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광안리 바다에 띄운 반세기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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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원.
1964년 수녀원에 입회한 양구 출신 이해인 수녀는 60년 넘는 세월 동안 그 바다를 보며 시를 쓰고 기도했다.
책머리 글에서 그는 "예비 수녀 시절, 요한 23세 성인 교황의 '영혼의 일기'를 감명 깊게 읽으며 어느 훗날 제 수도원 일기의 일부가 공개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막연히 미래를 꿈꿔 왔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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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시인 두 가지 삶 기록
168권 추천사 담은 책 출간도

부산 광안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원. 1964년 수녀원에 입회한 양구 출신 이해인 수녀는 60년 넘는 세월 동안 그 바다를 보며 시를 쓰고 기도했다. 파도가 밀려왔다 물러가듯, 생각에 흔들릴 때마다 침묵 속에서 주님을 찾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해인 수녀가 깊은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산문집 ‘해인의 바다’는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출간 50주년이자 종신 서원 50주년을 맞아, 1976년 당시의 수도 생활 기록을 엮은 책이다.
“언젠가는 공개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꿈꿔 왔습니다.”
1976년은 이해인 수녀에게 특별한 해였다. 종신 서원을 마치고 수도자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해인 동시에, 첫 시집을 통해 시인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처음 내놓은 해이기도 하다. 수도자와 시인, 두 가지 삶이 동시에 시작된 뜨거운 시절의 기록이다.
책머리 글에서 그는 “예비 수녀 시절, 요한 23세 성인 교황의 ‘영혼의 일기’를 감명 깊게 읽으며 어느 훗날 제 수도원 일기의 일부가 공개되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막연히 미래를 꿈꿔 왔다”고 고백한다. 책의 상당 분량은 주님에게 전하는 답장 없는 편지로 구성됐다. 끊임없는 대화의 시도처럼 이어지는 이 형식은, 시의 언어 뒤편에 놓인 이해인 수녀의 내면 풍경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해인 수녀의 작품 세계에서 ‘민들레’와 함께 가장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해 온 ‘바다’. 그 바다는 다름 아닌 수녀원 가까이에 자리한 광안리 바다다. 수도 생활 내내 곁을 지켜 온 바다는 기도의 거울이자, 하느님의 사랑이 들어오는 통로였다.
반세기 전의 기도가 닿는다. 되고 싶다는 열망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 성급히 기대하기 전에 인내해야 한다는 깨달음이 그의 젊은 시절을 상상하게 만든다.
‘해인의 바다’가 전하는 근본적인 감정은 부끄러움과 결핍을 인정하고 사랑을 나누는 용기인지도 모르겠다.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안에서 매일 기적같은 기쁨이 일어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약해졌을 때에 오히려 강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더 이상 약함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이해인 수녀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그 하루하루가 벌써 놀라운 기적이며, 잊지 못할 경이로움인 것을. 그러니, 우리는 기뻐해야 합니다”라고 나직이 말한다.
50년전 오늘인 1976년 4월 24일 이해인 수녀가 남긴 글에는 이런 내용이 실려있다. “주님, 저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당신 외엔 가진 것이 없는 아주 작은 민들레가 되게 해 주십시오. 피었다가, 피었다가 드디어는 하얗게 머리를 풀고 당신의 오심을 고대하는 행복한 민들레가 되고 싶습니다.”
#광안리 #반세기 #민들레 #수녀원 #수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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