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느니 일본 간다" 바가지 욕 먹더니…'놀라운 결과' [트래블톡]

신용현 2026. 4. 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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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한국 관광물가, 국제경쟁력 우위 입증
"뉴욕 숙박비면 한국서 항공권에 미식까지 해결"
서울 경복궁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며 추억을 남기고 있다. 사진=최혁 기자


"제주 갈 돈이면 차라리 일본 간다"는 말은 국내 관광지에서 '바가지 요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르내리는 말이다. 그런데 정작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실제 관광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일부 지역의 예외적 사례가 SNS를 통해 증폭되면서 세계적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지닌 K-관광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야놀자리서치는 23일 발표한 인사이트 보고서 '국제 비교를 통한 한국 관광도시의 가격 경쟁력 분석'을 통해 서울과 부산의 숙박, 교통, 외식 물가를 주요 글로벌 관광 도시와 비교한 결과를 두고"한국 관광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은 실제 데이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개별 여정의 실물 물가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거시경제 지표를 종합 분석해보면 한국은 관광 분야 주요 경쟁국인 일본이나 싱가포르보다도 높지 않은 물가 수준을 유지하며 국제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뉴욕 숙박비면 한국서 항공권에 미식까지 해결"

주요 도시 평균 숙박 가격. 사진=야놀자리서치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 클룩 데이터를 토대로 비교하면 서울의 평균 숙박비는 89.9달러로 뉴욕(419.4달러)의 약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파리(332.7달러), 로마(257.4달러)와 비교하면 3~4배 저렴하다. 아시아 내에서도 도쿄(140.5달러), 싱가포르(127.8달러)보다 30% 이상 낮은 가격대다. 부산은 이보다 더 저렴해 평균 숙박비 53달러에 그쳤다. 고급 리조트와 대형 호텔 체인이 밀집한 도시임에도 하노이를 제외한 조사 대상 대도시 중 최저 수준이다.

관광객의 이동 편의성을 결정짓는 교통 부문에서도 한국은 독보적이다. 10km 이동 시 서울 택시비는 8.65달러다. 런던(39.03달러)의 5분의 1, 도쿄(34.65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지하철·버스 편도 요금도 서울 1.05달러, 부산 1.01달러로 도쿄(1.32달러), 홍콩(1.44달러)보다 저렴하다.

외식에서는 서울 일반 식당 1인 식사 비용이 8.79달러로 런던(26.8달러), 뉴욕(25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아시아 내에서는 도쿄(7.57달러), 홍콩(7.66달러)보다 소폭 높지만 반찬 리필, 무료 식수 제공, 팁·봉사료 없는 문화 등 수치화되지 않는 비(非)가격 경쟁력을 함께 고려하면 아시아권에서도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간 가격수준지수 낮은 한국…외국인, 체감 물가 낮아져

개별 여정 비용을 넘어 국가 전체의 거시 물가 지표도 사정은 비슷하다.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국가 간 가격수준지수(PLI)는 미국(1.0)을 기준으로 각국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수치화한 지표다. 2024년 기준 한국의 PLI는 0.59다. 미국에서 1달러를 내야 얻는 재화와 서비스를 한국에서는 59센트로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일본(0.62), 싱가포르(0.60), 홍콩(0.72)보다 낮고 프랑스(0.74), 이탈리아(0.65), 스페인(0.61) 등 유럽 주요 관광국과 비교해도 한국이 가장 낮다.

앞서 2019년 0.73이었던 한국의 PLI는 2024년 0.59까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후반대에 고착되면서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한국의 실질 체감 물가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이관영 야놀자리서치 부연구위원은 "세계은행 등 객관적 거시 데이터를 보면 한국은 아시아 경쟁국은 물론이고 서구권 선진국에 비해서도 낮은 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부 성수기·특정 지역 사례로 형성된 '정서적 고물가' 프레임을 데이터로 걷어내고, 한국의 가격 경쟁력을 인바운드 마케팅의 핵심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日, 외국인에게 2.5배 받는 동안 韓은 내·외국인 동일 요금

오버투어리즘(관광객 과잉)에 시달리자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이중가격제가 빠르게 확산되는 인접국 일본 사례와도 대비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히메지성은 외국인 입장료를 시민(1000엔)의 2.5배인 2500엔으로 올렸다. 교토시는 시내버스 요금을 시민에게는 200엔으로 내리면서 관광객에게는 350~400엔을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홋카이도 니세코는 1인당 하루 최대 2000엔의 숙박세를 신설했다. 반면 한국은 현재까지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동일한 요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경복궁 입장료 어디에도 외국인 차별 요금은 없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일본이 외국인 대상 차별 요금으로 '오모테나시'(환대) 브랜드를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는 지금,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투명한 정찰제 시스템을 K-관광만의 신뢰 자산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바가지 일반화가 K관광 발목 잡아

보고서는 일부 성수기·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바가지요금 논란이 '가용성 휴리스틱', 즉 자극적인 소수의 사례가 언론과 SNS를 통해 증폭되면서 시장 전체의 평균을 왜곡하는 착시 현상일 수 있다고 짚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특정 시기의 소수 바가지요금 사례가 전체 관광 시장인 것처럼 부풀려져 K관광의 매력을 우리 스스로 깎아내리는 측면이 있다"며 "객관적 데이터로 확인된 한국의 훌륭한 가격 경쟁력을 외국인에게는 마케팅 자산으로, 내국인에게는 국내 여행 신뢰를 되찾는 근거로 활용하는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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