 40분쯤 학교 정문에서 만나 동네 카페까지 산책을 하고, 도착해선 케이크를 먹으며 1시간 30분가량 수다를 떨다 집에 오는 소소한 동네 데이트다. 오씨는 “밝은 표정으로 오늘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친구들과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말하는 아이를 보면 저절로 행복해진다”고 했다.
전업주부가 아니면 불가능해 보이는 이런 일상을 워킹맘인 오씨는 올해까지 4년째 이어오고 있다. 오씨가 근무하고 있는 메드트로닉코리아의 ‘가족의 날’(Family Day) 덕분이다. 가족의 날은 매달 첫째·셋째 주 금요일엔 오후 3시에 퇴근하는 회사 제도로, 가족 친화적인 조직 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2022년 도입됐다. 오씨는 “작년 가을에 가족의 날을 이용해 놀이공원을 다녀왔는데, 당일 저녁 아이가 ‘오늘 행복했어요. 엄마 사랑해요’라고 하더라”며 “그 말을 듣는 순간 피곤이 싹 사라지고, 가족의 날 등의 제도를 통해 일도 육아도 모두 잘해낼 수 있게 적극 도와주는 회사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미국·아일랜드 등 150개 국가에 9만5000여 명의 직원을 둔 글로벌 의료기술 기업 ‘메드트로닉’이 지난 2000년 설립한 한국 법인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심장박동기를 비롯해, 인공 판막, 암 수술에 쓰이는 로봇 등을 만드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구성원의 행복이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철학 아래, 다양한 가족 친화적 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이 일에 집중하려면 일·가정 양립으로 고민하거나 갈등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먼저 기혼 직원들이 “육아할 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회사 제도는 ‘가족 돌봄 휴가(Family Care Leave)’였다. 출산이나 입양, 가족 간병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최대 6주간 유급 휴가를 남녀 직원 상관없이 육아휴직, 출산휴가와 별개로 쓸 수 있다. 출산과 육아는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은 만큼, 직원들이 회사 눈치 보지 않고 가정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2021년 도입했다.
공급망 관리팀에서 일하는 박병준(42)씨는 아들 셋, 딸 하나를 키우는 워킹대디다. 그는 셋째와 넷째 출산 때 가족 돌봄 휴가를 각각 4주, 2주간 사용했다. 특히 박씨는 아내가 넷째를 임신 중이던 작년 11월 말, 가족 돌봄 휴가가 없었다면 일과 가정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암담한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양수가 새는 등 아내에게 조산 증상이 나타나 급하게 응급실로 향했더니, 병원에서 당장 입원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박씨는 “아내 병간호뿐 아니라 세 아이 육아까지 챙겨야 해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어 다음날 아침에 가족 돌봄 휴가를 급하게 신청했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급작스러웠을 텐데 가정이 먼저라며 바로 휴가에 들어갈 수 있게 처리해줘 온전히 가족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분명 행복하지만 예기치 않은 일도 자주 생긴다”며 “회사가 가족 돌봄 휴가 등의 제도로 가족들에게 내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그 옆을 지킬 수 있게 해줘 참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직원들이 업무 특성에 맞게 회사 출근과 재택근무(최대 주 2회)를 병행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운영 중이다. 현재 직원 500여 명의 절반 이상(51%)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재택근무 날짜가 따로 고정돼 있지 않고 필요한 요일에 재택을 하면 돼 직원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허가팀(Regulatory Affairs)에서 일하는 방아름(36)씨는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으로 다섯 살 된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많아진다는 점을 꼽았다. 경기 시흥시에 사는 방씨는 회사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 테헤란로까지 출퇴근에만 왕복 4시간이 걸린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엔 오전 6시에 집을 나서야 해 잠자는 아이의 얼굴만 볼 수 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오후 7시여서 하원을 챙기기 어렵다. 하지만 재택하는 날엔 통근 시간이 따로 들지 않으니, 등원하는 아이에게 웃으며 ‘잘 다녀와’ 하고 인사를 할 수 있다. 하원할 때 마중도 가능하다. 학원 차량에서 내린 아이는 ‘엄마!’ 외치며 팔 벌려 뛰어와 품에 안긴다. 두 사람은 놀이터에서 놀다 집으로 돌아온다.
방씨는 “재택근무하는 날이면 애가 먼저 ‘엄마가 집에서 일하는 날이다!’라고 좋아한다”며 “통근 피로는 줄고 아이와의 추억은 더 많이 만들어주는 재택근무가 있어 일도, 육아도 더욱 몰입해서 해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 직원들은 최대 4주간 원격 근무를 할 수도 있다. 아이가 해외로 영어 캠프를 떠날 때, 또는 가정사가 있지만 굳이 가족 돌봄 휴가까지 쓰지 않아도 될 때 최대 4주 원격 근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이 회사는 2019년부터 매년 가족 초청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직원 30~40명의 가족들을 메드트로닉 이노베이션 센터로 초대해, 수술용 로봇, 인공 판막 등을 직접 조작하고 만져볼 수 있게 해준다. 회사 관계자는 “자녀들에게 엄마와 아빠가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 경험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평소 쉽게 접해볼 수 없는 것들을 체험할 수 있다 보니 인기가 많다. 매년 공들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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