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중징계' 현실화... 축구협회 무엇이 문제였나

정용진 2026. 4. 2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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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法 “문체부 징계 요구 재량 범위 내” 판단
감독 선임 절차 논란... 권한 구조 문제 드러나
축구종합센터 사업·사면 조치 위법성 인정
집행정지 종료 이후 징계 이행 여부 촉각

[지데일리]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둘러싼 논란에 법원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요구한 중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그동안 이어져 온 축구 행정의 책임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법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중징계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감독 선임 절차와 사면, 사업 운영 등 전반에서 문제가 확인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협회는 집행정지 종료 이후 징계 이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23일 대한축구협회가 문체부를 상대로 제기한 특정감사 결과 통보 및 조치 요구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문체부의 조치 요구가 부당하거나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징계 요구 역시 재량권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는 2024년 문체부가 특정감사를 통해 정 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한 조치가 법적으로도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축구협회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문체부는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국가대표 감독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 인선, 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 축구인 사면, 자문료 지급 등 협회 운영의 다양한 영역에서 부적절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법원 역시 이 같은 판단에 상당 부분 동의했다.

특히 감독 선임 절차는 이번 판결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재판부는 국가대표 감독 추천 권한이 전력강화위원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권한이 다른 인물에게 위임된 점을 문제 삼았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권한이 없는 인사가 추천에 관여하면서 이사회 기능이 형식적으로 흐른 점이 지적됐다. 이는 협회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규정과 다르게 운영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드러난 재정 운영 문제도 인정됐다. 협회가 문체부 승인 없이 대출을 진행하고 보조금을 사실과 다르게 신청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은 공공 자금이 연계된 사업에서의 관리 책임을 다시 환기시켰다. 

이에 더해 승부조작, 금품 수수, 폭력 등 중대한 비위 전력이 있는 인사들에 대한 대규모 사면 역시 규정 위반으로 판단됐다. 대한체육회 규정상 사면이 불가능한 사안임에도 이를 강행한 것은 조직의 윤리 기준에 대한 의문을 키운 사례로 꼽힌다.

협회는 문체부의 감사 권한과 징계 요구 자체가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체부가 협회 규정에 근거해 징계 수준을 판단했으며, 협회가 이를 따르지 않더라도 강제 수단이 없는 만큼 권한 침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감독 기관의 지도·감독 기능을 폭넓게 인정한 해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징계가 즉시 이행되는 건 아니다. 앞서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징계 요구는 본안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효력이 유예된 상태다. 이에 따라 대한축구협회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다음 달 24일부터 정 회장에 대한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문체부에 통보해야 한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한국 축구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둘러싼 논쟁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단체 운영의 자율성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 권한과 절차의 정당성이 얼마나 엄격하게 요구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