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사이버대학교, 후배들이 더 힘차게 뛸 기회로…24년 쌓은 300만컷 전수[특집]

2026. 4. 2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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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로케이션 매니저’ 김태영 로마로 대표…50세에 눈뜬 도전의 길 ‘한양사이버대학교’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1세대 로케이션 매니저이자 한양사이버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김태영 동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지난 2월28일 한양사이버대학교(총장 이기정) 입학식. 단상에 오른 한 남자의 진솔한 고백이 신입생들의 가슴을 울렸다. “저 역시 4년 전, 제 나이 쉰 살 때 여러분과 똑같이 이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사장님과 총장님 다음으로 입학식 단상에 서게 돼 무척 떨리고 영광스럽다며 미소 지은 그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 1세대 로케이션 매니저이자 대한민국에서 공간 전문가로 불리는 로케이션 마켓(로마로)의 김태영 대표다. 현재 한양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그는 신입생들을 향해 한양사이버대학교를 선택한 것은 인생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위대하고 용기 있는 결정이라며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찾는 사람, 길 없는 곳에서 길을 만들어 온 김태영 동문의 짙은 사람 냄새 나는 인생 여정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았다.

300만 컷의 진심…“나는 기록적 휴먼이다”

김태영 동문은 24년째 전국의 공간 데이터를 수집하며 약 300만 컷에 달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아카이빙해 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들이 주로 보는 플랫폼인 ‘로마로’를 이끄는 로케이션 매니저의 삶은 사실 매일 새벽이 전투와도 같다.

<타짜>, <추격자>, <아저씨>, <내부자들> 등 그가 작업한 굵직한 한국 영화들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극 중에서 사람이 많이 죽는다는 점이다. 매일 으슥하고 외진 곳만 찾아다니다 보니 나중에는 사람을 버리기 좋은 공간만 눈에 들어오는 직업병까지 생겼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물론 최근에는 다행히도 사람이 다치지 않는 따뜻한 영화들을 준비하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늘처럼 깔끔하게 입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전투복을 입은 듯 치열하게 일한다는 그의 일상은 험난함 그 자체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화상을 입기도 하고, 제주도 중산간 숲속에서는 들개를 마주쳐 “개를 만나면 무조건 도망치라”는 야생 노루 센터 소장의 경고를 떠올리며 죽을힘을 다해 도망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24년간 묵묵히 숲의 가시덩굴을 헤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간에 대한 강렬한 기록의 사명감 때문이었다.

그는 아찔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속으로 “지금 이 시간, 내가 이 상황과 공간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다면 아무도 이 공간의 감성과 이야기를 알지 못한 채로 끝날 것이다”라고 되뇌었다고 한다.

스스로를 ‘기록적인 휴먼’이라 부르는 그의 카메라 렌즈 너머에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닿지 못한 채 숨겨져 있던 이야기와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K-컬처의 산업현장’을 주제로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있는 김태영 동문. 거친 들판에서 스스로 2번 콩의 길을 택했던 그가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후배들 앞에 서서 그 길을 먼저 걸어온 선배로서 희망의 콩나무가 되고 있다.


K콘텐츠의 16차선 대로 위에서…50세의 헛헛함

오늘날 대한민국 영화와 드라마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로 우뚝 섰다. 김 동문은 천만 영화인 <파묘> 등 한국 영화의 흥행 소식을 기쁘게 전하며 과거 1차선 길에 불과했던 시장이 이제는 전 세계로 물이 들어오는 16차선 대로가 열렸다고 표현했다. 과거에는 우리가 외국을 부러워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1등을 하면 전 세계 1등이 되고 세계가 우리를 부러워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지방 촬영을 위해 공간을 찾을 때 지자체 담당자들의 호응이 매우 적극적으로 변한 것을 보며 현업 최전선에서 그 위상을 피부로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야의 선구자로서 사회적으로 큰 인정과 대우를 받으며 탄탄대로를 걷던 그였지만 화려한 성공 이면에는 어느 순간 마음 한구석을 계속 맴도는 알 수 없는 허(虛)함이 찾아왔다.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50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그가 선택한 돌파구는 다름 아닌 배움이었다.

마침내 찾아낸 시원한 약수터, 한양사이버대학교

수많은 선택지 중 그가 4년 전 한양사이버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먼저 대학원 진학 이전 7년 동안 한양대학교와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학생들을 지도해 온 긍정적인 인상이 있었고 탄천만 건너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도 한몫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바로 온라인 대학원 과정이라는 독보적인 시스템이었다.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섬이나 해외를 불규칙하게 누비며 촬영을 다녀야 하는 로케이션 매니저에게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범용적 교육 환경은 생명줄과도 같았다.

그는 한 번은 모스크바 국제필름위크에 초청돼 갔을 당시 머물던 호텔 방에서도 온라인 세미나에 원활하게 참여하며 세계 어디서든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고 회상했다. 불규칙한 스케줄 속에서도 학업과 본업을 성공적으로 병행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공부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이러한 선택은 기대 이상의 커다란 선물로 돌아왔다. 디자인대학원에서 2년 만에 석사 과정을 마치며 깊이 있게 수학한 시장 분석과 공간 스토리텔링 과정은 여러 지자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데 있어 엄청난 실무적 시너지를 내었고 멋진 원우들을 만나 새로운 기회와 협력의 장을 열게 해줬다. 학업과 현업의 경계를 허물고 즉각적으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한양사이버대만의 커리큘럼이 그의 커리어를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만든 것이다.

재학 당시 한양사이버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교수, 원우들과 함께 부산역 앞에서 환한 미소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김태영 동문(뒷줄 왼쪽에서 첫번째).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한양사이버대학교만의 또 다른 장점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1루 베이스캠프

김 동문이 피땀 흘려 모은 300만 컷의 방대한 데이터를 사회와 다음 세대에 남겨주고자 하는 이유에는 선배로서의 깊은 사랑이 배어 있다. 나이가 들며 우리 사회가 맞이할 발전의 연속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는 그는 이를 야구에 비유했다.

“제가 홈에서 출발해 1루까지 출루했다고 치면, 다음 세대는 다시 홈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1루에서 출발해 더 좋은 기회를 노려 2루, 3루로 갈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전후 세대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24년 동안 자신이 새벽 안개를 뚫고 가시덩굴을 헤치며 겪었던 험난한 위험을 후배 로케이션 매니저가 똑같이 직면하게 둔다면 바보 같은 일이며 자신과 후배들을 위해 정보는 교훈처럼 공유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굳건한 철학이다.

그의 도전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비록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을지라도 공간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오래된 장소들을 디지털 트윈을 통해 기록하고, 이를 다시 콘텐츠 IP로 만들어 전시·출판·공연 기획 등 문화산업 데이터로 더 고밀도 아카이빙하는 미지의 벌판을 개척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공간에서 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통일 후 북한의 로케이션을 가장 잘 아는 회사가 되겠다는 거대한 비전을 가슴에 품고 있다.

“안전한 1번 콩을 넘어, 희망의 2번 콩으로”

입학식 특강과 인터뷰 내내 김 동문은 한양사이버대학교 후배들을 향해 두 개의 콩 이야기를 거듭 강조했다.

온실 속에서 고생 없이 온도와 습도를 맞춰 자라난 1번 콩은 결국 식탁 위에 오르는 평범한 두부가 되지만 비가 오지 않는 허허벌판으로 나가 모험과 도전을 택하고 비바람을 견딘 2번 콩은 훗날 하늘 높이 자라나 동화 속 ‘잭과 콩나무’처럼 누군가의 거대한 희망이 된다는 뼈있는 비유다.

“고생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편한 것을 마다할 사람도 없습니다. 단지 우리 마음속에 귀찮아하고 도전하기 싫어하고 힘들 것 같은 일은 시작하지 않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뉠 뿐입니다.”

그는 스스로 2번 콩의 길을 선택한 신입생들에게 부딪혀보고 돌파하려는 푸른 청년의 마음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당부했다.

나이 50에 다시 한번 낯선 벌판에 자신을 심어 거대한 콩나무로 자라난 김태영 동문. 오늘도 직장이나 다른 학업을 병행하며 험난한 과정을 묵묵히 이겨내고 있는 수많은 한양사이버대학교 동문들 역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생의 다음 레벨로 올라가 각자의 삶에서 가장 멋진 콩나무를 피워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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