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보미]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상처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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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우승할 수 있을까?" 2015년부터 지난해 마스터스에 출전할 때까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 들어설 때마다 이런 기대와 의심을 마주해야 했다.
매킬로이는 스물다섯이던 2014년까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4대 메이저 대회 중 마스터스만 빼고 US오픈(2011년), PGA 챔피언십(2012, 2014년), 디 오픈(2014년)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목전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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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째 도전이었던 지난해 티 오프 이틀 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클럽하우스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던 매킬로이는 평소처럼 발레파킹을 맡기려 했다. 그러다 클럽하우스 2층 베란다에서 역대 우승자들이 모여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걸 발견했다. ‘챔피언스 디너’가 막 시작된 참이었다. 마스터스는 매해 대회 전 화요일 직전 대회 우승자가 역대 우승자들에게 만찬을 대접하는 전통이 있다.
그대로 차에서 내리면 역대 챔피언들과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자신이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매킬로이는 클럽하우스에서 한참 떨어진 주차장으로 차를 옮겨 세운 뒤 걸어왔다. 이 굴욕스러운 에피소드는 정확히 1년 뒤 매킬로이가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 주최를 앞두고 직접 밝혔다.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매킬로이는 올해에도 그린재킷을 입으며 내년 챔피언스 디너도 주최하게 됐다. 마스터스 2연패는 골프 역사상 매킬로이까지 단 네 명만이 이뤄낸 일이다.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전 세계의 이목 속에서 번번이 마스터스 우승에 실패하는 건 매킬로이에게도 가슴 쓰린 일이었다. 매킬로이는 우승이 없던 2025년 대회 전 기자회견에서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사랑에 빠지는 것을 피하는 때가 있지 않나. 인간은 본능적으로 상처받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에 주춤하게 되는 게 있다. 의식적이었든 무의식적이었든 한동안 내가 (골프) 코스에서 그랬다. 상처가 두려워 100%를 쏟지 않으려 했을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매킬로이는 그랜드슬램의 꿈이 물거품 될 때마다 자신의 삶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매킬로이는 “삶은 계속되더라. 툭툭 털어내고 다시 나아가면서 모자라고 아픈 부분을 다 드러내놓는 것도 편해졌다”고 했다.
매킬로이가 코스 밖 인생에서 걸어온 길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4년 매킬로이는 테니스 스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와 청첩장까지 돌리고 파혼했다. 매킬로이는 2017년 지금의 아내 에리카 스톨과 다시 청첩장을 돌렸고, 결혼에 골인해 2020년 딸 포피를 얻었다. 매킬로이 부부는 2024년 이혼 소송을 시작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한 달 후 가정을 지키기로 마음을 바꿨다.
올해 마스터스 최종일. 매킬로이는 지난해와 똑같이 아내와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2연패를 확정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매킬로이는 ‘이 대회가 인생에서 무엇을 가르쳐 주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거요. 이번에도 경기가 생각만큼 잘 풀리진 않았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거예요. 성실하게 올바른 방향으로 준비했다면 결국 결실을 맺거든요.”
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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