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사라진 숲, 갈 곳 잃은 너구리

KBS 지역국 2026. 4. 2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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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최근 도심 곳곳에서 너구리 출현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 현수막까지 설치됐습니다.

평소 쉽게 보기 힘든 야생동물인 너구리가 왜 도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걸까요.

그 이유를 직접 현장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시민들의 산책 장소로 인기가 많은 광주 풍암동 도심공원입니다.

공원 산책로 아래 풀숲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야생 너구리입니다.

[김민서/광주시 풍암동 : "2023년 겨울부터 보이기 시작했고, 생긴 건 통통하고, 털도 많고, 사람 보면 잘 도망 다니고, 평소에 너구리 보기 힘들었는데 너무 집 주변에서 잘 보이니까 신기하고..."]

2019년 5마리에 그쳤던 너구리 구조 건수는 이후 해마다 20마리 안팎으로 증가했고, 2024년부터는 50마리를 넘어서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취재팀은 전문가와 함께 너구리가 집중적으로 구조된 지역을 직접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 "동물이 있으면 눈이 반짝해요. 순간적으로 찾을 수 있어요."]

한밤중 자신이 다니던 길목을 거침없이 지나가고, 낮에도 유유히 공원을 누비고 다닙니다.

그런데 다음 날 밤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립니다.

너구리가 서너 차례에 걸쳐 관찰카메라를 흔드는 겁니다.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 "이런 모습은 익숙하지 않으니까 확인하는 거예요. 기계를 코로 툭툭 쳐봐요. 그럴 때 진동 장면이 발생하는 거죠."]

5.18기념공원과 풍암동 생활체육공원에 설치한 카메라 5대에서 모두 너구리가 포착됐습니다.

이처럼 광주 도심 곳곳에서 발견되는 건 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 때문에 도심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너구리 구조 장소와 민간공원 특례사업지가 겹치고, 너구리 구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와 대규모 공원 개발이 시작된 시점과도 일치합니다.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 "이 지역의 너구리가 점점 모여든다는 것은 역으로 어딘가에서 녹지축이 점점 이동하거나 녹지공간이 줄어들거나 아니면 녹지축의 분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결국은 녹지가 분해되지 않는 이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겁니다. 그런 효과를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 거예요."]

광주야생동물구조센터는 올해에도 넉 달 동안 너구리 11마리를 구조했습니다.

구조된 너구리의 50%가량은 개선충에 걸린 채 구조되는데, 대부분 자연 폐사합니다.

[최종욱/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장 : "개선충에 너구리들이 걸리면 워낙 탈모가 심해서 체온 조절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겨울잠도 못 자고, 또 편하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도시로 내려오다 보니까 사람들 눈에 많이 띄고 그래서 저희나 소방서에 많이 구조 요청이 와서 구조해 오고 있습니다."]

너구리는 도심 개발로 서식지가 점차 줄어들면서 먹이를 찾아 이 인근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손에 구조되고 발견되는 건수 역시 잦아지고 있습니다.

도심 속 너구리 출몰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함께, 시민 안전을 고려한 예방 중심의 야생동물 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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