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식의 호남통신] ‘무등산 케이블카’ 반대하는 논리의 민낯
환경 내세운 광주 시민단체들만 반대
설악산·알프스에도 있는데 왜 안 되나
겉은 초록, 속은 빨간 ‘수박 환경주의’
無等이란 이름처럼 노약자·장애인도
케이블카로 정상 오르는 날이 오기를

광주 어느 곳에서나 보이는 우뚝 솟은 무등산. 광주시민들은 새해 첫날이면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기 위해 무등산에 오른다. 나 역시 일출을 보며 수능 대박을 기원한 추억이 있다. 무등산은 광주 사람들에게 여가의 공간을 넘어, 찾아오는 이를 차별 없이 맞이하는 신성한 공간이다.
무등산에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 형성된 입석대와 서석대의 주상절리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되었고, 2012년에는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이후 무등산은 광주 관광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상징적인 장소가 되고 자연스럽게 케이블카 건립 요구가 이어졌다.
무등산은 노약자와 장애인, 임산부에게는 오르기 쉽지 않은 산이다. 특히 설경이 아름다운 겨울철에는 안전 문제까지 더해져 케이블카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더구나 광주·전남권은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선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무릎이 약한 노인이나 교통 약자도 무등산을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사회적 효도’와 ‘복지’의 논리가 힘을 얻었다.
문화관광 수입 증대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도 크다. 국민의힘 김용임 시의원 주도로 진행된 ‘무등산 케이블카 조성 기본 계획 및 타당성 조사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케이블카 설치 시 연간 약 52만명이 방문해 약 94억원의 입장 수익이 예상된다. 사업비를 기준으로 한 경제성 분석에서도 타당성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소상공인 매출 증가와 고용 유발 효과까지 고려하면 기대 효과는 엄청나다.
여론 역시 긍정적이다. 2022년 코리아리서치가 광주 시민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무등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57.7%가 찬성, 38.8%가 반대했다. 이러한 여론을 바탕으로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케이블카 설치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광주시민단체협의회를 비롯한 30여 단체가 환경 훼손을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광주시민의 신성한 산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퍼포먼스까지 해가며 시위를 하자 케이블카 건립 논의는 사라져버렸다.
산은 등산 이외의 콘텐츠가 없으면 등산로가 점차 확장되면서 산 전체가 황폐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케이블카는 경로를 따라 몇 개의 철탑 지주만 들어서기 때문에 등산로 외 지역 출입과 불법 샛길을 줄여 식생 회복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케이블카가 정말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면, 세계적인 자연경관 명소인 스위스 알프스에 왜 수많은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겠는가? 게다가 설악산, 내장산, 지리산 등 수많은 명산에서 케이블카는 자연과 공존하며 운영되고 있다.
주상절리 훼손이 우려된다면 지리산처럼 특정 지점(노고단)까지만 운행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하루 이용 인원을 제한하거나 상업 시설 입점을 통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토록 강한 반대가 이어지는 것일까. 여론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진보 성향 지지층에서 반대가 상대적으로 높고, 중도·보수 성향에서는 찬성이 70%에 달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환경 운동의 깊은 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1991년 소련 붕괴는 전통적인 계급투쟁과 국가 주도 계획경제 모델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후 좌파 진영은 자본주의를 비판할 새로운 도덕적 근거를 모색했고,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환경과 생태(Ecology)였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논리가 “자본주의는 무한 성장을 통해 지구를 파괴한다”는 논리로 옮겨간 것이다. 즉 비판 대상은 유지하되, 근거를 ‘노동’에서 ‘생태’로 이동시킨 셈이다. 환경이라는 ‘선한 가치’를 앞세워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면서 기존의 반자본주의 운동을 이어가며 생태사회주의라는 그럴듯한 이름도 지어냈다. 서구권 보수주의자들은 이들을 향해 “겉은 초록인데 속은 빨갛다”며 ‘수박 환경주의(Watermelon environmentalism)’라고 조롱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초록색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났다는 비판이다.
한국에서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세력이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시민운동, 특히 환경운동으로 이동한 흐름이 관찰됐다. 녹색당의 등장이나 진보 정당이 환경 이슈를 핵심 강령으로 내세우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이다. ‘녹색평론’ 창간인 김종철 영남대 교수는 한·미 FTA 반대 운동에 참여했고,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드디어 성장이 멈췄다, 이제 춤추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경제성장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좌파의 세가 강한 광주 지역에서 유독 이런 류의 국책·지자체 사업이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되는 일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전국에서 태양광 설비가 가장 많은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환경 운동의 뿌리인 반(反)산업자본주의의 기저에는 인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 지구에 너무 많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진정한 환경 보호란 오염을 막아 인간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파괴 자체를 막는 것이 절대 선이라면, 잡초 하나 뽑는 것도 환경 훼손이며 결국 인간이 사라져야만 해결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것이야말로 반생명적인 사고 아닌가.
오히려 풍요로운 삶이 환경을 돌볼 여유를 만든다. 경제 성장은 물질적 번영과 민주화뿐 아니라 환경 보호를 위한 기술과 자본의 열쇠다. 내 고향 광주의 무등산이 이제 겉만 번지르르한 생태사회주의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케이블카 설치를 통해 ‘무등(無等)’이라는 그 이름 그대로, 신체적 차별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산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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